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A강사는 스타강사다. 여기저기 불러주는 곳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의 2시간짜리 강의는 일단 재미있고 매우 임팩트 하다. 쉴 새 없이 학습자들을 웃기고 들었다 놓았다 한다. 교육담당자로부터 그는 늘 섭외 1순위다. 그렇게 A강사는 3년을 강의 했다.

그러나 그의 명성은 예전만큼은 아니다. 서서히 강의 의뢰가 줄어들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알만한 담당자들은 더 이상 그를 부르지 않는다. A강사의 강의는 3년 전과 유머 하나까지도 똑같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그의 강의 동영상은 어느 회사건 통조림을 찍어낸 듯 같은 내용이며, 심지어 수년전에 입사해서 그의 강의를 들은 학습자가 승진을 해서 동일한 강의를 듣고 강의평가 설문에 부정적 피드백을 한 사례까지 생겨났다.

그 수년의 시간동안 내용 몇 구절이라도,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몇 장이라도 교체를 했어야 했는데 그는 지나칠 정도로 같은 강의 내용을 우려먹었다.

강사들이 생각해야 할 최대의 딜레마는 바쁜 스케줄에 쫓겨 강의내용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당장은 무리가 없겠지만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처럼 자신의 강의를 서서히 낡고 볼품없게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강사들은 왜 강의현장에서 같은 강의를 재생하는 것일까?

일단 그 강의가 성공을 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무난하기 때문이다. 또한 익숙해지면 그 방법이 긴장감 없이 가장 수월하기도 하고 강의는 같지만 대상자가 달라지니 별 탈 없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통조림이나 벽돌처럼 똑같이 뽑아내고 앵무새처럼 동일하게 떠드는 강의는 결국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강사자체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새로운 지식에 대한 감각도 약해진다.

강의 때마다 매번 획기적으로 변화된 콘텐츠를 기획하라는 것이 아니다. 조금씩 업데이트 또는 리모델링을 하자는 것이다. 변화된 트렌드, 바뀐 상황, 상대방의 문화적 코드에 맞게 다소의 개선이라도 해야 한다.

이것이 곧 대상자에 맞게 내용을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을 하는 것이리라. 가령 친절 서비스를 강의하는 강사가 백화점, 항공사에서 행하는 소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의 세련된 서비스’를 패스트푸드업체에서 똑같이 강의 했다고 생각해 보자. 이런 강의가 순간순간 고객을 빠르고 순발력 있게 응대하는 그곳의 속성과 잘 맞을까?

곰탕처럼 우려내는 강의는 곰탕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대번에 작은 사달이라도 나게 마련이다. 강사들은 자신들이 받는 비싼 강사료에 변화된 콘텐츠를 강의에 탑재해야 하는 창조적 고통에 대한 수고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언제나 같은 콘텐츠를 가지고 고수익을 얻으려는 강사는 나쁜 강사이다. 이른바 ‘콘텐츠 돌려막기’를 하는 것인데, 이는 카드 돌려막기보다 더 위험하다. 언젠간 탈이 날 테니 오래 강의하려면 꼭 피하고 볼일이다. 따지고 보면 일부 강의 콘텐츠는 시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하는 소모성 부품과 같다. 그래서 자주 점검하고 갈아주어야 한다.

유능한 강사는 끊임없이 자신의 강의에 단계적인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 변화를 주는 정도를 자동차로 비유하면 튜닝과 페이스리프트, 올뉴체인지이다. 튜닝은 말 그대로 세부조정, 페이스리프트는 부분변경, 올뉴체인지는 전체변경이다.

강의는 수시 튜닝으로 콘텐츠를 세부 점검하고 적시적절하게 페이스리프트와 같이 부분 변경을 하고 몇 년에 걸쳐서는 올뉴체인지를 해주는 게 좋다. 그래야 명차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처럼 명강의, 명강사로서의 입지도 계속 다져나갈 수 있다.

2017년은 가일층 변화하는 한해가 되자.

※ 참고자료 : 도영태의 <명강사 강의기획(2016, 더난출판)>

 

도영태 칼럼니스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교육전문기관 ‘아하러닝연구소’ 대표(소장)로 재직 중에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강사협회 기획력분과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양여자대학교와 국립교통대학교 외래교수, 한국표준협회 비상근전문위원, 한국생산성본부 전문강사 등을 역임했다. EBS ‘직무능력 업그레이드’, CBS와 TBS 명사특강 등 여러 미디어에서 강의 활동을 했으며, 휴넷, 크레듀, 메가 HRD 등 온라인 학습 전문기관에서 명강사로, 《한국경제신문》 한경닷컴, 《조선일보》 조선에듀케이션, 한국HRD교육센터에서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저서로는 <명강사 강의기획>, <기획서 다이어트>, <프레젠테이션 요럴땐 요렇게>, <일상에서 뒤집어보는 창의적 역발상>, <기획서 브리핑 비법>, <죽은 생각 버리기>, <언제나 이기는 프레젠테이션>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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