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 있고 근성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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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혼자 하는 클라이밍부터 같이 하는 여자 야구까지, 무엇이든 붙들고 올라가는 몸치의 운동 격파기. 일을 하고 아기를 낳고 가정을 돌보는 동안 시나브로 망가지고 무뎌진 몸을 어느 날 건강검진에서 알게 되었다.

흐물흐물해진 몸을 어찌할 바 모르던 그때, 아버지가 권한 클라이밍. 짧은 시간에 성취감을 주는 클라이밍이 의외로 재밌었다. 몸의 변화는 자세의 변화를, 태도의 변화를, 마음의 변화를 가져왔고 마침내 지민은 매일 운동하는 사람이 되었다.

한겨울에도 땀을 흠뻑 흘린 뒤 개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완전히 혼자가 되어 한 발짝씩 디디는 클라이밍의 세계로부터 “마이볼!”을 크게 외치며 팀 경기의 맛을 알아가는 여자 야구까지, 지민의 운동은 매일 계속되고 확장된다. 그리하여 다시 청소년이 된 것처럼 그동안 멈춘 것만 같았던 인생의 움직임을 느낀다. 성장의 맛을 알아간다.

“악착같이 버티고 붙잡았다. 처음엔 전혀 안 되던 동작이 어느 날부터 되기 시작했다. 다시 성장기 청소년이 된 것 같았다”

누구나 건강하고 싶다. 다만 시간이 없고 할 일은 많은 바쁜 현대사회에 살다 보면 운동과 차츰 멀어지고 마는 것이지. 작가 지민도 매일 회사를 다니며 몸을 돌보지 못하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슬프고 괴롭고 게다가 몸치인데도,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몸뿐 아니라 생각도 달라졌다.

이제는 시간이 나면 암장에 가고, 가족들과 함께 거대한 바위에 오르고, 일요일이면 여자 야구 리그에서 선수로 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떻게 운동을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리고 운동이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일종의 태도에 가깝단 걸 깨닫게 된다.

“근력 있고 근성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일까, 작가 지민의 인터뷰에는 인터뷰이의 삶이 유독 잘 드러난다. 〈붙들고 올라가기〉에는 작가 지민과 함께 운동하는 여성 동료 3인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클라이밍을 통해 직업을 포함한 삶이 완전히 바뀌었고 인생이 백 배쯤 행복해졌다고 말하는 신예은,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끈끈한 운동이 좋아 야구를 시작했다는 명진, 그 어떤 일정보다 운동이 우선이라는 60대의 근력 투자자 스텔라. 지민과 다른 여성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각자 운동을 얼마나 삶의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는지, 이를 통해 어떤 기쁨을 찾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어느새 이렇게 허물어진 나도 운동으로 삶이 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운동이 궁금했던 사람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기대하는 사람이 된다. 〈붙들고 올라가기〉의 놀라운 효능이다.

이 책은 이다 작가가 발행한 화제의 메일링 서비스 〈일간 매일마감〉의 인기 코너 〈붙들고 올라가기〉를 일부 수정하고 많이 새로 써서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저자 지민의 《붙들고 올라가기: 슬픈 몸치의 운동 격파기(왼쪽주머니, 2022.08.05.)》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왜들 그렇게 벽에 붙어 있는지,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엔 재미가 붙어 있다. 완등 후 뒤돌아본 풍경엔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장면이 담긴다. 주말을 산에서 보낼 마음은 아직 없지만, 아주 조금은 자연암벽에 다시 매달려보고 싶어졌다. --- 「바위에 붙다」 중에서

[사진출처=왼쪽주머니]
[사진출처=왼쪽주머니]

저자 지민은 서울에서 자랐다. 구름사다리에 매달려 내려올 줄 모르던 어린이는 피곤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암장에 나가는 어른이 되었다. 몸을 움직이면서 깨달은 게 많아 책도 썼지만 아직도 몸 쓰기는 어렵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좋다. 오래 일하고 싶어서 오늘도 운동하러 간다. 다큐멘터리 〈개청춘〉과 〈두 개의 선〉을 연출했고, 〈일간 매일마감〉에 술과 운동 에세이를 연재했다. 그림책 《내가 사랑하는 방법》과 그래픽노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정의를 향한 여정》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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