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심주의, 에이지즘, 인종, 젠더, 장애, 노동, 퀴어. 7가지 주제로 살펴보는 대중문화 콘텐츠 속 소수자 이야기

[사진출처=호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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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K-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의 흥행과 함께 논란이 되었던 노인, 여성,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돌이켜보면, 자극적인 소재와 흥미로운 스토리, 빠른 전개에 초점을 맞추느라 우리가 무엇을 놓쳤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 콘텐츠가 소수자를 어떻게 묘사하고 소비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K-콘텐츠의 엄청난 인기와 위상은 언제든 무너져내릴 수 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는 의외로 많은 차별과 혐오 표현, 그리고 이에 기반한 말과 행동 등이 녹아 있다.

저자는 대중문화 콘텐츠에 등장하는 소수자 유형을 크게 7가지로 분류했다. 주제로 나누면 서울중심주의, 에이지즘, 인종, 젠더, 장애, 노동, 퀴어이다. 저자는 소수자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편견을 드러내는 가공의 인물 ‘아무개 씨’를 설정해 각 장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한다.

“미디어는 소수자를 어떻게 묘사하는가? 서울중심주의, 에이지즘, 인종, 젠더, 장애, 노동, 퀴어. 7가지 주제로 살펴보는 대중문화 콘텐츠 속 소수자 이야기”

상상해보자. 새로 나온 영화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평범한 주인공 A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보여준다고 한다. 주인공은 대도시에 살며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며 일을 한다. 이성 친구, 혹은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과 여가도 즐긴다. 조금 더 시각적으로 상상해보기로 한다. 검은 머리의 성인 남자가 세미 정장을 입고 도시의 어느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까지 상상하는데 별다른 위화감이 없다.

대중문화에서 숱하게 묘사되는 이른바 ‘보통’ 사람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A는 대대로 한반도에서 살아온 청·장년층 한국 사람이다. 그는 비장애인이고 서울에 산다. 이성애자이며 대학교를 졸업한 정규직 남성이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떠오르는 조건이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상상 속의 보통사람 A가 위 묘사와 아예 동떨어진 경우는 흔치 않을 것 같다. 이런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중문화 콘텐츠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평범한 주인공으로 묘사되는 영화 속 A는 이른바 ‘주류’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A와 조건이 사뭇 다른 사람들을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찾으려면 생각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머리에 떠오른 주연급 캐릭터가 있을까? 조선족 B는 어떻게 묘사될까? 발달장애인 C는 어떤 이미지일까? 동성애자 D는? 미성년 노동자 E는? A와 사뭇 다른 이들은 대한민국 사회의 ‘비주류’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구체적 삶은 우리 사회 주류인 A, A-1, A-2 등의 정치적 의견에 좌우되기 쉽다. 직접 알거나 한 다리만 건너면 알 수 있는 A들과는 달리, B·C·D·E를 모두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중문화가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이들의 이미지는 사람들의 뇌리에 쉽게 각인된다.

저자 백세희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졸업.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제40기로 수료했다. 강남의 대형 로펌에 입사해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이어오다 어느 날 문득 알람시계 없이 아침을 맞이하는 생활을 하고 싶어 퇴사를 감행했다.

지금은 직접 지은 시골집에 살고 있다. 최근 다시 강남에 사무실을 차리긴 했지만 다행히 알람시계 없는 삶을 유지 중이다. 현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에 몸담고 있다. 문화예술과 법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대중적인 글도 꾸준히 쓰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 변호사가 바라본 미디어 속 소수자 이야기(호밀밭, 2022.06.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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