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주미 칼럼니스트] 한때 C사의 가방이 갖고 싶어 백화점에서 한참을 만져보고 들어 보며 특별한 날 나를 위한 선물로 구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왜 그런 비싼 명품 가방을 가지고 싶어 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난 이 정도는 들 수 있는 사람이야’를 나타내기 위해,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마음을 이해하고 나니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명품 가방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인 수준은 생각하지 않은 채 무리를 하면서까지 명품 가방에 집착하는 여성이 많다. 이들은 그 가방이 기능적으로 필요해서 구입하기보다는, 명품이 은연중에 드러내는 ‘사회적 지위’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나는 이 정도 경제적 수준은 갖춘 여자’, ‘있어 보이는 여자’ 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월급의 몇 배에 이르는 명품 가방을 구입한다.

외적인 모습을 보고 상대를 평가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들은 명품 가방을 들 때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마치 가방 하나가 그 사람의 사회적 능력과 생활수준을 드러내는 중요한 척도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 속 우리의 통장 잔고다. 명품 가방을 몇 개씩 사고도 여유로울 정도의 재력이라면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빠듯하게 살아가는 미혼 여성이나 아기를 키우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워킹맘에게는 그런 고가의 가방을 사는 일이 꽤 무리 일 것이다.

K양은 ‘명품 가방 모으기’라는 다소 독특하고 비싼 취미를 즐겼다. 실제로 그녀의 집에는 오래 전부터 구입한 명품 가방이 브랜드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녀는 새로운 가방을 살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 게 자랑을 늘어놓았는데, “이게 요즘 나온 컬렉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야. 예쁘지?”라며 부러움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푸석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 질끈 묶은 머리,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명품 가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집에서 막 나온 것 같은 차림새에 신상 명품 가방을 들고 있으니 아무도 그녀의 가방을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큰돈을 들여 명품 가방을 사 모으는 대신, 좀 더 자신의 모습에 애정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자에게 있어 명품 가방을 사는 일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여 주고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좋은 선물을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비루한 현실에서 만난 잠깐의 오아시스랄까? 하지만 기본적인 외모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모습으로는 명품을 들어도 도무지 맵시가 나지 않는다. 물론 명품 사는 일을 비하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명품을 가짐으로써 외모를 관리해야 하는 ‘기회비용’까지 희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정작 나에게 필요한 관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라는 의미다.

필라테스 강사이자 피부 미용 전문가로 알려진 샤샤 킴은 한때 통통한 몸매 때문에 콤플렉스가 심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만족스럽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명품 옷으로 커버하려고 했지만, 꾸준한 운동과 식이 요법으로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고 나서는 비싸지 않은 옷을 입어도 명품 옷을 입었던 과거보다 훨씬 더 스타일이 살아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또 외모를 관리하는 데 있어 어떤 사람들은 “그럴 만한 돈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냉철하게 따져보면, 점심 식사 후 마시는 브랜드 커피를 몇 잔만 줄여도 한 달에 한 번 피부 관리를 받을 수 있고, 습관적으로 먹는 야식이나 주말 술값만 줄여도 두세 달에 한 번은 미용실에 가 기분 좋게 헤어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 외모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 그리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내가 가진 소중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지 면밀히 계획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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