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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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정인호 칼럼니스트] 당신은 I형인가, 아니면 E형인가? 눈치 빠른 분은 바로 캐치했을 것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MBTI 성격유형 중 외향과 내향을 나타내는 말이다. MBTI는 인간을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눈 성격 유형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혈액형 유형론’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고 할까. 어쨌든, 이 MBTI는 요즘 기업과 마케터들 사이에서 시끌시끌한 화젯거리 키워드 중 하나다.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 유재석, 이미주, 하하의 MBTI 성향을 분석한 결과, 유재석과 이미주는 ‘호기심 많은 예술가(ISFP)’, 이효리와 하하는 ‘재기발랄한 활동가(ENFP)’로 나오면서 자신들의 성격이 검사유형 특성에 잘 맞는다며 큰 공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MBTI, 예전부터 있었던 테스트잖아?’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렇다. MBTI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발명되었고 심리학 분야에서 다분히 활용되었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분석 툴이다. 주로 기업 채용 적성검사에서 병원이나 종교단체 활동에서만 쓰이던 그 MBTI가 SNS의 물결을 타고 경직된 테스트의 느낌을 완전히 벗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혈액형 테스트처럼 가볍게 즐기는 이들이 다수였으나, 요즘은 과몰입 유저들이 많아지며 콘텐츠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럼, MBTI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 “저는 내향적이라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저는 감정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인 편이라 사람들에게 위로는 잘 못해줘요. 근데 질문은 많은 편이에요. 그렇다고 계획적인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응 그래 넌 INTP잖아”

복잡하고 불확실한 뷰카(VUCA) 시대, 모든 걸 줄여버리는 MZ세대에게 MBTI는 새로운 자기소개의 ‘슬랭(slang)’이 되었다. 구구절절 수식어가 필요 없이 짧게 네 글자로 축약되는 쿨한 자기소개, 이 경제적인 언어에 MZ세대가 어떻게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

MZ세대는 자기에 대한 특성, 내가 누군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한 자극과 질문을 많이 받은 세대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세~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나’와 ‘타인’에 대한 관심 및 ‘평판’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저연령층일수록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Z세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심리적 고립과 취업도 어려워지면서 전반적으로 자기를 확인할 기회가 줄어들었고, 이런 상황에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6월에는 포털의 MBTI 검색량이 전년보다 20배가량 늘어났다.

‘슬래시족(slashes)’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여러 개의 직업과 신분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로 셀프 셀링 소스로 활용하는 MZ세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명확히 구분짓고 싶어하고, 또 본질적으로 상대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가려내고 싶어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는 MZ세대들의 공용어인 MBTI를 사용하여 자신을 표현한다면, 그것은 셀프 셀링과 동시에 사람을 가려내는 기막힌 셀프 필터로 작용되게 된다. 이들에게 MBTI란, 날 표현하는 슬래시의 한 귀퉁이를 장식해 줄 수 있는 귀중한 정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MBTI를 만든 이사벨 마이어스는 MBTI가 장벽처럼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는 단점이 있음을 인정하며 우려를 표한다. 즉 나를 발견하는 기쁨,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서 동질감과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유형들에 대한 ‘편견’의 색안경을 끼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의 78억 인구를 단 16가지 유형으로 규정하는 것이 어렵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두루뭉술한 말들이라는 의견이 있어 결과를 맹신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MBTI에 대해 깊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상대의 특성을 공감하는 요소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 작품활동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정인호 칼럼니스트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평론가로서 현재 GGL리더십그룹 대표로 있으며,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브릿지경제》, 《이코노믹리뷰》, 《KSAM》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200회 강연을 하고 있으며, 벤처기업 사외 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인호의 강토꼴’을 7년째 재능 기부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아방그로》 채널을 통해 경영, 리더십, 협상, 예술, 행동심리학 등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는 《다시 쓰는 경영학》, 《아티스트 인사이트》, 《언택트 심리학》, 《화가의 통찰법》, 《호모 에고이스트》,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다음은 없다》,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협상의 심리학》, 《HRD 컨설팅 인사이트》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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