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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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남인숙 칼럼니스트] Q.저는 2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취업 준비 과정을 거쳐서 직장생활을 한 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사이 직장을 다섯 번이나 옮겼고, 지금 직장도 무척 힘들어서 요즘은 우울감이 심해져서 몹시 힘이 듭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어두운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친구들과 잘 지냈고 아무런 문제 없이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에도 적응을 잘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막상 취업을 하고 나니, 저는 무능력하고 직장에서 매일 혼나기만 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저라는 사람 자체가 위축되고 친했던 친구들과도 관계가 멀어졌습니다. 사회생활이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남들도 다 사회생활이 이렇게 힘든가요? 저는 그냥 사회 부적응자인 걸까요? 이런 사람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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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처음 사회생활 시작하시는 게 힘든 건 맞죠.

사실 뭐든지 처음인 건 다 어렵고 힘들어요. 사회에 나가서 처음으로 돈을 버는 건 지금까지하고 완전히 인생이 달라지는 일이거든요. 지금까지도 살면서 처음인 게 많았겠지만, 사회생활 시작하면 그냥 다른 세상에 다시 한번 태어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제가 나이가 꽤 많아도 살다 보면 처음인 일은 계속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은 이유는 경험적으로 처음엔 다 서툴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걸 못하니까 내가 무능력한 게 아니라, 처음이라서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는 습관이 드니, 뭘 시작하면서 못하는 게 그렇게 타격이 되지 않더라고요.

시작할 때는 일단은, 자기 자신을 믿으면서 꾸준히 노력해보는 수밖에 없어요. 사람이 대부분이 자기 자신의 느낌보다는 빨리, 그리고 잘 적응해요.

그런데, 지금 사연을 보내신 사연자님은 좀 제가 걸리는 게 있어요.

‘사회생활 하기 전에는 인간관계가 좋고 두루 잘 지냈다.’

‘직장생활 시작한 후부터 우울감이 시작되었다.’

‘회사를 짧은 기간에 여러 번 옮겼다.’

‘직장에서 매일 혼났다.’

이런 점이 성인 ADHD 증상이 이런 특성과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정확히 확인하려고 신경정신과 의사분께 문의해 봤습니다.

생각보다 성인 ADHD 환자분이 굉장히 많고, 2, 30대 사회생활 시작하고 얼마 안되고 나서 우울증 걸리신 분들이 성인ADHD인 경우는 한 번쯤 의심을 해 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ADHD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뜻하는 증상으로 집중력과 주의력을 담당하는 뇌 기능이 떨어져서 일어납니다. 어린 시절에는 아직 뇌가 성장이 덜 돼 있으니까 주의력을 담당하는 기능도 떨어져서 그러는 경우가 많죠. 어른이 되고 뇌도 성장을 하면 그런 증상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근데 어릴 때 ADHD가 있었던 사람 중에서 50~60% 정도는 그 증상을 그대로 가지고 어른이 된다는 거예요.

어른이 되면서 사회화 과정을 거쳤으니 어릴 때처럼 표현은 이제 안에요. 그래서 겉으로는 티는 안 나고 자기 자신도 미처 생각 못 하는데 성인으로서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데에 지장이 있는 거죠.

이게 학생 때까지는 대체로 괜찮아요. 자기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은 바짝 잘할 수도 있고

똑똑한 사람은 또 나름대로 능력 발휘를 합니다. 자기가 ADHD 증상 때문에 엄청나게 불편할 일이 그렇게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 사회생활 시작하면 달라져요.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내가 맡은 일만큼은 집중해서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게 사회생활이에요. 실수라는 걸 기본적으로 하면 안 돼요. 실수를 해서 상사나 동료에게 혼나고 위축되는 경험이 계속 반복되면 우울증이 생기고, 사회공포증이 생길 수도 있어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전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성인 ADHD 연구회’ 자료에 나와 있는 것입니다. 성인 ADHD는 그냥 좀 산만하고 실수를 잘하는 것, 그걸로 끝나지 않고 여러 가지 다른 병들도 같이 와요. 85%가 다른 질환을 같이 가지고 있다고 해요. 그중에서 가장 비율이 높은 게 ‘사회공포증’이에요. 약 30% 정도라고 해요. 그 다음으로 흔한 게 간헐적 폭발성장애와 우울증입니다.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이런 증상이 시작된 젊은 분들, 성인 ADHD 때문에 그런 가능성이 꽤 있고, 또 치료가 가능하니까 의심이 가면 신경정신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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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지금부터 제가 어느 정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증상 체크리스트 알려드릴게요.

1. 시간 관리를 잘못해 지각이 잦고 시간 내에 해야 할 일을 마치지 못한다.

2. 해야 할 일을 자주 깜빡하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며, 실수를 자주 한다.

3. 정리 정돈을 잘하지 못하고 물건 둔 위치를 잊어버린다.

4. 작업 순서와 방법을 체계적으로 계획하지 못해 일 처리가 오래 걸리거나 잘 끝마치지 못한다.

5. 상대방 이야기를 들을 때 딴생각이 나서 이해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이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거나 자기 말만 한다. 생각 없이 말해 말실수를 잘한다.

6. 가만히 앉아있는 게 힘들다.

7. 충동적으로 필요 없는 물건을 사고 금방 싫증을 낸다.

8. 과속, 신호위반 등 충동적인 운전 습관이 있다.

9. 술, 약물, 도박, 게임, 위험한 성관계 등에 중독되어 있다.

10. 지루한 작업을 견디지 못하고 일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11. 사소한 일에 크게 화를 내고 곧바로 후회하는 행동이 반복된다.

12. 이 증상들을 보면서 ‘누구나 다 이런 거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이 리스트들 보니까 평범한 사람들도 다들 한두 가지쯤 가진 특성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저 사람 참 성질 급하네’ 아니면 ‘저 친구 원래 덜렁대’ 이러고 말 일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발견하기도 힘든 거죠. 근데 이런 특성들이 많이 나타나고 그게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다, 그리고 우울이나 사회 기피증으로 결과가 이어진다, 이러면 나 자신을 좀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검사를 해서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면 약물치료랑 인지행동치료를 받거나 할 수 있어요. 성인 약물치료를 해서 효과를 보는 비율이 50~80% 정도라고 해요.

이거 조심하셔야 할 게 사연자님이 성인 ADHD다, 이렇게 제가 진단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제가 의사가 아닐뿐더러, 의사라고 해도 이런 부분적인 사연만으로는 알 수가 없어요. 가능성을 열어두시고 한번 알아보시라고 권하는 것일 뿐이에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힘들고 아픈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초반에 말씀드렸듯이 자신을 믿고 익숙해지면 분명히 좋아져요. 우리 사람이요, 생각보다 나를 내 맘대로 잘 못해요. 그걸 조금씩이라도 해나가면서 내 한계도 깨닫고,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다고 확인하고, 그런 게 바로 성장입니다. 이 칼럼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내적 성장으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남인숙 칼럼니스트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이다. 2004년 출간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시리즈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8개국에서 380여 만 부가 팔려나가면서 1세대 한류 작가이자 ‘아시아의 여성 멘토’로 부상했다. 이후 인생과 여성에 대한 명료하고 유쾌한 조언을 담은 저술과 강연활동 등으로 한국과 중국 등에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저서로는 에세이 <여자의 모든 인생은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1,2>,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나는 무작정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내 마음의 구급상자>, <서른에 꽃피다>,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남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소설 <안녕,엄마>, <인공태양> 이 있다.

<MBC TV특강>, EBS <숨은한국찾기>, MBN <동치미>, KBS <명사들의 책읽기>, SBS <이숙영의 파워FM>, <책하고 놀자>, MBC<정오의 희망곡> 외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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