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 김영희의 육아일기⑧

[한국강사신문 김영희 칼럼니스트] 옛 말에 이런 말이 있다. ‘백일까지 잘 자라면 3년을 잘 자라고 3년을 잘 자라면 10년을 잘 자랄 수 있다.’ 흔히 백일까지 아이가 잘 자라면 한 고비는 넘겼다고 한다. 백일잔치의 의미도 그것이었다. 그렇게 승우도 백일을 맞이했다. 잘 웃고 눈웃음도 지으며, 밥도 잘 먹은 탓에 포동포동 살도 올랐다. 백일은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하게 보냈다. 대신 돌 때는 집안 식구들을 초대했다. 그때만 해도 돌잔치를 집에서 치르곤 했다. 그 돌잔치도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뜻의 칭찬이라 할 수 있다.

‘좋은 칭찬 한 마디는 두 살을 젊게 한다’고 작가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그렇듯 아이가 여러 사람의 관심과 칭찬 속에서 돌을 기점으로 자신감과 자신의 활동 범위를 넓혀가게 된다. 승우가 돌잡이로 연필과 실을 잡았다. 돌잡이는 돌잔치에서 쌀, 붓, 활, 돈, 실 등을 펼쳐놓고 아이가 집는 물건을 아이의 장래와 관련하여 미래를 점쳐보는 의식이다. 요즘은 골프공이나 청진기 등 여러 가지 물건을 추가하기도 한다. 승우 할머니는 너무나 기뻐하셨다. 당신의 손자가 연필을 잡아 공부 잘 할 것이고, 실은 장수를 뜻한다고 하셨다.

사진관에 가 돌 복을 입고 사진도 멋지게 찍었다. 그날 승우는 돌 주인공이라 여러 가지 처음 겪는 일로 힘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를 축하해 주는 의식 속에 집안의 구성원으로 인식되어진다. 남편 쪽 7남매 식구와 나의 5남매 식구들이 모이니 집이 북적거렸다. 승우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처음 봤을 것이다. 눈이 한껏 커져서는 자신의 주위에 빼곡한 사람들을 일일이 쳐다보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선물로 받은 금반지를 팔아 오디오를 장만했다. 나보다는 승우가 더 많이 사용하게 할 심산이었다. 당시 판매하던 동화책에는 그 내용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가 딸려왔다. 승우는 그것을 열심히 듣곤 했다.

<머리카락 자르기, 이 나기와 닦기>

배냇머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가지고 나온 머리카락이다. 갓난아기의 머리카락은 대체로 백일 이후나 돌쯤에 깎아준다. 배냇머리는 저절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한번쯤은 밀어줘야 한다는 말에 나도 승우 돌 지나고 밀어준 적이 있다. 그 후부터는 내가 이발가위와 두르게 천을 사서 집에서 잘라 주었다. 머리카락을 자를 때면 온갖 회유를 다 해야 했다. 아이들은 그 몇 십 분의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더구나 바르게 목을 가누고 엄마의 지시에 따라야 하니, 아이로서도 많은 인내심을 발휘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돌이 지나니 승우가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이도 자기가 닦겠다고 칫솔을 입에 물고 흉내 내곤 했다. 7~8개월 정도부터 아랫니 2개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마다 이 나는 순서나 시기는 다 다를 수 있다. 그 때 유치를 보존하기 위해 가제 손수건에 물을 묻혀 이를 닦아주기도 했다. 이가 날 때 잇몸 주위가 간지러워지고 아프기도 하다. 그 시기에 침도 많이 흐르고 짜증을 내기도 하며 열이 나기도 한다. 밥을 물고 삼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이날 때 한 증상이라는 걸 그때 당시는 몰랐다.

그럴 때 아이가 딱딱한 물체로 가려움을 해소하게 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그렇듯 아이도 몸과 마음이 자라는 과정에서 성장 통을 겪지 않는 게 없다. 그것을 인지한다면 아이 기르는 데 인내가 되리라 믿는다.

※ 참고자료 : 김영희의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가나북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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