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매년 초 다양한 연구소와 각 기관에서 소비자트렌드 관련 서적이나 보고서를 발간한다. 그 뒤를 이어 사회 전반에 걸쳐 그 트렌드와 매칭 되는 상품, 서비스, 마케팅 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트렌드”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며,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소비자 트렌드”라는 개념은 소비자들이 겉으로 표현하는 행동, 혹은 현상을 말한다. 단지 피상적인 모습이다. 2011년 필자는 “아이디어 인스퍼레이션(Idea Inspira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더 플랜(The Plan)"이라는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Life&Style) 컨설팅회사와 같이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트렌드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그리고 시장에서 어떻게 전파 되는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당시 방문했던 영국의 “더 플랜(The Plan)”, 프랑스의 “넬리로디(Nelly Rodi)”, “트랜드 유니온(Trend Union)”의 공통적인 의견은 "소비자 트렌드"는 소비자들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컨슈머 인사이트"를 도출해 내고 여기서 "소비자 트렌드"를 뽑아내는 것이었다. 이 회사들은 매년 트렌드 발표회를 작은 파티와 함께 개최한다.

그날은 전 세계의 트렌드 전문가들의 친목을 나누는 시간이자 발표되는 2년~3년 뒤의 소비자 트렌드를 공유하는 시간이다. 주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지만 이 내용이 각국의 전문가들에 의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사회 전반적인 축이 형성되는 것이었다. 결국 소비자 트렌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컨슈머 인사이트"에 기반 하여 트렌드 전문가들로부터 주도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트랜드"와 “컨슈머 인사이트”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 "펜(Pen)"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9년 7월 강남역 근처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요즘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이런 풍경을 간간히 목격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단순 이벤트 행사의 인파가 아닌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 “펜(Pen)”을 사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날 올림푸스 측은 3일간 예약 판매를 예상하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매장오픈 5시간 만에 1,000대가 전량 매진되었고, 그 후 직영점에서 정식 발매한 500대도 단 2시간 만에 동이 나고 말았다. 이 기이한 현상은 한 홈쇼핑에서도 이어졌는데, 평일 저녁 늦은 시간에 방송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8분 만에 매진이 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올림푸스가 새롭게 선보인 “Pen”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Pen” 품귀 현상을 이어나갔다. 일반적으로 신제품 출시 후 3개월 정도 유지되는 판매 상승 곡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구매 대기자만 늘어갔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카메라는 그야말로 흔한 제품 중에 하나다. 90년대 말 보급되기 시작한 디지털 카메라는 이제 누구나 한 개쯤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공급의 과포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출시 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처럼 "Pen"에 열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당시 보급형과 전문가용으로 이분화 되어 있던 시장에 성능과 휴대성을 모두 갖춘 "Pen"만의 장점이 소비자에게 어필했던 것이다. 특히, "Pen"의 디자인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천편일률적인 디지털 기기들의 컨셉에 식상하고 싫증나던 소비자들에게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가미한 디자인은 '노스텔지어(nostalgia)'의 감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1959년 출시된 이래 1,700만대나 팔린 아날로그 Pen 시리즈의 디자인은 블랙 일변도였던 기존 DSLR 카메라와 차별화를 더했으며, 외부의 아날로그적인 다이얼들도 감성적인 요소를 어필하는데 일조를 했다.

이처럼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한 것을 "디지로그(digilog)" 라고 부른다. "디지로그(digilog)"란 말 그대로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이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할 것 같았지만, 다시 아날로그적 감성을 잊지 못하는 현상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고, 사회, 문화, 산업 전반에 큰 흐름을 형성하게 되었다.

정리해 보면 "디지로그"라는 하나의 커다른 흐름은 "소비자 트랜드"이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 내기위해 소비자들의 노스텔지어 감성을 활용한 것은 "컨슈머 인사이트"인 것이다. 이처럼 "컨슈머 인사이트"는 "소비자 트랜드"를 만들어 내기위한 자원으로 활용되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같은 존재이다. 올림푸스 Pen의 사례가 소비자 트렌드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마케팅 전문가 들은 소비자 트렌드가 형성되기까지의 라이프사이클(Lifecycle)을 4단계로 구분한다. 그 첫 번째는 전체 10% 정도의 소비자들이 실험적으로 활용하는 “혁신(Innovator)" 단계이다. 80년대 중반 고가의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던 소비자 들이 이에 해당된다.

두 번째는 “얼리어댑터(Early Adopters)" 단계로 20% 정도의 소비자들이 활용하면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할 시점이다. 90년대 중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사용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이 이 단계에 해당된다. 세 번째는 “대중화 (Majority)" 단계로 전체 60%에 해당하는 소비자들이 사용하며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처럼 느낄 때이다. 이 단계의 초기를 트렌드라고 표현한다. 마지막 “사양(Late Majority)" 단계로 남은 10%의 소비자들이 뒤늦게 활용하는 시점이다. 사람들이 슬슬 대용품을 찾기 시작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디지털 카메라의 대용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이렇듯 트렌드는 소비자 들에게 나타나는 피상적 행동일 뿐이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 지 알 수는 없지만 남들이 다 하니깐 해보자, 혹은 해보니까 좋더라 정도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 트렌드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행동들이나 현상 이라고 할 수 있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아웃 오브 박스 : 시간·공간·생각·미래를 변화시켜라(다연, 2014)』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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