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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우성민 칼럼니스트] 네 번째 사업 초기의 주요 매출 수단은 대기업 직원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폐쇄몰에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4~5개월의 노력 끝에 고정 매출이 생기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거래처를 좀 더 늘리면 목표로 한 이익 창출도 가능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우려하던 일이 생기고 말았다.

“대표님, 큰일 났어요.”

“왜, 무슨 일인데요”

“주 거래처에 판매가 불가능하게 생겼어요.”

“뭐라고요? 왜요? 우리가 뭔가 실수한 건가요”

“아니오. 사업 방향을 전환한다고 상부의 지시가 떨어졌대요.”

“그럼 언제부터 거래를 못하게 되는데요”

“내일부터요.”

우리 회사의 매출 90% 이상을 담당하는 거래처에서 사업 폐지 결정이 난 것이다. 대기업과 같이 큰 회사들은 하루아침에 정책이나 방향이 바뀌어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당시에 이 기업에 대한 우리 회사의 매출 의존도가 100%에 가까웠다는 점이었다. 회사의 존폐가 걸려 있을 정도의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거래처의 갑작스러운 결정이 야속했지만, 그쪽에서 우리 회사의 어려움을 생각해 줄 이유는 없었다. 이익 창출에 대한 희망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예측 가능한 위험 요소였음에도 불구하고 간과해 버린 내 잘못이었다. 창립 멤버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모든 업무는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회사에 닥친 불운에 직원들 또한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당시 창립 멤버 두 명과 그 외 직원 한 명이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회사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 직원은 다른 회사 면접을 본 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나는 아무리 중대한 일이라도 이틀 안에 판단해 결정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극한상황에 닥쳤을 때는 더욱 그렇게 한다. 시간을 흘려보내면 자칫 더 안 좋은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에도 나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움직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회사의 법인통장을 개설한 은행의 지점을 찾아갔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지점장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점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네트론이라는 회사입니다. 이 지점과 거래하고 있는데요. 지점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만나시려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운영자금이 필요합니다.”

은행의 부지점장님은 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며칠 뒤로 지점장님과의 미팅을 잡아 주셨다. 안내받은 미팅 일자에 맞춰 다시 방문한 은행에서 지점장님을 뵐 수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지점장님의 얼굴에는 여유가 묻어 나왔다. 용건을 묻는 지점장님의 질문에 준비해 간 이력서를 꺼내 보였다. 그리고 세 번의 사업에 실패한 이유와 특허출원 경험, 사업을 접고 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한 경험들을 차례로 이야기했고, 내가 왜 네 번째 사업을 시작했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 지점장님은 말없이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셨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지점장님이 부지점장님을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분 자금 지원해 드려요.”

나는 그렇게 기적과 같이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보통 대표들은 자금이 필요하면 은행 대출 담당 창구 직원과 상담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규모가 큰 자금에 대한 집행권은 창구 직원에게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출 규모가 되면 지점장의 판단이 가장 중요해진다. 나는 사업에 실패해 보고 직장에서 관리 업무를 하며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곧바로 지점장과의 미팅을 청했고, 그 자리에서 이력서를 보여 주면서 나의 사업 비전과 성공 가능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였다. 여기서 콕 집어 이야기하고 싶은 대목은 내가 ‘이력서’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대개 자금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업계획서를 제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내 이력서를 보여 주었다. 사업계획서만으로는 신뢰감을 획득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서는 종이에 그려진 장밋빛 미래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꾸밀 수 있다는 말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누군가가 당신에게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며 돈을 투자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덥석 돈을 내주겠는가? 아마 대부분은 믿지 않을 것이다. 설사 아주 친한 친구라 해도 말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점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대출을 받아 간 기업들의 성공률이 반반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은행에서, 담보도 없는 사람의 사업계획을 신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래서 나는 이력서를 만들어 찾아갔고, 나의 실패담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나의 성공 가능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은행의 지점장급에 오른 사람이라면 분명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종잇조각에 불과한 사업계획서보다는, 나 자신을 온전히 내보이는 편이 신뢰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은행 지점장님은 실패 경험을 솔직하게 터놓은 나의 패기에 후한 점수를 주신 듯했다. 물론 준비한 사업 비전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보아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승부수를 띄워서 성공했지만, 솔직히 나도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별다른 매출과 실적 없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담보도 제공할 것이 없는 회사에 자금 지원이라니.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속담이 없었다면 설명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 참고자료 : 우성민의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스노우폭스북스, 2018)』

 

우성민 칼럼니스트는 네트론, 네트론 케이터링, 라오메뜨 3개 회사의 대표다. 대표저서로는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이 있다. 가비아,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판매전략’을 강의하고 기업, 대학원, 대학원 등에서 ‘흑(黑)수저 경영학’을 강연하고 있다. 또한 67년 전통, (주)쓰리세븐상사 온라인 판매전략 고문(허스키 뉴욕 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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