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를 만들고 사용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문치주의의 숨은 공신들 이야기

[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조선은 왜 그토록 많은 금속활자를 만들었을까? 조선 활자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저자 이재정의 『활자본색: 우리가 몰랐던 조선 활자 이야기(책과함께, 2022.07.29.)』가 출간되었다.

우리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적어도 200여 년 앞서 만들어진 고려 금속활자는 우리의 자부심으로 남았다. 한데 이런 고려 금속활자의 그늘에 가려져 조선시대 문치주의의 바탕이 되었던 조선의 금속활자들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조선시대에 금속활자는 수십 차례에 걸쳐, 수백만 자 이상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82만여 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20년 넘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 활자를 정리하고 연구해온 이재정은 이토록 많은 활자가 보존되어 있는 예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하고 독특한 것이라 말한다. 그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시대 활자를 조명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

《활자본색》은 조선시대에 그토록 많은 금속활자가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조선시대에 활자가 가진 의미와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조선시대 활자의 변천사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활자를 만들고 사용했던 사람들은 누구였는지를 추적해나가며 조선시대 활자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책이다.

“활자를 만들고 사용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문치주의의 숨은 공신들 이야기”

활자를 만들고 책을 찍기까지는 여러 공정과 기술자가 필요했다. 판을 짜는 사람, 종이를 만드는 사람, 인쇄를 하는 사람 등 이들은 ‘문치주의의 숨은 공신들’이라 할 만하다. 활자와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일화도 흥미롭다.

예컨대 조선시대 책의 교정방식은 오늘날과 비슷하여, 교정지를 인쇄해 틀린 글자에 붉은 먹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 줄을 연결하여 맞는 글자를 적는 식이었다. 책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선시대에는 오탈자에 대한 처벌이 가혹하여 정조는 가장 아꼈던 신하 정약용이 책의 편찬을 잘못했다고 파직했고, 책에 오자를 내거나 인쇄 상태가 나쁜 경우에 태형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었다.

이 외에도 갑인자 제작에 세종대의 각종 과학기기를 발명했던 장영실이 참여했다는 사실, 활자 제작자들의 기록을 활자보관장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이야기 등이 《활자본색》에 풍성하게 담겨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활자를 연구해오면서 활자에 숨은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었고, 이를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밝혀지지 않은 기록이나 빈틈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채우기도 했고, 다소 도발적인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방대한 사료 연구와 활자의 실물을 오가며 서술한 것이기에 충분한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지은이 바람대로 이 책을 통해 다양하고 열린 시각으로 활자에 대해 질문하고 해답을 찾으려는 독자들을 만나길 기대한다.

[사진출처=책과함께]
[사진출처=책과함께]

저자 이재정은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으로 일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금속활자를 연구해왔으며, 조선시대 출판 문화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재 이름도 모르면서》, 《친절한 생활 문화재 학교》, 《조선출판주식회사》, 《친절한 우리 문화재 학교》, 《의식주를 통해 본 중국의 역사》, 《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오랑캐의 탄생》, 《왕 여인의 죽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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