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한국강사신문 남충희 칼럼니스트] 필자의 아들은 해병 소대장이다. 모처럼 전화통화가 됐다. 며칠 후 여단장이 소대를 방문한단다. 아들은 보고 준비에 바쁘다. 내가 물었다. “여단장이 네 보고의 고객이지? 고객이 알고 싶어 하는 게 뭘까? 파악했니?” 모든 성공의 5할은 고객 분석에서 비롯된다. 즉 보고 준비시간, 노력의 50%를 고객 분석에 투입하라는 원칙이다. 그러면 분명 성공한다. 우선 족집게를 잡아라. 고객(여단장)의 머릿속에서 결정적인 물음표(?) 서너 개를 뽑아라.

어떤 정부 부처에서 대통령 연두 방문을 앞두고 보고 준비에 바쁘다. 필자가 자문하러 갔다. 보고 내용이 두툼하다. 국장들이 제출한 것을 한데 모았단다. 국장들은 서로 자기 것이 중요하니 뺄 수 없다고 우기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여러분들 입장에서’가 아니라, ‘대통령께서’ 중요하게 생각할 사항이 뭘까요? 고객이 알고 싶어 하는 것, 관심사 말입니다. 대통령의 과거연설, 지시, 인터뷰, 공약사항 등을 분석했나요? 물음표는 무엇인가요?”

물론 그 보고에는 대통령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저기 보였다. 그러나 산뜻하지 않았다. 과녁을 제대로 겨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만든 활과 화살 자랑에 급급했다. 그저 적당히 방향 잡아 눈 감고 마구 쏴대는 식이었다. 두툼하게 쏘면, 최소한 한두 개쯤 과녁에 맞으리라는 기대만 갖고 있었다.

<기관총 사수와 저격수>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가?’ 웬만한 사람은 경험상 대강 방향은 안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준비 없이, 그쪽을 향해 기관총을 냅다 쏴댄다. “따따따따따따.” 시끄럽다. 어수선하다. 그렇게 중언부언하다가는 갑자기 반격포탄이 날라 온다. “뭘 말하려는 거야? 보고가 뭐 이렇게 지저분해? 집어치고 내 질문에 답이나 해요!”

고객 지향의 원칙은 ‘정확성’이 중요하다. 상대를 뚫어지도록 겨냥해라. 그리고 정확하게 “땅!” 한 방. 짧고 깨끗하게 승부하라. 기관총 사수는 곤란하다. 고객 분석을 더 하라. 치열하게. 그러면 비로소 저격수가 된다. 물음표를 뽑되, 내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중요한 질문을 정확히 뽑아라. 보고의 성공은 고객지향의 원칙 제1번 ‘지독히 정밀하게 물음표(?) 뽑기’에 달렸다. 지저분한 보고는 죄악이다.

소대장 아들이 씩씩하게 전화에 외쳐댔다. “아, 물음표 말씀입니까? 예, 뽑았습니다! 네 개입니다! 병력현황, 무기체계, 작전숙지도. 특히 병사들 생활환경이 중요합니다! 쓸데없는 건 모조리 눈에 안 띄는 데에 짱 박았습니다!” 선배 장교들, 심지어는 타 대대 소대장들에게 전화해서 죄다 파악했단다. 고개지향 노력이 확실하다. 물음표도 잘 뽑았다.

<Hitting the Points>

아들에게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보고 후에 여단장 머릿속에 네가 의지적으로 남길게 뭐지? 즉 네 보고 받고 여단장이 느낄게 뭘까?” 이 질문은 고객지향의 제2번 ‘정확하게 느낌표(!) 남기기’에 관한 것이다.

‘아, 그렇구나! (1) 이 부처는 내 공약을 확실히 달성하겠구먼! (2) 믿을만한 장관이야! (3) 예산을 더 줘야겠어!’

‘옳지! 보고받고 보니, (1) 이 사업, 엄청 중요하네! (2) 시장성과 (3) 수익성이 믿을만해! (4) 더 투자해야겠어!’

보고의 칼로 깊이 새겨 고객의 머릿속에 또렷이 남길 느낌표를 사전에 구상해야 한다. “당신 보고가 고객의 머릿속에 남기려는 게 정확히 뭔데?” 보고서를 만들려는 사람에게, 심지어 보고서를 완성한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열 중 아홉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또 물어보자. “네 보고의 목적이 뭐야?” 자신도 잘 모른다. 아니, 알긴 아는데 애매하다. 서너 가지로 똑 부러지게 답을 못한다. 남길 느낌표가 모호하니, 고객 머릿속에 남는 느낌도 흐릿하다. 고객지향은 ‘Hitting the Points’가 중요하다. ‘느낌표 남기기’도 역시 정확성이 생명이다.

아들이 즉각 답했다. “여단장님 머릿속에 남길 느낌표 말씀입니까? ‘아! 이 소대는 다시 와 볼 필요가 없구나!’ 딱 이거 하나입니다!” 무엇을 더 질문하랴!

※ 출처 : 한국HRD교육센터 전문가 칼럼

 

남충희 칼럼니스트는 서울대학교 농업토목학과를 졸업하고, 오리건주립대학교·스탠퍼드대학교 석사, 스탠퍼드대학교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쌍용건설 이사, 쌍용그룹 자문, 부산광역시 정무부시장, 센텀시티 대표이사, SK텔레콤 사장, KAIST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 마젤란인베스트먼트 회장, 경기도 경제부지사를 지냈으며, 현재 새누리당 대전시당 대전창조경제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7가지 보고의 원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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