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여만큼 간절하게, 눈물만큼 강인하게 자라는 아이들

[사진출처=느린걸음]
[사진출처=느린걸음]

[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지구마을 아이들의 친구, 박노해 시인의 『아이들은 놀라워라: 박노해 사진에세이 5)(느린걸음, 2022.09.30.)』이 출간되었다. “아이들은 놀라워라. 가장 먼저 울고 가장 먼저 웃고 자신들의 새로운 길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아이들은 아이들은 놀라워라.” - 〈아이들은 놀라워라〉 중

박노해 시인이 이번엔 ‘아이들’이란 화두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난 20여 년간 좋은 삶이 깃든 ‘다른 길’을 찾아 세계의 가장 높고 깊은 마을을 유랑해온 박노해 시인. 그는 이라크 전쟁터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안데스 고원에서 함께 축구를 하며 친구가 되어주고, 팔레스타인 난민촌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고, 설원의 쿠르디스탄 눈밭에서 함께 뒹굴며 지구마을 아이들의 삶을 절실하게 기록해왔다.

그렇게 『아이들은 놀라워라』에 담기게 된 애틋하고 눈물겨운 이야기 하나 하나는 단숨에 우리를 사로잡는다.

“결여만큼 간절하게, 눈물만큼 강인하게 자라는 아이들”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목시계를 물려받고 가장이 된 페루의 소년, 어른들이 일하러 나간 고산마을에서 동생을 등에 업고 달래는 라오스 소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친구들을 잃고 탱크 위에서 평화의 깃발을 흔드는 레바논 남매 등 가난과 분쟁으로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아이들부터, 바람 빠진 공을 차며 자유의 공기 속에 평원을 달리는 시리아의 소년들, 굴렁쇠를 굴리며 둥근 내일을 꿈꾸는 인디아의 아이까지.

결여만큼 간절하게, 눈물만큼 강인하게 자라나는 지구마을 아이들의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를 느끼게 한다. “아이들은 미래에서 온 빛이고 미래로 난 길이다. 낡아진 관습의 굴레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오늘의 진보한 세계를 진부하게 만들고, 확고하던 질서에 균열을 내며 그냥 앞으로, 낯설고 새로운 길로 내딛어 나가버린다. 아이들은 가장 위대한 ‘창조적 배반자’이고 그로부터 인류의 희망과 세상의 혁명은 대를 이어 계속되어 왔으니.” - 서문 중

저자 박노해는 1957 전라남도에서 태어났다. 16세에 상경해 낮에는 노동자로 일하고 밤에는 선린상고(야간)를 다녔다. 1984 27살에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냈다. 이 시집은 독재 정권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되며 한국 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1989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 1991 7년여의 수배 끝에 안기부에 체포, 24일간의 고문 후 ‘반국가단체 수괴’ 죄목으로 사형이 구형되고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1993 감옥 독방에서 두 번째 시집 『참된 시작』을 펴냈다.

1997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펴냈다. 1998 7년 6개월 만에 석방되었다. 이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됐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2000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권력의 길을 뒤로 하고 비영리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했다.

2003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전 세계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이어왔다. 2010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로 기록해온 사진을 모아 첫 사진전 「라 광야」展과 「나 거기에 그들처럼」展(세종문화회관)을 열었다. 12년 만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펴냈다. 2012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 상설 사진전을 개최, 21번의 전시 동안 3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2014 아시아 사진전 「다른 길」展(세종문화회관) 개최와 함께 『다른 길』을 펴냈다. 2019 박노해 사진에세이 시리즈 『하루』,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길』, 『내 작은 방』을 펴냈다. 2020 첫 번째 시 그림책 『푸른 빛의 소녀가』를 펴냈다. 2021 『걷는 독서』를 펴냈다. 2022 12년 만의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를 펴냈다.

30여 년간 써온 한 권의 책, ‘우주에서의 인간의 길’을 담은 사상서를 집필 중이다.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참사람의 숲〉을 꿈꾸며, 시인의 작은 정원에서 꽃과 나무를 심고 기르며 새로운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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