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휴먼 인사이트의 요소에는 건강, 사랑, 유대감, 공감, 감정, 갈등, 부부, 친구 등을 말하는 “인간과 정서의 영역”이다. 사람은 늘 과거을 회상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스텔지어”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한 사례가 바로 "뉴욕의 쓰레기 기념품 (Garbage of New York City)” 이다. 필자는 얼마 전 세계 최대의 가전쇼 IFA에 참가하기 위해 베를린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본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는데 모든 기념품 가게에서 시멘트 부스러기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가격은 15유로에서 50~60 유로까지 있었다. 참 어처구니없는 광경이었지만 그 돌 조각이 베르린 장벽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을 듣고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정말 베를린 장벽에서 나온 돌 조각인지 알 순 없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구입을 하고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사례가 바로 뉴욕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관광 도시이자 전 세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 뉴욕! 한번쯤은 뉴요커가 되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보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노을을 맞이하며 타임스퀘어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뉴욕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뉴욕에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바로 쓰레기 문제라고 한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내 뱉는 쓰레기는 하루에 약 4만 톤이라고 하니 상상이 되질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할 때 취직자리가 없어 길거리를 방황하던 한 청년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바로 뉴욕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모아 기념품으로 판매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이다. 저스틴 기넥스(Justine Gignac)라는 젊은 아티스트는 언제부터인가 모든 뉴욕의 기념품에 "사랑해요 뉴욕(I Love New York)”이라는 문구가 쓰이는 것을 주시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뉴욕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뉴욕에서의 추억과 이야기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여행을 마치고 뉴욕을 떠나는 사람들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특별한 기념품을 찾았던 것이다.

뉴욕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특별한 쓰레기 기념품은 사람들에게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게 인식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휴먼 인사이트”의 힘이다. 투명한 플라스틱 큐브에 누군가 길가에 버린 찌그러진 스타벅스 컵, 메트로 카드, 브로드웨이 공연티켓, 영수증, 사탕봉지 등은 뉴욕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나름 섬세하고 까다롭게 엄선해서 골라낸 뒤 깔끔하게 포장한 이 큐브 한쪽에는 “Garbage of New York City”라는 문구와 함께 100% Hand Picked (100% 손으로 주웠음)이라는 문구를 표기했다.

2001년도에 판매를 시작한 뉴욕 쓰레기 기념품은 한 개당 50달러에 팔렸고,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기념 이벤트 쓰레기, 동성결혼 합법화 기념 쓰레기, 2012년 마지막 날 쓰레기, 타임스퀘어 앞 쓰레기, 뉴욕양키즈 챔피언스 리그 쓰레기 등 한정판매로 제작한 기념품은 100달러에 판매 되었다고 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뉴욕하면 떠오르는 막연한 로망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뉴욕을 꿈꾸며 그 이미지와 환상을 사고 싶어 한다는 소비자의 욕망을 명확히 간파한 그는 돈을 주고 치워야 하는 쓰레기를 돈을 받고 파는 아이디어로 승화시킨 것이다. 일 때문에 고향인 뉴욕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뉴욕 쓰레기 큐브를 통해 뉴욕의 추억을 간직하는 것은 과거를 회상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스텔지어” 감정 때문이라 할 수 있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아웃 오브 박스 : 시간·공간·생각·미래를 변화시켜라(다연, 2014)』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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