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신동국 칼럼니스트] 어떤 분에게 강의 코칭을 할 때의 일이다. 그분에게 사전에 리허설을 충분히 해오라는 당부를 했다. 며칠 뒤 그분이 막상 시범 강의를 하는데 총체적인 부실투성이었다. 쓸데없는 말을 하거나 논지에서 벗어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이었다. 자신감도 없어 보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코칭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마도 리허설을 안 하고 온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5분 만에 시범 강의를 중단시키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강사님, 리허설을 하고 오셨습니까?” “네, 하고 왔습니다.”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해서 이렇게 요구했다. “그러면, 강사님께서 리허설 할 때의 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주시겠습니까?”

그랬더니 그분은 알겠다면서 책상 앞으로 가서 앉더니 턱을 괴고 컴퓨터를 보며 혼자 중얼중얼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것은 리허설이 아니다. 그분은 강의 슬라이드를 보고 단지 ‘낭독’ 연습을 했을 뿐이다. 이래서는 당연히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할 수 없다. 그분은 시선을 슬라이드에만 고정한 채 아주 대놓고 읽고 있었다. 실전에서 그렇게 했다면 강단에서 바로 쫓겨나거나 기업체에서 다시는 부르지 않을 것이 뻔하다. 컴퓨터의 슬라이드를 보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것은 리허설이 아니다. 리허설 때는 실전처럼 청중이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동선까지 체크하며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실력이 는다.

그럼 리허설은 언제까지 해야 할까? 몇 번 했다고 해서 리허설을 다 했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상위 1% 명강사들은 강의 내용이 익숙해질 때까지, 입에서 술술 녹을 때까지 리허설을 한다. 내용에 따라 또는 강사 개인의 역량에 따라 수십 번이 될 수도 있다.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저하게 연습해서 강의 내용이 완전히 머릿속에 새겨진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입으로 흘러나와야 한다. 이렇듯 철저하게 준비된 강의가 냉소적인 청중의 팔짱을 풀게 만든다. 내 몸값을 두 배 이상 올려주는 마법을 부린다.

리허설을 할 때 본론 부분만 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이는 도입부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면 본론 부분이 아무리 훌륭해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마무리를 인상적으로 하지 못하면 청중의 머릿속에는 남는 것이 없다. 리허설은 도입-본론-종결 모두 실전처럼 하는 것이 정석이다. 시간이 모자라 전체 리허설이 불가능할 때도 물론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리허설을 포기해야 할까? 이때는 함축적으로 리허설을 하는 방법이 있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도입-본론-종결의 형식을 갖추되, 본론은 목차만 하는 약식으로 하면 된다. 본론은 강의 준비를 하면서 워낙 잘 알고 있는 부분이므로 시간이 부족하다면 생략해도 된다. 그러나 목차만큼은 리허설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강의가 중간에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때 초보 강사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당황하게 된다. 그렇지만 목차를 꿰고 있으면 언제든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상위 1% 명강사들은 리허설을 생활화하고 있다. 강연에서의 자연스러움과 임기응변도 다 평상시의 치밀한 준비에서 나온다. 준비와 연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자연스러워지고 돌발 상황에도 잘 대처하게 된다. 준비가 잘되어 있으면 눈빛과 태도에서부터 자신감이 배어나온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해야 한다. 댄스가수들이 복잡한 안무를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춤을 출 수 있는 이유는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완전히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춤추는 동안에는 머리로 생각할 시간이 없다. 결국 연습과 집중이다. 연습, 연습, 또 연습밖에 없다. 이런 지극히 평범한 진리야말로 최고의 비법이다.

※ 출처 : <하고 싶다 명강의 되고 싶다 명강사(끌리는책, 2016)>

 

신동국 칼럼니스트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대제철에서 인력관리부장, 국책연구기관의 컨설턴트를 역임했다. 고려대 명강사최고위과정 책임교수, 상명대 명강사양성과정 지도교수를 거쳐 현재 뉴패러다임센터 대표, 강사양성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 명강사 경진대회에서 1등을 수상했으며, 이후 1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는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하고 싶다 명강의 되고 싶다 명강사(끌리는책, 2016)>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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