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고 비판적인 역사 사고를 위한 첫걸음

[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보다 적극적인 사료 연구를 위한 ‘사료로 읽는 서양사’ 시리즈 《사료로 읽는 서양사 5: 현대편, 제국주의에서 세계화까지(책과함께, 2022.06.03.)》를 소개한다.

역사가가 집필한 역사서를 넘어 독자가 직접 사료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것을 돕기 위해 기획된 〈사료로 읽는 서양사〉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5권 《현대편》이 출간되었다.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비교적 가까운 시기의 서양사를 담아낸 《현대편》은 사건을 나열하는 교과서적인 서술방식을 지양하고, 쟁점을 보다 분명히 드러내는 서술방식을 채택했다.

이 책의 글을 쓰고 직접 사료를 선정한 노경덕 서울대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 말엽에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과 대안의 꿈을 퍼뜨렸던 러시아 혁명을 진정한 현대의 시작으로 정의한다거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제국주의의 극복보다는 반공주의에 골몰하면서 제국주의의 잔재가 존속하는 양상이 나타났으며, 1990년대에 소련이 해체된 이후 미국의 ‘일방적’ 정책 속에 가속화된 세계화는 새로운 저항을 불러냈다고 보는 등 기존의 역사 서술에서 보기 힘든 도발적인 해석과 주장, 증거 들을 제시한다.

“국내 최초의 서양사 사료집”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공 연구자들이 직접 정선하고 집필한 사료집이 필수적이다. 서양에서는 이런 작업이 다채롭게 수행되어 많은 사료집이 간행되어 있고, 국내에서도 몇 권의 사료집이 간행되었지만 한국사 분야에 국한되어 있다.

여러 언어로 작성된 서양의 사료는 언어와 내용의 장벽 때문에 전문 역사 연구자가 아니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서양의 사료집을 그대로 번역해서 쓸 수는 없다. 우리의 환경과 교육 목표에 맞게 재구성하고 적절하게 해석하고 알맞은 설명을 붙여 자료로 제시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이에 사료를 모으고 선별하고, 전거와 설명을 붙이는 철저한 작업을 통해 1권 《고대편》, 2권 《중세편》, 4권 《근대편 II》에 이어 5권 《현대편》이 출간되었다. 고대부터 20세기까지의 서양사를 다룬 〈사료로 읽는 서양사〉 시리즈는 심도 있는 역사 공부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생생하고 비판적인 역사 사고를 위한 첫걸음”

근래에 역사 사실이 무엇인가에 관한 논의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사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역사 내용은 물론이고 역사의식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학계는 우선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교양 차원에 급급한 탓인지, 많은 번역서나 저서가 간행되었어도 그 뿌리가 되는 사료에 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채 유명세에 편승하여 그대로 수용되어 온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저술들의 기반이 되는 사료를 제시하고 그 사료에 따라 독자들에게 판단할 기회를 제공하는 점도 이 시리즈의 의의라 할 수 있다. 또한 사료를 읽고 이해하는 역사 공부는 무엇보다도 탐구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사료를 읽다 보면 예상치 못한 정보를 접할 수도 있고, 역사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상을 보면서 수학이나 과학에서 얻는 것과는 또 다른 호기심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이 같은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도 말할 수 있다. 독자들은 역사가 사료로 이루어졌음을 깨닫고, 이 사료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함께 체득하여 역사 사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기에 제시된 사료들은 일반인들의 지적 관심도 높여줄 것이며, 역사가 주는 깨달음과 성찰의 자료로 기능할 것이다.

[사진출처=책과함께]
[사진출처=책과함께]

저자 노경덕은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시카고대학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GIST대학,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현대사의 기점으로서의 러시아 혁명〉, 〈제1차 세계대전 말 유럽의 국제정치와 민족자결주의〉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STALIN’S ECONOMIC ADVISORS가 있고, 옮긴 책으로 《세계사 1, 2》(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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