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우리는 왜 일을 하고 있는가? 왜 공부를 하고 있는가? 단순히 금전적인 이유 때문인가? 사실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의식할 새도 없이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고 있다. 하지만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지금 다시 한번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바다로 떠난 허수아비(지식공감, 2018)』는 우리의 인지와 감성의 보편적인 틀 안에서 그리고 유머와 공감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우리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부조리에 대해 묻고 대답하려 한다. 인간 개개인의 실존은 그들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명확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하지만 그러한 의미를 어디서 어떻게 얻어 낼 것인가? 『바다로 떠난 허수아비』는 허수아비 자신과 주인공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의미 없음에서 의미를 건져내려는 시도를 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현대철학은 인간 실존의 소중함에 대한 강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철학은 삶과 존재의 이유를 밝히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인간의 부조리는 피상적으로는 개인과 사회의 부조리라 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의미 없는 세계에서 의미 있는 것을 건져내려는 부조리, 즉 실존적 부조리가 참다운 부조리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존재의 소중함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책의 중반 ‘댓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다’의 장에서, 우리들이 추구하는 순수와 영원성의 의미가 사실은 댓잎 하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아프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러한 공감들이 우리 사회를 만들고 우리 자신을 만든다. 그 점에서 주인공이 “우습게도 우리에게는 두 갈래 길밖에 없다. 우리는 남을 따라 남과 함께 사는가, 아니면 남과 달리 남과 함께 사는가의 기로에 서 있을 뿐이다.”라고 독백하는 부분은 우리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때로는 슬픈 얘기들이 마음을 잔잔히 적시고 때로는 유머 있는 질투심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하면서도, ‘허수아비’는 서서히 인간의 본질적인 면을 탐색해 나가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터널 끝 희망과 힐링의 빛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의 끄덕임은 각자의 감수성에 달려 있을 뿐이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그렇다. 『바다로 떠난 허수아비』는 대화의 기회를 제공할 뿐 어느 것도 강요하려는 책이 아니다. 열려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인생의 본질이다.

한편 저자 임판은 2002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법정드라마인 소설 『그림자 새』를 펴냈고, 2013년 출간한 철학우화 『물고기와 철학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철학·심리학 분야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오랫동안 명상과 철학에 심취하여 왔으며, 특히 서양철학의 분석적이고 언어적인 사유와 언어 너머와 실천을 강조하는 동양사상이 융화하여 존재론의 발전에 함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법관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는 변호사(한국, 뉴욕)로 활동하고 있다. 변호사업무와 더불어 시, 에세이, 소설 창작과 클래식음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소규모 독서모임인 <물고기와 철학자>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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