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장한별 칼럼니스트] 직업적 특성상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강의를 하다 보니 끼니를 제시간에 먹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체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기에 영양 주사제를 즐겨 맞는다. 사건이 터진 그날도 여지없이 몸이 피곤해 비타민 주사를 맞으러 M피부과에 들렀다. 1회에 4만원인 비타민 주사를 10회 결제 시 1회를 더 추가해 주겠다는 말에 현혹되어 40만원의 거금을 들여 패키지를 끊었다.

주사실에 누워 잔뜩 긴장한 채 떨고 있는데 간호사는 연신 내 팔을 살피며 혈관 찾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팔을 몇 번 팡팡 두드려 보더니 주사 바늘을 찔렀다. 순간 나는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무 아팠다. 평소에 맞던 주사의 느낌과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주사를 잘못 찌른 것이다. 내 혈관이 약한 탓에 혈관 찾기가 힘들다고 연신 투덜대며 다른 팔에 주사를 찔렀다. 그러나 결국 혈관을 제대로 찾지 못해 내 양 팔과 양 손목은 너덜너덜 멍투성이가 되었다.

나는 너무 아프기도 했지만 사과 한마디 없이 나의 약한 혈관 탓을 하는 간호사가 얄미웠다. 결국 벌떡 일어나 팔을 움켜쥐고 환불을 요청했다. 병원의 실장으로 보이는 직원이 다가와 결제한 카드를 취소 해주고 사과 한 마디 없이 나를 돌려보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서비스접점은 고객이 보내는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나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간호사와 실장의 태도이다. 그들이 간과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첫째, 잔뜩 긴장해서 누워 있는 내가 안절부절 못하며 보냈던 비언어적 신호다.

비타민 주사를 평소에 맞아 봤다고는 하지만 주사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공포를 느낀다. 주사실에 누워서 주사를 기다리고 있자면 손에서 식은땀이 나고 간호사의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이 곤두선다. 그런데 간호사는 주사실에 들어와서 긴장한 내가 보내는 신호는 무시한 채 자신의 할 일만 열심히 했다. 주사를 놓아주기 전에 긴장한 환자를 먼저 안심시키고 공감해 주는 일이 선행됐어야 했다. 그랬다면 주사 바늘이 잘 못 들어가 양 팔에 멍이 들었을지라도 주사를 잘 못 찌른 간호사를 탓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째, “악!”하고 소리를 질렀던 언어적 신호다.

주사 바늘이 잘 못 들어간 것을 탓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 아픔과 불편함을 공감해 달라는 일종의 발악이다. 그런데 간호사는 나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해 주기보다는 약한 혈관 탓만을 했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서까지 그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 한마디는 “많이 놀라셨죠? 제가 좀 더 신경 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였다. 그러나 적반하장으로 “환자분 혈관이 너무 약하시네요.”라며 내 탓으로 돌렸다. 아무리 혈관이 약할지라도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내 고통을 먼저 헤아려 줬어야 했다. 간호사의 그런 핑계와 책임전가의 모습에 화가 나서 내 혈관이 약하다는 것을 더욱 더 인정하기 싫었다. 결국 환불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었다.

셋째, 팔을 움켜쥐고 환불을 요청했던 마지막 신호다.

환불 요청은 그들에게 주는 마지막 만회 기회였다. 그들은 고객의 진정한 뜻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나는 멍투성이의 팔이 문제가 돼서 환불을 요청한 것이 아니다. 끝까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나의 심정을 헤아려 주지 않는 그들이 괘씸해서 환불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고 본인들의 할 일에 충실했다. 카드를 취소해 주는 일. 그것이 진정 그들이 할 일 이던가? 그들은 카드 취소 이전에 나에게 사과를 하고 내 심정을 보듬어 주는 일을 먼저 했어야 했다. 그들은 진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즉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내가 보낸 신호를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꿋꿋하게 제 갈길 갔고 나와의 인연은 그날로 끝이 났다. 고객들은 갑자기 컴플레인을 하거나, 갑자기 환불을 요청하거나, 갑자기 불쾌감을 호소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갑자기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불만을 말하기 전에 이미 직원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신호를 보내온다. 이 신호를 센스 있게 알아차리는 것이 서비스 직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고객들이 불만을 가지기 전 보내는 여러 가지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아주 사소한 불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돌아오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병원 뿐 아니라 어느 서비스 업장이든 직원들은 바쁜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들이 회사 내에서 처리해야 할 다양한 업무가 있겠지만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은 고객 서비스다. 아무리 질 좋은 제품이나 질 좋은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제대로 된 고객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고객 서비스는 마냥 친절하고 마냥 인사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불편함 없게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항상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 고객들의 신호를 감지하는 일이다.  고객이 신호를 보내온다는 것은 계속적인 관계 유지를 하고 싶다는 뜻이다. 고객 만족 서비스를 위한 첫 걸음. 고객들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야 함을 잊지 말자.

※ 참고자료 : 장한별의 『기적의 7초 고객서비스 : 마케팅 고수에게 배우는 고객 서비스 전략의 모든 것(위닝북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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