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한 권의 책, 한 장의 유인물, 하나의 작은 스티커는 어떤 과정과 사람들을 거쳐 우리의 손안에 도달할까?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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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지영 기자] 기록되지 않은, 기록을 찍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한 권의 책, 한 장의 유인물, 하나의 작은 스티커는 어떤 과정과 사람들을 거쳐 우리의 손안에 도달할까? 대구의 한 인쇄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다룬 『기록을 찍는 사람들: 대구 남산동 인쇄골목(산지니, 2022.09.20.)』은 그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구 중구 남산동, 이곳에는 기록을 찍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인쇄골목이 자리하고 있다. 밤낮이고 종이 찍는 소리가 끊이질 않던 이 골목은 디지털 시대 도래 이후 출판, 인쇄가 사양산업에 접어들며 그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쇄골목에서는 여전히 종이 찍는 소리가 들려온다.

“향수길과 인쇄골목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한쪽은 근대의 깊은 정취가 흐르는 한적한 길이고, 다른 한쪽은 시끄럽고 바쁘게 돌아가는 생업의 현장이다. (중략) 시간이 흘러 현재가 추억이 되고 향수를 느낄 수 있을 때가 오면 사람들은 남산동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 「남산 100년 향수길과 인쇄골목」 중에서

인쇄골목의 역사와 삶이 담겨 있는 이 책은 기록을 찍는 사람들을 기록하여, 기록되지 않았던 인쇄골목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대구 남산동, 인쇄골목을 거닐다”

“인쇄골목이 한창 호황을 누렸을 때는 업체가 2,000개쯤 있었습니다. 인쇄 메카인 을지로 다음 가는 곳이 남산동이었어요. 지금은 을지로도 그렇고 남산동도 많이 쇠퇴했죠. 을지로에 있던 업체들은 파주출판단지로 많이 빠져나가고, 남산동에 있던 업체들은 대구출판산업단지로 빠져나갔어요.

그리고 세분화돼 있던 업체들이 통합돼 중소 업체가 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업체 수가 더 감소했죠. 지금은 인쇄골목에 500개~600개 정도의 업체가 있는 것 같아요.”- 「인쇄의 핵심은 퀄리티에 있습니다」 중에서

1부에서는 남산동 인쇄골목의 풍경을 묘사한다. 저자는 인쇄골목을 거닐며 남산 100년 향수길과 남산동 인쇄전시관 등 이모저모를 둘러본다. 겉보기에 1990년대와 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변화가 없는 만큼 그 이면에는 인쇄업의 쇠퇴와 고령화, 재개발 문제 등으로 인해 생업에 대해 고뇌하는 인쇄골목 사람들의 애환이 더께더께 쌓여 있다.

2부는 인쇄골목의 풍경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생업을 이어가는 인쇄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터뷰 내용은 인쇄공정에 따라 크게 ‘종이 가공 → 인쇄 → 라미네이팅 → 도무송 → 제책 또는 제본’ 순으로 배치되어 있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쇄 공정이 이루어지는 단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업체들이 집적되어 있지 않으면 일의 진행이 어려운 인쇄업. 인터뷰이들은 각 인쇄 단계에서 자신의 업무와 고충을 털어놓는다. 그들이 전망하는 남산동 인쇄골목의 미래에는 인쇄골목이 소멸할 거라는 예감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녹아 있다.

“특성화 카페의 인쇄골목 사랑”

“저희 가게에서 레터프레스 방식의 인쇄를 직접하고 있습니다. 2층에 그 인쇄기가 있어요. 그 기계로 인쇄를 해서 저희가 판매하는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커피를 인쇄하다」 중에서

“저는 인쇄골목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 그런지 예전 것들이 없어지는 걸 선호하지 않거든요. 사실 옛동네가 사라지고 새 동네가 들어서는 건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죠.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개발이 이루어지면 옛것이 사라지니까요. 그 동네만의 정서와 문화, 공간이 사라지는 게 아쉽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 「인쇄소의 아들, 남산동을 디자인하다」 중에서

3부에는 인쇄골목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쇠퇴하고 있는 인쇄골목에 들어선 이색적인 카페들. 그곳에서 커피를 만들고 건네는 사람들은 인쇄골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들을 비롯하여 새롭게 조성된 대구의 출판문화산업단지와 출판사, 헌책방골목 등 인쇄골목 밖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사진출처=산지니]
[사진출처=산지니]

저자 조현준은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운대 벽강교양대학 기초교육학부 교수로 있으며, 국어학, 한국어교육과 관련한 주제를 다룬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발간한 책으로 『나를 위한 글쓰기』가 있다.

저자 전민규는 대구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울산과학대 외래교수로 있으며, 텍스트 언어학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글쓰기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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