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 김영희의 육아일기⑫

[한국강사신문 김영희 칼럼니스트] “잘 먹는 기술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며, 그로 인한 기쁨은 결코 작은 기쁨이 아니다.(미셸드 몽테뉴)”

승우는 대체로 잘 먹는 편이었다. 다만 채소는 좀 꺼렸다. 나는 채소를 잘게 썰어 오므라이스를 만들곤 했다. 그 속에 채소가 들어있는 지도 모르고 맛있게 먹었다. 특히 승우는 노란 지단 덮인 오므라이스를 좋아했다. 나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즐겁게 먹으며 동시에 놀이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오므라이스를 하는 날이면 나는 승우를 불러놓고 요리했다. 당근, 양파. 계란 등을 준비하고, 씻고 다듬은 다음 썰고 볶고 담고 양념을 뿌렸다. 꽤나 신기해했다. 자신이 먹는 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에 흥미를 보였다. 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겪는 이러한 소소한 체험들이 책에서 배우는 그것보다 훨씬 확연한 이미지로 아이의 머릿속에 기록된다. 아이는 조리의 전 과정을 통째로 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중간 중간 끊임없이 대화했다.

“이건 볶는 거야”, “당근을 칼로 이렇게 썰어서 프라이팬에 담으면 돼”라며 다양한 쓰임의 단어를 끊임없이 말해 주었다. 나는 승우와 있으면 수다쟁이로 변신하곤 했다. 오므라이스가 다 완성된 후에는 노란 지단 위에 토마토케첩을 이용해 함께 이름을 썼다. 승우는 신기해했다. 어느 날은 오므라이스 위에 1, 2, 3, 4 숫자를 적었다. 승우는 자신이 데커레이션한 글자들을 수저로 떠먹었다. 식사가 놀이의 일종이 된 것이다. 오물거리며 맛있게 잘 먹었다. 자신도 이 요리에 참여했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아이에겐 세상의 모든 게 아직 신비롭다. 엄마가 하는 모든 것에 호기심이 생긴다. 이 시기에 엄마도 덩달아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 기회가 항상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가 커가며 신기한 것도 점점 줄어들게 된다. 요리를 함께 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승우는 항상 지단 위에 이런저런 그림과 숫자를 그렸다. 나의 도움이 더 이상 없어도 혼자서 흉내 내곤 했다. 아이는 금세 배운다.

아이의 놀이거리는 이렇듯 우리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조금만 고민하면 아이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 신문지를 접어서 거대한 종이접기 놀이, 스펀지로 물감 찍어 발라보기, 목욕하며 비눗방울 놀이 등등 모든 게 신나는 놀이다. 다만 아이의 안전에는 항상 유의해야 한다. 신나게 놀다가 자칫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전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 몇 가지 내가 경험했던 사항들을 예로 들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누구나 겪는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거꾸로 말하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하는 일상의 위험들이다. 승우가 돌이 막 지났을 무렵 젓가락을 콘센트에 꽂았던 적이 있었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일어났다. 다행히 감전까지는 아니었지만 꽤나 찌릿찌릿한 충격을 느꼈던 모양이다. 아이의 손에 닿을 만한 콘센트는 모조리 테이프를 붙였다.

요즘엔 콘센트 안전사고를 대비한 보호 장치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되도록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물놀이 역시 좋아한다. 따뜻한 여름에 물놀이가 제격이다. 물속에서 한참 정신없이 놀다가 저체온 증에 걸리기 쉽다. 한번은 물에서 한참을 놀던 아이의 입술이 새파래져 깜짝 놀랐다. 담요나 커다란 수건으로 감싸 안고 체온을 높이며 따뜻한 물을 먹여 안정시켜야 한다. 어른의 베게며 이불도 조심해야 한다. 완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어른의 베게에 눌려 위험해질 수 있다. 아이 목욕 중에 전화 받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한다. 전화 받느라 깜박하는 사이에 아이가 물에 잠길 수도 있다.

엄마의 출산기간은 총 4년이라는 말도 있다. 임신기간과 생후 만 3년을 포함해 출산 기간으로 봐야 한다. 아이 생후 만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그 엄마는 아직 출산 중이다. 그만큼 아이와 한날한시 떼놓을 수 없는 관계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는 아직 미흡한 단계이므로 부모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아이가 원하는 범위를 넓혀주자. 아이는 안전하게 배워 스스로 체득하는 경험을 쌓을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값진 자산이 된다. 직접 몸으로 체득한 학습은 80%가 오래도록 기억된다고 하니 얼마나 소중한가?

※ 참고자료 : 김영희의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가나북스, 2015)』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