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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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중학교 때 친구 집에서 시험공부를 종종 했다. 앉자마자 공부하는 나와 달리 친구는 책상 정리에 공을 들였다. 성격이 깔끔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공부가 하기 싫어 미루는 거였다. 느린 속도로 정리를 마친 그녀는 다음으로 계획표를 만들곤 했다. 정리와 계획 수립하느라 지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나는 한 과목 공부를 끝마쳤다.

무언가를 할 때 자꾸 미루면 뇌는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잃고 지친다.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시작부터 해야 한다.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의 작동 흥분 이론(work excitement theory)에 의하면, 일단 일을 시작하면 뇌의 측좌핵 부위가 흥분하기 시작하여 관심과 재미가 없던 일에도 몰두하고 지속할 수 있게 된다. 미루거나 머뭇거리는 순간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우리 뇌는 시동이 걸리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와 같다. 뭔가를 시작해야 뇌가 활성화하고 일단 시작하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공부나 글쓰기처럼 하기 싫은 일, 힘든 일을 하기 위해서는 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는 기계처럼 일단 시작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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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꾸준히 하기 어려운 습관, 리추얼을 많이 가지고 있다. 매일 새벽 4시에 기상해서 명상과 글쓰기를 한다. 아침마다 셀프칭찬과 긍정 확언을 적고 오전에 2시간가량 운동하며 하루에 2.5L 이상 물을 마신다. 저녁은 샐러드 위주로 간단히 먹고 야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저녁 산책 후 그날 있었던 일 중 세 가지를 골라 감사일기를 쓰고 독서를 하면 하루가 끝이 난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20년 넘게 유지해온 것들이다. 그 비법은 생각하지 않고 기계처럼 움직이는 데 있다. 매일 새벽 알람을 들으면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고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난 다음, 컴퓨터를 켜 잔잔한 음악을 틀고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을 잘 쓰건 못 쓰건 신경 쓰지 않고 쓰는 행위에 의의를 둔다.

운동하기 싫은 날이면 ‘10분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우선 집을 나선다. 나가서 걷기 시작하거나 운동 센터에 가면 신기하게도 한두 시간은 거뜬히 운동한다. 시작 버튼을 누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작동만 하면 늘 해오던 대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습관과 리추얼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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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했던 것들도 꾸준히 하면 ‘하기 싫다, 어렵고 힘들다.’라는 생각과 감정을 넘어서 무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운동할 때 두 발이 트레드밀에 닿으면 자동으로 움직이듯이 글 쓸 때는 손가락이 키보드를 만나면 알아서 움직인다. 의식적인 노력인 리추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의 습관이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 반복하면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할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 잘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그것이 잘 되면 연관된 다른 걸 시작한다. 예를 들어 물 2L 마시기가 되면 만보 걷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작게 시작하기와 아무 생각 없이 기계처럼 반복하기,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한다면 누구나 원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은영 칼럼니스트는 국제뇌교육대학원 석사를 취득한 국가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다. 일류두뇌연구소 대표이자 온라인 프로그램 ‘체인지U 스쿨’을 운영 중이다. 한국뇌과학연구원에서 발행하는 뇌교육 전문 잡지 『브레인』의 칼럼도 쓰고 있다. 뇌교육과 부모교육 전문강사로 15년 동안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글쓰기, 책쓰기, 습관코칭, 감정코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강의와 저술 활동으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리는 중이다.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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