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AFP 연합뉴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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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정인호 칼럼니스트] #1) 내가 열세 살 때 우리 동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괴롭히던 괴팍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는 나를 잔디밭에 때려눕히고, 물속에 내 머리를 처박거나, 땅바닥에 얼굴을 짓이기고, 축구나 농구시합을 하면 여지없이 잦은 태클과 코피를 터뜨렸다. 그는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고,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조차 괴로웠고, 그와 같은 하늘에 생존한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어떻게든 그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는 늘 나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나를 괴롭혔다. 어떻게 하면 그 친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경쟁사에서 박 부장이 나의 상사로 오면서 고민은 시작되었다. 박 부장은 강한 카리스마로 업무를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박 부장의 막무가내식 업무방식에 고통을 토로하고 있었다. 눈치 빠른 박 부장은 나의 태도에 반감을 표하듯 나에게 과중한 업무와 폭언, 낮은 인사평가를 주는 것이 아닌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박 부장과 업무를 계속해야 할지,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이다.

위의 사례는 《쥬라기 월드》, 《캣츠》, 《맨 인 블랙》 등의 위대한 작품을 남긴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10대와 30대 시절에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조직 생활에서 항상 당신과 뜻이 맞고 늘 좋은 사람과 일할 수는 없다. 때로는 가치관에 반하는 사람과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는 곳이 조직이다. 그렇다고 의도대로 안된다고 매번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스필버그는 아무런 이유없이 괴롭히던 괴팍한 친구의 굴레에서 어떻게 벗어났을까? 그는 ‘상대를 물리칠 수 없다면 친구가 되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를 괴롭히는 친구에게 다가가 “내가 출연하는 영화에 네가 영웅 역을 맞아 주면 좋겠어.”라고 요청했다. 스필버그의 요청을 듣고 코웃음을 치던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배역을 맡겠다고 나섰다. 그 친구는 열네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강호동만큼이나 덩치가 컸다. 스필버그는 그에게 철모를 씌우고 군복을 입히고 배낭을 메게 해서 그를 영화 속 소대장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로는 그는 스필버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어떤 사람이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한 때 적과 같았던 친구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스필버그는 휴전 협정에 성공하고 적을 친구로 바꾸어 놓았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적과의 동침을 통해 그를 인정해주고 내 사람을 만드는 것이 매번 싸우는 것보다 생산적이다.

1번째 사례가 이해되었다면 2번째 사례도 적과의 동침으로 갈등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스필버그처럼 상대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면,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즉, 박 부장의 권위, 자존심, 능력 등을 인정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상대에게 인정하고 공감한다고 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내 주관을 주장하되 먼저 상사의 입장과 위치를 인정해주어 그를 내 편으로 만든 다음 당신의 주관을 펼치라는 의미다.

상대를 합의라는 목적지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있는 곳이 아니라 상대가 있는 곳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출발하고 싶은 본능을 갖고 있다. 그리스 소설에 등장하는 한 탁월한 외교관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를 향해 돌아선다. 그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몰입한다. 나는 자 자신을 그의 운명에 짜맞추어 넣고 그와 산다. 나는 그의 행운과 불운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나는 나의 관점을 그에게 강요하지 않고, 그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는 언제나 내 자신이 바라는 것과 일치했다.” 상대를 기준으로 출발하면 결국 당신의 기준에서 출발했을 때 보다 더 큰 가치를 가져올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세상엔 당신과 똑같은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이 틀리거나 잘못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협상에 있어서 기본적인 문제는 상충되는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욕구, 이해관계, 욕망의 차이에 있다. 따라서 당신과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욕구, 이해관계, 욕망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것이 스필버그의 비범한 협상법이자 영화 명장이 된 이유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 작품활동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정인호 칼럼니스트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평론가로서 현재 GGL리더십그룹 대표로 있으며,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브릿지경제》, 《이코노믹리뷰》, 《KSAM》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200회 강연을 하고 있으며, 스타트기업 사내외 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인호의 강토꼴’을 7년째 재능 기부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아방그로》 채널을 통해 경영, 리더십, 협상, 예술, 행동심리학 등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는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다시 쓰는 경영학》, 《아티스트 인사이트》, 《언택트 심리학》, 《화가의 통찰법》, 《호모 에고이스트》,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다음은 없다》,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협상의 심리학》, 《HRD 컨설팅 인사이트》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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