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가치 있으니까”

[사진출처=고즈넉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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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들여다보며 외모를 점검하는 모두에게 바치는 소설, ‘스키니’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괴상한 도시, ‘파인 시티’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스키니 시티: 임선경 장편소설(고즈넉이엔티, 2022.08.05.)』이 출간됐다.

주인공 아리하가 살고 있는 파인 시티는, 지도자 굿펠로의 정책에 따라 ‘아름다움’을 최고 가치로 여기고 모두가 아름다워지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한다. 모든 시민은 열여덟 살이 되는 해 외모 등급을 부여받는데, 이 등급이 곧 삶의 질을 좌우한다.

‘등급’이라는 가치만 빼면, 독자들은 이 ‘파인 시티’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아챌 것이다. 외모로 개인을 판단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등급을 나누며 그것이 곧 삶 전체를 좌우한다는 것에 우리는 이미 익숙하다.

『스키니 시티』는 이러한 관념에, 굿펠로의 캐치프레이즈를 통한 본격적인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그것의 전파력과 위험성을 드러낸다. ‘먹느냐 먹지 않느냐’가 마치 ‘사느냐 죽느냐’처럼 대단한 문제로 여겨지는 파인 시티 시민들의 삶을 관찰하고 오직 아름다움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인간이 어떤 식으로 무너지는지, 그 끝이 얼마나 무가치하고 허망한지를 알려준다.

아리하의 쇼핑백 속에 은밀하게 날아든 씨앗처럼,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더 개인적이고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찾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름답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가치 있으니까”

『스키니 시티』는 아름다운 인간만이 가치 있으며, 모든 인간의 목적은 오직 아름다움이어야 한다는 소설 속 인물 ‘굿펠로’의 폭력적인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소설이다. 파인 시티 속 모든 시민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높은 구두를 신고 피부 주사를 맞는다.

매끈한 머릿결은 기본이고 오뚝한 코와 달걀 같은 얼굴형을 위해 성형도 필수다. 오직 S 계급을 위해. 굿펠로의 캐치프레이즈는 소설 속 설정이라고 하기 무색할 만큼 지금 현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것은 분명한 폭력이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노동 외에, 부차적인 가치를 위한 모든 행위에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외모’를 필수적인 조건으로 여기는 사회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소설은 독자들에게 그런 것에 결코 익숙해지지 말라는 재밌는 경고장을 보낸다.

소설은 최고 외모 계급을 가진 인물 ‘나냐’를 통해, 인간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그 포기한 것들이 어떻게 삶의 한구석을 서서히 부식시키고 종국에는 삶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란 단순히 손발톱과 머릿결을 가꾸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이 그러한 폭력에 반감을 가질 수 있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자신감의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동시에 내가 삶의 전반에 걸쳐 얻고자 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저자 임선경은 재미가 있어야 의미도 있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학교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썼다. TV 드라마 〈신세대보고 어른들은 몰라요〉, 〈이것이 인생이다〉, 〈사랑과 전쟁〉 극본을 썼고 〈어리 이야기〉, 〈팡팡 다이노〉 등 여러 편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썼다. 드라마 작가, 시나리오 작가, 동화 작가지만 무엇보다 소설가로 불리기를 원한다.

장편소설로 『빽넘버』와 『나는 마음 놓고 죽었다』가 있다. 『스키니 시티』는 작가의 세 번째 소설이다. 『빽넘버』로 제2회 대한민국전자출판대상 작가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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