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 김영희의 육아일기⑩

[한국강사신문 김영희 칼럼니스트] 승우가 백일쯤 되자 보행기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늘었다. 승우와 눈높이를 같이 했다. 어르고 노래해 주면 좋아했다. 그림책도 읽어주었다. 최초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의 개발자는 17세기, 모라비아 교육학자 코메니우스이다. 그는 그림이 들어있는 ‘세계도회’를 만들었다.

감각경험을 통해 사물을 보고 느낀 뒤 그 다음 언어로 배우도록 구성했다. 어린이 그림책에 그림이 삽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이 책보기가 훨씬 편해졌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승우가 6개월 쯤 앉기 시작했다. 그즈음 서점에서 한권의 책을 발견했다. 많은 사진과 그림들이 실려 있는 여행안내 책자였다. 실생활의 축소판이었다. 각종 사물과 지역들이 등장했다. 재질도좋았다. 종이도 얇아 승우가 갖고 놀기에 적합했다. 보통의 유아용 책은 내구성을 위해 책 페이지가 매우 두껍기 마련이다. 그런 책은 승우 혼자 페이지를 넘기며 보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책장을 스스로 넘기는 연습도 시킬 생각이었다. 지체 없이 책을 구입했다. 어른들을 위한 책이었지만, 승우가 보면 오히려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아직 생후 6개월의 꼬맹이였지만, 사물 전체 모습이 담겨있는 그림책을 보는 것은 좋은 자극제였다. 유아용 그림책과 다른 점은 사진들과 그림들이 매우 ‘복합적’인 사물들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축구 경기장 사진이 등장하면, 당연히 거기 앉아 있는 관중들과 흩날리는 깃발, 축구공, 골대 등등이 한꺼번에 찍혀 있었다.

그에 반해 유아용 그림책은 매우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주를 이룬다. 한 페이지에 큰 사과가 하나 떡하니 그려져 있다. 자동차 하나, 호랑이 하나 이런 식이다. 난 아이가 사물과의 관계라는 큰 그림을 보기 바랐다. 예를 들면, 포크라는 단일 물체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포크와 파스타가 함께 있는 그림을 보길 원했다. 그쪽이 더 실생활과 맞닿는 자연스러운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아이에게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좀 더 사실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 6개월인 승우는 책을 보다가도 물고 빨고 찢기 바빴다. 하지만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오감도 발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있는 그림과 사진들을 잠시 시간을 내어 아이가 스스로 바라보고 관찰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손으로 직접 만지며 놀면 훨씬 친숙해진다. 책도 그렇다. 아직 어리니까 만지지 못하리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고사리 손으로도 얼마든지 책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어른처럼 올바르게 앉아 글자를 또박또박 읽지 않아도 좋다.

그 시기에 아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책과 소통하면 된다. 부모는 항상 자신의 아이가 아직 어리고 미성숙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는 기대와 칭찬을 해줘야 한다. 너무 큰 기대를 해서도 안 되고, 아이가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소통 방식에 격려를 보내야 한다. 수많은 육아서, 교구, 책 등이 쏟아져 나오지만 자기 아이에게 다 맞는 건 아니다.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아기들은 생후 6개월 정도부터 손으로 물건을 잡는다. 승우가 앉기 시작하자 나는 서점에서 구입했던 그 여행 책자를 보여줬다. 아니나 다를까 유아용 책보다 그걸 더 좋아했다. 단편적인 이미지의 열거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언어도 통 문장을 구사하듯 그림도 통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선호도에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더 선호하는 쪽으로 가면 된다. 혹자는 아이를 마냥 어린 존재라 생각해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며 섣불리 규정하려 한다. 옳지 않은 방식이다.

아이를 한 인격체로 대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귀한 손님이나 친구처럼 대하면 된다. 만약 외국에서 귀한 손님이 왔다고 치자. 어떻게 대할까? 그들에게 한국을 알리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서울에 있다면 고궁에도 가고, 명동 혹은 강남 거리를 소개하거나 인사동에도 같이 가보는 등 공을 들일 것이다. 이 세상에 처음 온 아기라는 손님에게도 그렇게 대해 주자. 그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 참고자료 : 김영희의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가나북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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