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하루하루가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지나간다. 그러다가 어느새 또 한해의 시작을 붙잡고 있다. 이쯤이면 늘 새해의 설계로 분주하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부르짖으며 새해맞이 새 판짜기를 한다. 지나온 것들은 죄다 분리수거 하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지만큼은 이 시기가 가장 강할 때이다.

하지만 새것으로 모든 것을 포장하는 것만이 마냥 좋은 것일까? 반대로 헌 것은 모두 휴지통에 버려지는 스팸메일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새것이 더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아파트도 새집증후군 때문에 아이들은 아토피에 시달리고 자동차도 새차 냄새가 은근히 후각을 예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새로 산 장비는 설명서에 익숙해 질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다가 금방 담은 새 술은 숙성기간이 짧아 걸핏하면 제 맛을 잃고 방황하기 쉽다.

새로운 시작은 반드시 과거의 주행선과 연장 관계의 네트웍을 형성해야 한다. 늘 새 것만 고집하다 보니 처음에 의욕만 불태우다가 방향감각을 잃고 자칫 헤매거나 반짝 장세로 허무하게 끝이 나는 것이다.

따라서 해마다 새해에는 새것보다 헌것을 더 많이 챙겨보도록 하자. 옷장속의 쓸 만한 헌옷 가지도 정리해 보고, 헌 노트에 가볍게 적힌 메모 따위라도 꼼꼼히 읽고 리뷰를 해보자. 무조건 새것으로 바꿔치기 하기 전에 헌 것을 품위 있게 변신 시킬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사람도 그렇다. 언제나 새로운 친구, 새로운 비즈니스 인맥, 새로운 고객을 맞이하려는 수고로움 보다는 이미 가진 인맥을 좀 더 소중히 관리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자.

특히 나의 가족과 주변사람들은 새 사람이 아닌, 늘 나와 더 불어 함께 가야 하는 사람들이 요즘말로 ‘케미(chemi)’가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연식이 조금 있지만 길을 잘 들인 자동차와 같은 존재이다. 주변을 소홀히 하고 새로운 것에만 눈을 돌리는 사고를 거꾸로 해 보기를 권장한다. 이른바 '새것 추구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만 추구하려는 욕심은 결국 그것을 실천하는데 애로사항을 겪게 되고 매년 그렇게 계획과 설계만 짜다가 한해를 보내고 다시 맞이하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지 않는 역설적인 계획을 실천해보자. 새해는 새로이 설계하는 계획만을 늘어놓지 말고 이전의 계획을 발전시키는 것에 더 관심을 가져보자.

무리하게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고 과거의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려고 노력하자. 있는 것을 정비해서 쓰고 새로 장만하려는 것에는 신중해 지자. 멀쩡한 핸드폰을 새것으로 다시 갈아타는 작은 행위도 하지 말자. 생활습관을 철저히 새로 바꾸는 것 보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습관에 대해서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전에 이미 알맞게 익은 헌 술을 키핑(Keeping)해 놓고 필요할 때 찾아서 활용해야 더욱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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