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의 태동기부터 신유박해까지 탄압과 순교의 역사 뒤에 가려진 절체절명의 시간을 생생하게 되살려내다

[사진출처=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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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정민 교수의 한국 교회사 숨은 이야기(김영사, 2022.07.31.)』가 출간되었다. 우리 시대 대표 고전학자 정민 교수가 완성한 18세기 조선사 연구의 기념비적 저작! 서학의 태동기부터 신유박해까지 탄압과 순교의 역사 뒤에 가려진 절체절명의 시간을 생생하게 되살려내다.

조선 지성사를 깊이 탐구해온 정민 교수가 1770년대 중반 서학의 태동기부터 1801년 신유박해까지 집대성한 초기 천주교회의 역사. 치밀한 연구와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천주교계와 학계에 답습되어온 오류를 바로잡았고, 새롭게 발굴·소개하는 문헌과 방대한 사료, 상세한 각주를 통해 서학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총망라했다.

수용, 전파, 박해, 순교라는 단선적인 도식으로는 서학이 조선 사회에 끼친 영향을 면밀히 읽을 수 없다. 조선을 관통한 서학, 서학이 일으킨 소용돌이를 은폐되고 검열된 자료의 행간에서 입체적으로 복원한 역작이다.

맥락과 행간을 살펴야 하는 초기 교회사의 실상을 밝혀내기 위해 정민 교수는 《송담유록》, 《눌암기략》 등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한 자료들을 재조명해 다른 문헌과 정밀하게 교차 검증했다.

1천 개가 넘는 주석을 붙여 논거를 분명히 제시했고,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사학징의》, 《상재상서》 등 천주교 관련 주요 문헌의 번역과 주석 작업도 진행했다. 홍유한·황사영·김범우 후손가에 전해오는 족보, 호구단자, 간찰 문서 등 문중의 자료를 열람해 면밀히 검토했고, 《고려치명사략》, 《백가보》 〈신미년백서〉 등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은 외국 도서관을 수소문해 찾아냈다.

이러한 집요하고 끈질긴 연구 끝에 다산 정약용이 1795년 주문모 신부 실포 사건 당시 신부를 탈출시킨 장본인이자 사학 세력을 근절하라는 밀명을 받고 초기 천주교회의 주역인 이존창을 검거한 당사자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증명했다.

또한 배교를 공언한 정약용의 글씨가 순교자 윤지충·권상연의 무덤에서 출토된 이유, 조선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이 남긴 배교 선언문에 대한 정교한 해석, 70여 년간 성전(聖典)으로 대접받아온 《성교요지》, 《만천유고》의 정체 등, 이 책은 학문적 객관성과 엄정성을 토대로 서학의 총체적 진실에 다가서고자, 천주교계와 학계를 통합하는 중간자적 시각으로 역사의 사각지대를 조명했다.

수용, 전파, 박해, 순교라는 단선적인 도식으로는 서학이 조선 사회에 끼친 영향을 면밀히 읽을 수 없다. 조선을 관통한 서학, 서학이 일으킨 소용돌이를 은폐되고 검열된 자료의 행간에서 입체적으로 복원한 기념비적 저작이다.

저자 정민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다함이 없는 보물’ 같은 한문학 문헌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우리 시대 대표 고전학자. 조선 지성사의 전방위 분야를 탐사하며 옛글 속에 담긴 깊은 사유와 성찰을 우리 사회에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살핀 《비슷한 것은 가짜다》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 《고전문장론과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을 다각도로 공부한 《다산과 강진 용혈》 《다산 증언첩》 《다산의 제자 교육법》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등이 있다.

18세기 지성사를 파고들어 《고전, 발견의 기쁨》 《상두지》 《나는 나다》 《열여덟 살 이덕무》 《잊혀진 실학자 이덕리와 동다기》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미쳐야 미친다》 등을 썼고, 청언소품집으로 《점검》 《습정》 《석복》 《조심》 《일침》 등이 있다. 이 밖에 조선 후기 차 문화사를 총정리한 《한국의 다서》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산문집 《체수유병집-글밭의 이삭줍기》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어린이를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등 다수의 책을 썼다.

다산 정약용의 청년기와 천주교 신앙 문제를 다룬 《파란》을 집필했고, 조선에 서학 열풍을 일으킨 천주교 수양서 《칠극》을 번역해 제25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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