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켈수스부터 에버렛 쿱까지 세상을 바꾼 12명의 의사 이야기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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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우리는 히포크라테스의 후예가 아니다” 문화·예술이 융성하던 르네상스 시기,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에 반기를 든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이발소 외과 의사와 산파, 약초꾼을 불러 경험을 나누게 하고 ‘수백 년 전의 케케묵은 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라는 내용을 설파하고 다녔다. 당시까지의 의학은 히포크라테스가 주장하고 갈레노스와 이븐 시나가 집대성한 ‘체액설’에 기반했다.

사내는 이에 반기를 들었다. 직접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질병을 분류하고 규명하여 환자를 치료하라고 주장했다. 근거 중심주의에 기반한 현대 의학의 씨앗을 뿌린 셈이다. 급기야 1527년 6월 24일, 바젤 대학 정문 앞에서 갈레노스와 이븐 시나의 책을 불태운다.

이 사건으로 의학은 세상 만물을 설명하는 ‘철학’에서 객관적인 근거에 기반하여 질환을 분류하고 치료하는 ‘과학’이 되었다. 따라서 현대 의학의 아버지는 히포크라테스가 아니라 대가들의 서적을 불태운 반항하는 의사, 파라켈수스다.

혁명의 불꽃을 당긴 이단자 파라켈수스로 시작하여 에이즈 예방을 위해 보수 세력과 맞선 독실한 기독교인 보건총감 에버렛 쿱까지, 의학 발전에 이바지한 12명의 이야기를 엮었다. 그러나 모든 인물이 영웅의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고결한 영웅도 있지만, 편협한 인간, 끔찍한 국수주의자도 있다. 의학사의 가장 역동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 그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 보자.

“이단자 파라켈수스가 ‘기적의 치료자’로 불리운 까닭”

바젤 대학에서 추방당한 파라켈수스는 방랑하며 진료와 연구를 계속한다. 그의 연구 결과는 갈레노스와 이븐 시나에 반하는 것이라 의료계에서 그의 악명은 커져만 갔다. 반면 임상의로서 파라켈수스는 ‘기적의 치료자’라 불리며 큰 명성을 얻는다. 그가 기적의 치료자라 불린 이유는 다른 의사와 달리 환자를 자세히 관찰하고 증상의 변화에 따라 적절한 약을 투여했고 사혈 요법 같은 무의미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파라켈수스가 사용한 약은 아편이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해 파라켈수스는 질병을 치료한 것이 아닌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20세기 초까지도 의사가 실제로 처방할 수 있는 효과 있는 약은 아편, 아스피린, 말라리아 치료제인 퀴닌, 강심제로 사용한 장뇌 정도였다.

따라서 사혈 요법처럼 체액설에 기반한 ‘오히려 해로운 치료’를 자제하고 아편 성분의 약으로 고통을 덜어 주며 몸이 회복하기를 기다리는 파라켈수스의 치료는 19세기 후반의 의사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은 것이었다.

[사진출처=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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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곽경훈은 1978년 겨울, 대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와 여행을 좋아해 소설가와 종군 기자를 꿈꿨다. 인류학이나 의사학(MEDICAL HISTORY)에 관심이 많았고, 역사학자, 연극배우 등 다양한 진로를 꿈꾸었지만 현실적인 고민 끝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현재 동해안 끝자락에 있는 한 도시의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다. 근무가 없는 날에는 체육관에서 주짓수를 배우고 틈틈이 글을 쓴다.

저서로는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의사가 뭐라고』, 『의사 노빈손과 위기일발 응급의료센터』, 『침 튀기는 인문학』이 있다. 최근 저서로는 『반항하는 의사들: 큰글자책,파라켈수스부터 에버렛 쿱까지 세상을 바꾼 12명의 의사 이야기(원더박스, 2022.06.22.)』가 있다.

존경받는 인물은 못 되더라도, 전문직에 수반하는 최소한의 자존심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의사 가운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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