[사진출쳐=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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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얼마 전, 테니스를 열심히 하는 남편이 왕복 4시간을 들여 중고 채를 사왔다. 굳이 교통지옥인 주말에 가야겠냐며 한 소리 했지만 요즘 테니스 채가 공급이 안 되고 있는데 찾던 제품을 좋은 가격에 샀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런데 (본인 표현에 의하면) 선수처럼 멋지게 점프해서 서브를 넣다가 땀으로 손이 미끄러져 채를 바닥에 내리꽂았고 금이 가고 말았단다.

채를 연신 쓰다듬으며 마음이 아파 죽겠다고, 애인이 다친 것처럼 멜로 눈깔을 하고 바라보았다. 그 마음 짐작 못할 바는 아니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손목 안 부러진 게 어디예요."

"오! 그렇지."

남편 눈빛이 드디어 이성을 찾은 것 같다.

"안타깝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그만 털어버려요."

"그래야지. 갑자기 기분이 괜찮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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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것은 뇌 입장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모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숱한 안타까움과 뉘우침을 안고 살아간다. 그때 그랬어야 했어, 그러지 말 것을. 과거의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보다 더 자주 불러오는 후회의 순간들이 있다.

시간은 어째서 한 방향으로만 흘러갈까? 돌이킬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한 것일 텐데, 우리는 현재보다 과거에 살곤 한다. 지금은 그냥 되는대로 살아가고 지난 시간은 자꾸 되감기를 한다. 무의미하게 보낸 지금이 훗날 후회의 순간이 되는지도 모른 채.

에릭슨의 심리 사회 발달 이론에 의하면, 마지막 8단계인 성숙기(노년기)에 지금껏 살아온 삶을 돌아봤을 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면 자아 통합에 이르고 자기 삶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후회하면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과연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항상 최고의 선택과 좋은 결과를 얻을 순 없기에 후회 없이 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인생을 돌아봤을 때 무의미와 후회뿐인 삶은 피하는 게 마땅하다.

지금, 이 순간을 훗날 후회의 시간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매 순간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의식으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깨어있지 않으면 뇌는 무의식적인 습관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잠이 부족해 아침에 눈 뜨기가 힘들다면 '아, 피곤해. 일어나기 싫어.' 대신 '살아 있어서 감사하다. 오늘 하루도 기대된다.' 먼 거리에 있는 회사에 걸어서 출근할 때도 '회사 가기 싫다. 차도 없이 이게 뭐야.' 대신 '나는 지금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일할 수 있고 일할 곳이 있어서 감사하다.'

나는 운동하러 가기 싫을 때나 새벽마다 일어나서 글 쓰는 일이 힘에 부칠 때마다 둘째의 재활 치료에만 매달려 대롱거렸던 때를 떠올린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이는 일정 수준 이상 좋아지지 않았고 열 개를 주어야 겨우 하나 돌아올까 말까 한 덧없는 노력을 되풀이해야 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치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애써 외면하며 무거운 짐 가득 진 사막의 낙타처럼 살았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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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천국에 있다. 십여 년 만에 만난 오아시스에서 맘껏 즐기는 중이다. 그토록 바라던 일을 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감사한 마음뿐이다. 남편은 2년 반이 넘도록 휴직 상태이고 둘째는 여전히 재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첫째는 뒤늦은 사춘기로 피를 말리고 있지만, 나는 지금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지나간 순간을 붙들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버거워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기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한 까닭이다.

우리는 얼마든지 생각만으로 내면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 생각은 마음을 바꾸고 마음은 행동을 바꾼다. 이 루트는 반대 방향으로도 작동한다. 어떤 행동이 마음을 변화시키고 생각까지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생각만 하고 실천이 안 되는 사람은 역으로 행동을 먼저 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 순간 깨어 있기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 나는 후회 없는 삶을 살기로 선택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은영 칼럼니스트는 국제뇌교육대학원 석사를 취득한 국가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다. 일류두뇌연구소 대표이자 온라인 프로그램 ‘체인지U 스쿨’을 운영 중이다. 한국뇌과학연구원에서 발행하는 뇌교육 전문 잡지 『브레인』의 칼럼도 쓰고 있다.

뇌교육과 부모교육 전문강사로 15년 동안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글쓰기, 책쓰기, 습관코칭, 감정코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강의와 저술 활동으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리는 중이다.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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