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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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남인숙 칼럼니스트] Q.요즘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저를 내보여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안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저에게 ‘벽을 치는 것 같다’ ‘거리감이 느껴진다’ 고 합니다. 제 이야기를 잘 안 한다고요. 사실 저는 또래에 비해 벌이가 좋고 재산이 있는 편이라 제 이야기를 하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일대일로는 대화도 잘하고 재산이나 재테크 이야기 나올 때는 뭉뚱그려서라도 말을 하는 편인데 그래도 저한테 벽이 느껴지나 봅니다.

또 반대의 경우도 있어서 혼란스럽습니다. 오랜 친구가 자녀 문제로 고민하길래 진심으로 걱정돼서 충고해주었거든요. 친구의 양육방식에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경우였습니다. 부모님까지 걱정해서 꾸중을 들을 정도로요. 그래서 저도 부모님 말씀이 맞는다고 하며 몇 가지 근거를 말해 주었는데 친구가 너무나 불쾌해하더라고요. 그 순간 아차 이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소통 방법, 어떻게 조절하면 될까요?

A.먼저 충고 이야기를 해볼게요.

충고, 비판은요, 그냥 무조건 안 한다고 생각하시는 게 편해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비판은 쓸모가 없다. 이는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들며 자신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한다. 비판은 위험하다. 이는 사람의 긍지에 상처를 주고, 자신의 진가를 상하게 하여 적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대충 짐작이 가시지요? 그냥 얼마나 가깝고 친하건 충고는 하지 마세요. 상대가 정말 궁금해하면서 조언을 원할 때만 덜 과격한 언어로 말해 주면 돼요. 충고는 그 사람과의 관계보다 그 사람이 소중할 때만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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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사연자님 경우에 포인트가 있는데, 자식에 관한 거는 칭찬 아니면 그냥 말을 아예 안 하시는 게 좋아요. 그 어떤 사람이라도 자식에 관해서는 ‘쿨하다’는 게 없어요. 제가 살면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훌쩍 넘어서서 아주 훌륭하고 큰 업적을 이룬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분들이 또 부모로서의 얼굴을 부분적으로 보일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 모습은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냥 부모는 다른 존재구나, 상상 이상으로 예민하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남의 자식 문제는 간접적으로라도 언급 안 하는 게 안전해요. 남의 자식에 대해서 지나가는 말로 몇 마디 했다가 본인도 이유를 모른 채 손절 당한 사람들도 꽤 봤어요. 사연자님 친구의 경우는, 이미 부모님까지 다 문제를 느끼고 충고한 거잖아요. 그 문제에서 제일 간절한 사람인 조부모도 전혀 설득시키지 못한 문젠데 친구인 사연자님 말이 진심 그대로 받아들여질 리 없어요. 이걸 알아두시면 이 문제가 어느 정도 납득이 되지 않으실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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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사람들이 거리감을 느낀다고 하셨는데요, 기본적으로 ‘내 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면 상대방이 이런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실제로 벽을 치고 계시는 거니까요. 여기서는 입장 정리를 하셔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거나 할까 봐 말을 안 하려고 한다고 하셨는데, ‘이런 모임에서는 사람들이 나한테 벽을 좀 느껴도 상관없어.’ 이런 생각이 드는 집단에서는 그냥 하시던 대로 하시는 게 나아요.

근데 최소한 비호감이 되지는 않는 게 좋잖아요. 예전에 알던 분 하나가 별일 아닌 일을 말을 안 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길 가다가 우연히 마주쳤을 때, ‘어머, 이런 데서 다 만나네요. 어디 가세요?’ 하고 제가 인사를 했어요. 근데 대답을 안 하고 아무 말 없이 그냥 웃기만 하는 거예요. 어디 가는지 말하고 싶지 않은 거라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요.’ 정도로만 말해도 대부분의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죠. 그런데 그분은 사소한 말조차 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사람이 의뭉스럽다’라는 인상을 주더라고요. 살면서 이런 분들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역시 관계 문제가 상당히 안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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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회적으로 어울려야 하는 무리’인 곳에서는 이렇게 하세요.

1. 어디까지 공개할지 정해놓기

사는 동네, 직업, 결혼 여부, 여기까지만 공개하겠다고 정했다면 그 카테고리 안에서는 편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2. 뭐가 됐든 구체적인 숫자는 말하지 마세요.

전에 미국 주부들 커뮤니티에 관한 내용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남편과의 잠자리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수다를 떨어도 남편의 연봉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라는 불문율이 있다더라고요.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내가 능력이 좀 된다, 이런 걸 사람들이 눈치챈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숫자를 말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영향력이 훨씬 줄어들어요.

사연자님 같은 경우, 허심탄회하게 지내고 싶은 집단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면 좀 힘들어요. ‘거리감 느껴진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면, 그냥 사연자님한테 위화감을 안 느낄 만한 사람들의 집단을 따로 찾아 어울리시기를 권합니다. 그게 본인의 인생에 훨씬 이득이 되는 일이에요. 잘난 척이라는 게 정보 공개 여부로 사람들이 느끼는 게 아니거든요. 결국 태도의 문제예요. 내 재력과 능력을 사람들이 알게 됐다고 해도 그 얘기를 계속 반복적으로 하면서 과시하려고 하지만 않으면 돼요.

사람 사이에서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결국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중심으로 응용하시면 해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남인숙 칼럼니스트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이다. 2004년 출간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시리즈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8개국에서 380여 만 부가 팔려나가면서 1세대 한류 작가이자 ‘아시아의 여성 멘토’로 부상했다. 이후 인생과 여성에 대한 명료하고 유쾌한 조언을 담은 저술과 강연활동 등으로 한국과 중국 등에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저서로는 에세이 <내 방식대로 삽니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1,2>,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나는 무작정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내 마음의 구급상자>, <서른에 꽃피다>,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남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소설 <안녕,엄마>, <인공태양> 이 있다.

MBC <MBC TV특강> , EBS <숨은한국찾기>, MBN <동치미>, KBS <명사들의 책읽기>, SBS <이숙영의 파워FM>, <책하고 놀자>, MBC<정오의 희망곡> 외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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