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타내는 그림. 동국진체, 추사체, 그리고 연암과 다산의 글씨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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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마음을 나타내는 그림. 동국진체, 추사체, 그리고 연암과 다산의 글씨 『문안 편지 한 장으로 족합니다: 고문서와 옛 편지에 관한 에세이, 독사수필 讀史隨筆』이 출간되었다.

“말은 마음의 소리이고 글씨는 마음의 그림이다. 소리와 그림의 형태로 군자와 소인이 드러난다.”

중국 한나라 양웅의 『법언(法言)』에 나오는 말이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글씨를 마음의 그림, 즉 마음이 형상화된 것으로 보았다. 글씨에 대한 생각이 이러했기 때문에 안부를 묻는 간단한 내용의 간찰에서도 성정이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이 책은 간찰과 고문서를 통해 조선시대의 역사, 정치, 문화, 생활을 살펴보지만 단순히 간찰과 고문서의 내용과 그 해설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특히 1장 「간찰로 글씨를 읽다」에서는 간찰 속에 나타난 역사적 배경, 편지 발신인과 수신인의 사연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조선 고유의 서체인 ‘동국진체’,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추사체’, 연암 박지원의 생동감 넘치는 서체,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이른바 실용적인 서체 등을 간찰의 내용과 함께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간찰과 고문서의 실제 유물을 생생히 볼 수 있도록 해당 도판을 모두 싣고 있으며, 1~3장은 간찰을 소재로 하였기 때문에 각각의 편지에 쓰인 주인공의 필체를 빠짐없이 느껴볼 수 있다. 그런데 1장에서는 더 나아가 글씨에 대한 편지 주인공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송하 조윤형은 정조로부터 재능을 인정받고 당대에 표준이 되는 글씨를 구사한 인물이다. 그는 옥동 이서, 공재 윤두서, 백하 윤순, 원교 이광사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고유의 서체, 즉 동국진체의 맥을 잇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글씨를 쓰는 사람으로는 첫째로 경홍景洪(한석봉)을 칩니다. 그런데 백하白下(윤순)가 손가락과 팔뚝 사이의 기운을 펴내는 삼매경도 역시 좋지 않습니까?” -19쪽.

연암 박지원은 족손에게 보낸 편지에서 윤상서체가 비록 벼슬하는 사대부들의 모범이 되기는 하지만 대가의 필법은 아니라고 주의를 주었다. 김수항이나 윤급의 글씨가 우아하기는 하지만 풍골이 전혀 없어서 대가의 필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박지원의 글씨는 어떠했을까?

저자는 일필휘지로 써내려 간 그의 글씨에서 힘이 있으면서도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연암 박지원의 글씨를 ‘기운생동’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한다. 조선시대 글씨와 학문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글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그들의 글씨도 느껴볼 수 있는, ‘책 속의 서예작품 전시관’이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역사비평사]
[사진출처=역사비평사]

저자 김현영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국사편찬위원회에 근무하면서 조선시대사와 고문서학을 공부했다. 1999년, 2003년에는 그동안 공부해왔던 연구를 정리하여 『조선시대의 양반과 향촌사회』(집문당, 1999),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시대 사회사』(신서원, 2003)로 간행하였다.

근래에는 『동사강목』을 저술한 역사학자 순암 안정복의 자료를 정리하여 그 성과를 발표했고(『순암 안정복의 일상과 이택재 장서』, 성균관대 출판부, 2013), 박제가나 통신사와 같은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선진적 인물들에 대해서도 공부하였다(『통신사, 동아시아를 잇다』,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3; 『초정 박제가 연구』, 사람의무늬, 2013).

최근에는 간찰 강독의 성과를 모은 글들을 기획 편집하여 펴냈다(『내가 읽은 옛 편지』, 도서출판 다운샘,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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