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윤슬기 칼럼니스트] 당신은 ‘신혼여행’ 하면 어디가 떠오르는가.

요즘은 의견이 다양하게 갈릴 수 있겠으나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결혼을 하면 누구나 제주도에 다녀오는 줄 알았다. 예부터 제주도는 신혼여행으로 최고의 인기 여행지다. 심지어 코로나19로 한창 해외여행이 제한되었을 때는 제주도가 신혼 여행지를 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크면 클수록 듣게 되는 새로운 여행지의 이름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내가 결혼할 때 즈음엔 이미 전 세계 곳곳이 신혼여행지가 됐다.

해외여행이 흔치 않던 시절, 방콕이나 세부, 발리 등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다녀온 사람들 역시 이를 자랑하기 바빴다.

“거긴 바다색이 에메랄드빛을 띄는데, 우리나라 바다하고는 차원이 달라.”

가끔 같은 여행지에 다녀온 사람을 만나기라도 하면 서로 그 여행지를 칭찬하고 맞장구치느라 더 바빴다. 그래서인지 점차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젠 여행지 이름을 들어도 크게 감흥이 없는 꽤나 흔한 인기여행지가 되었다. 지금은 동남아에 신혼여행 다녀왔다고 자랑도 못한다.

처음엔 그곳이 ‘미지의 장소’였으나 이젠 모두가 알아버렸다. 이후 사람들은 새로운 미지의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괌, 사이판, 하와이 등, 우리나라에서 지리적으로 점점 더 먼 곳으로 떠났다. 이제는 멕시코 칸쿤이나 아프리카의 세이셸, 모리셔스 등의 섬나라까지 찾아가는 시대다.

“여긴 동남아 바다랑은 차원이 달라.”

이 한마디가 하고 싶었던 걸까. 신혼여행인 만큼 뭔가 더 특별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고, 충분히 공감한다. 그렇다고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 남들이 가보지 않은 여행지를 선택하면 그 여행은 항상 만족스러울까.

세계여행을 하다보면 관광지에서 신혼부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의 ‘센 강’을 따라 걸으며 웨딩촬영중인 한 신혼부부의 모습을 지켜봤다. 행복한 촬영현장에 지켜보는 사람까지 즐거워진다. 멕시코 칸쿤에서도 해안을 따라 거닐며 세계의 여러 신혼부부들을 만났다.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신혼여행은 보기만 해도 참 좋다. 제주도를 다녀오든, 지구 반대편을 다녀오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그 시간은 행복하다. 어디를 가든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우리’가 있기에 그곳은 의미가 있는 특별한 장소가 된다.

여행을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교하면서부터 그 여행은 불행해진다. 내가 가서 좋은 감정을 느끼고 왔으면, 그곳이 가장 좋은 여행지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을 이유가 없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여행을 분석하거나 비하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내가 남들보다 더 좋은 곳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행복하다면, 곧 다가올 불행을 피하기도 쉽진 않을 듯.

칼럼니스트 소개

윤슬기 칼럼니스트는 에세이스트이자 웹툰 작가이며, 성격유형이론 ‘에니어그램’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행, 육아, 성격, 삶의 방향성 등을 주제로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저서로는 공감여행에세이『어디가 제일 좋았어?(대경북스, 2022)』가 있다.

동갑내기 아내와 연애 초기부터 막연히 꿈꿔온 ‘세계일주’의 꿈을 실행에 옮겼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지구 한 바퀴’ 신혼여행을 떠나 발걸음 닿는 대로 564일간 67개국을 여행했다.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문화 속에서 ‘다름’과 ‘한결같음’을 경험했고, 거대한 자연 앞에 겸손을 배웠다. 늪에 빠지고, 추방당하는 등 예상치 못한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웬만한 일에 요동하지 않는 마음의 평안과 영혼의 풍요를 얻었다. 더 자유롭고 가치 있는 삶을 찾아 끊임없이 걸어가며, 삶의 길을 찾아가는 이들과 꿈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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