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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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책방 주인에게 물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지켜냈나요?” 이상하다? 브루클린 책방에는 커피를 팔지 않네? 이 책방들은 커피를 팔지 않고도 어떻게 10년, 30년, 50년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냈을까? 책 판매에만 힘 쏟는 브루클린 책방과 한국 책방은 어떻게 다를까? 우리에겐 없는 그들만의 전략은 무엇일까? 그러니까! 왜? 커피를 팔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저자는 브루클린 동네책방을 찾아가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나는 매일 아이와 함께 동네책방을 찾는다”

항상 아이와 함께 책방에 간다. 그날그날 책방에서 아이가 고르는 동화를 함께 읽으면서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영어 동화를 이야기한다. 책 속에는 어른이 되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할아버지, 세상에 꽃씨를 뿌리면 다니는 할머니, 무엇이 되고 싶은가가 아닌 어떠한 일을 하면 살고 싶은지를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언젠가 아이 스스로 알게 될 날을 기다리면서.

“브루클린 책방에서 만난 한국 책들과 브루클린 출신 작가들”

책 읽기를 즐겨 하고 번역이 직업인 저자는 매일 책방을 찾는다. 번역하고 싶은 영어권 작가를 찾는 기쁨뿐만 아니라 브루클린에서도 인기인 한강, 하성란, 권여선 등 한국 작가의 책을 만나는 일도 즐겁다. 브루클린 책방 특유의 활기에는 매들린 밀러, 바버러 쿠니, 니콜 크라우스, 월트 휘트먼, 줌파 라히리 등 브루클린 출신 작가의 저서뿐 아니라 그곳에 사는 작가들의 방문도 큰 몫을 한다. 어느 날 에단 호크 사인회를 갖기도 한다.

서점주가 좋아하는 작가인 스티븐 호킹의 문장에서 이름을 딴 책방이 있다. 또 팬데믹 시대에 용감하게 문을 연 헨리 밀러의 소설 이름을 딴 책방도 있다. 가지각색 책방들이 존재하는 곳이 브루클린이다.

“‘동네’를 키우는 책방이 진짜 ‘동네책방’”

글자를 알기 시작할 때 책을 골라준 아이가 성장해 대학에 가고 성인이 되어가면서 그 책방의 단골이 된다. 이렇듯 브루클린 동네 주민과 브루클린 동네책방은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다양한 북클럽을 운영해 함께 살아간다. 브루클린 동네책방에는 브루클린만의 이야기가 있다. 잘 보이는 코너에는 뉴욕과 브루클린 지역에 관한 히스토리와 토픽이 전시된다. 『브루클린이 퀴어 동네였을 때』, 『또 다른 브루클린』 같은 이 지역만의 이야기들이 단골 전시 책이다.

“아마존에선 불가능하지만 동네책방에선 가능한 일들”

브루클린 동네책방 주인과 직원은 책에 관한 풍부하고 깊은 지식의 소유자가 많다. 소설가, 극작가, 시인의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다. 언제든 그곳에 가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 시대를 건너며 동네책방이 커피 한 잔 팔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코로나 시대를 건너면서 폐점 위기에 처했을 땐 크라우드 펀딩으로 살려낸다. 책방을 지키는 서점주와 직원 그리고 책방을 지키는 동네 주민이 주역이다. 이것은 결코 아마존에선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사진출처=정은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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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지민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책을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 소개할 만한 책들을 둘러본다는 핑계로 동네책방을 자주 찾지만 표지에 반한 책에 직관적으로 손이 가는 탓에 성공 확률은 지극히 낮다. 혼자 가는 책방 나들이를 가장 좋아하나 멀리서도 책방 간판만 보면 두근거리는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를 외면하지 못해 주로 아이와 함께 책방을 찾는다.

책방에 가지 못하는 날이면 동네 곳곳에 흩뿌려진 책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고질적인 북러버. 서울과는 다른 속도로 흐르는 브루클린의 단순함을 좋아하지만 브루클린과 서울을 자유로이 오가는 삶을 은밀히 꿈꾼다. 『근원의 시간 속으로』, 『영원히 사울 레이터』,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등 6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최근 저서로는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정은문고, 2022.09.26.)』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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