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자폐인 아들에게 써 보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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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자폐인과 가족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세상과 만나는가? 30년간 자폐인 아들에게 써 보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수치심과 죄책감, 무지와 편견을 오직 사랑으로 헤쳐온 평범하고 위대한 엄마의 이야기 『아들의 답장을 기다리며: 자폐인 아들과 좌충우돌 살아가기(꿈꿀자유, 2022.07.01.)』를 소개한다.

오래도록 절판 상태로 많은 독자들의 애를 태웠던 채영숙 선생의 책이 복간되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시대에 자폐인 아들을 낳아 기르면서 겪은 일을 차분하고 진솔하게 전달한 그의 글은 수많은 장애 부모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것은 물론, 블로그와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장애인들에게도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아들의 자폐를 알고 “차라리 아이를 데려가세요, 하나님!”이라고 울부짖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책은 “우리의 인생 여정에 반드시 올라야 할 큰 산이 하나 있었고, 우리는 그 산을 부지런히 올랐을 뿐”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가장 큰 부정에서 출발해 가장 큰 긍정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그 사이에 유아기를 지나 세상과 관계를 맺고, 학교에 다니고, 사춘기를 겪고, 이제는 청년이 된 아들의 모습과, 그 아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울고 한숨 쉬고, 싸우고 따지고, 사정하고 설득하고, 감싸 안고 환대하고, 용서하고 연대하는 엄마의 모습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책에는 기막힌 사연이 가득하지만, 그 사이에 흩뿌려진 유머가 보석처럼 반짝여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평범하지 않은 아들과, 평범하지만 그런 아들을 위해 비범한 용기와 지혜를 내야 하는 엄마가 세상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며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진실이 마음속에 스며든다.

저자의 말처럼 선량한 이웃이 장애인과 가족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것은 어떤 말로 위로하며, 어떤 몸짓으로 사랑을 보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당신에게 먼저 말을 붙인다. “우리를 좀 도와주세요. 당신의 이해가 필요해요.” 이제 당신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갈 차례다.

“위로와 공감을 넘어 이 땅의 장애 서사를 바꿀 평범하고도 위대한 이야기”

물론 장애는 결핍이다. 하지만 결핍을 통하지 않고서 삶의 진실을 깨달을 수는 없다. 장애인이 스스로 불행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행복에 더 가까이 있음을 알 때, 비장애인이 세상은 혼자 질주하는 곳이 아니라 모두가 보폭을 맞춰 함께 걸어가는 곳임을 알 때, 장애는 인간의 삶을 덮쳐 산산조각내는 재난이 아니라 그저 사소한 불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어떻게 공동체가 약자를 챙기고 돌볼 수 있는지, 어떻게 친구의 작은 관심이 학교에서 장애인의 따돌림을 막을 수 있는지, 왜 통합교육이 필요한지, 사춘기를 맞은 발달장애인의 성적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같은 어찌 보면 첨예한 문제들이 계속 등장한다. 평범한 엄마가 전문적인 지침서보다 더 지혜롭게 문제를 헤쳐간 비결은 끊임없는 소통과 인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사랑이었다.

이 책은 아직도 불행과 동정, 시혜와 수혜의 구도 속에 붙들려 있는 이 땅의 장애 서사를 바꿀 것이다. 장애인과 가족에게는 무한한 위로와 용기를, 비장애인에게는 공감과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성찰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우리는 원고를 다듬으며 여러 번 울고, 여러 번 웃었다. 마음이 따뜻해졌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제 당신 차례다.

[사진출처=꿈꿀자유]  
[사진출처=꿈꿀자유]  

저자 채영숙은 자폐성 장애인 아들의 엄마이며 아동보육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장애인가족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장애인인권교육 활동가, 유엔아동권리교육 강사다.

자폐인 아들을 낳고 키우며 비장애인들이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것,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것은 어떤 말로 그들을 위로하며, 어떤 몸짓으로 그들에게 사랑을 보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사람들에게 말을 붙였다. “우리를 좀 도와주세요. 당신의 이해가 필요해요.” 사람들은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늘도 아들과 함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보다 우리가 그들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빠르고 쉬운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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