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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포틀래치 고객에게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이동철의 하이엔드 마케팅 이야기

[한국강사신문 이동철 칼럼니스트] 사람들은 자주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팔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명품처럼 비싸게 팔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방식이 위험한 것은 그런 사고의 프레임이 긴 호흡으로 볼 때 시장에서 완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에 포인트가 꽂히면 모든 전략이 틀어진다. 심지어는 고객도 돈 되는 고객, 돈 안 되는 고객을 가리게 되고, 마케팅 방법도 고고한 방법과 싸구려 방법을 가린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보이는 초식이 아니라 사람인데 말이다.

북미 서해안 연안의 인디언들 사이에는 포틀래치(Potlatch)라 불리는 선물 교환 의식이 있었다. 이 방식에 따라 인디언들은 결혼식, 성년식 등 각종 행사에서 선물을 건네고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그 선물에 약간의 이자성격 까지를 더해 답례를 해야 했다. 문제는 이 답례를 둘러싸고 생겼다. 적정한 답례를 못할 경우에는 무시무시한 응징이 가해졌는데, 존경과 신뢰를 잃어 조롱거리가 되었음은 물론 심지어 노예가 되기까지 했다.

이 관행의 폐해는 날로 심해져 결국 백인들로 강제로 개입하여 금지시킬 때까지 계속 되었다. ‘포틀래치’는 중요한 행사를 축하하며 구성원들이 물물을 서로 교류하는 상호 호혜적인 교환 경제의 성격이었는데, 점차 허세의 성격으로 변질되면서 나쁜 제도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중국과의 관계는 또 다른 ‘포틀래치 경제(Potlatch economy)’의 단면을 보여준다. 1397년 조선의 사신 단이 명나라 홍무제에게 가서 이렇게 말했다.

“조공을 1년에 3번하게 해주시오.”

“무슨 소린가. 3년에 한번 만 하시오.”

조공을 많이 하겠다고 한 쪽은 ‘조선’이고, 그만 됐으니 3년에 한번만 하라는 게 ‘중국’이었다. 조공을 하면 ‘사여’라고 하여 중국이 조공을 바친 나라에 더 많은 것을 내려주는 관습이 있었는데, 조선은 바로 이것을 노려 1년 3번을 하겠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결국 조선은 1년에 3번 하게 되었고, 1534년부터는 한술 더 떠 1년에 4번을 하 게 된다. 명나라는 ‘대명회전’이라는 법전에 조공횟수를 명시했는데 지금 오키나와인 류큐 왕국과는 2년에 1번, 베트남, 태국과는 3년에 1번, 일본과는 10년에 1번 조공무역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조선은 그 측면에서 큰 특혜를 받은 셈이었다. 포틀래치이든 조공 무역이든 중요한 것은 시간이 가면서 점차 본질과 벗어났다는 것이다. 포틀래치를 할 때 부자인 족장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심지어 노예를 죽이기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짭짤해 보인 조공 무역 역시 결국 조선에게는 장기적으로 독이었다. 무역이란 가치가 있는 것을 시장의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교역하게 하는 것인데, 나라가 조공무역을 통한 무역을 발전시킴으로서 오히려 민간의 자유로운 교역이 위축되었고, 결국 민간의 발전을 저해했던 것이다. 조공무역이 오히려 독이었다는 것은 조공무역이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일본이 조공 대신 자체적으로 교역로를 남방 바다로 뚫어 더 크게 성장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브랜드에서도 오로지 높은 가격이나 수익을 쫒아가다 보면 이런 포틀래치 고객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커진다. 가격과 상관없이 척척 브랜드 제품을 사들이는 일견 VIP로 보이는 고객들이다. 그들은 따지지도 않고 그러나 이들은 브랜드를 진정 이해하고 철학을 숭배하는 고객이 아니라 허세의 일환이거나 경험의 차원에서 구매하는 뜨내기 고객이다. 이들은 실제 브랜드를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브랜드입장에서는 그들을 장기적으로 독점고객으로 소유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고객을 기업의 고객으로 선택할 때 일어난다. 또 다른 매력적인 브랜드가 나타나면 이런 포틀래치 고객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떠나버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진정한 브랜드는 브랜드의 문화에 전적으로 심취하여 그 세계와 아이덴티티 그리고 그 철학의 진가를 인정하는 한결같고 성실한 고객에게 의존한다.

가깝고 쉬워 보이는 고객에게 단순히 상품을 일회성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전파하여 진정 마음으로 통한 고객을 통해 나의 독점적 고객기반을 서서히 확대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때로는 쉬운 고객을 돌려세우면서 먼 길을 돌아가는 전략이 가장 빠른 길이 될 수 있다. 

 

이동철 칼럼니스트는 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센터 전략기획팀장과 전략사업그룹장 등을 지낸 하이엔드 마케팅 및 경영전략분야의 전문가다. 현재 교육부 창의인성 자문위원, 마이크임팩트 전속연사, 비전티움 아카데미 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TV조선 <프리미엄 코리아, 명품의 조건 >, YTN <생각이 바뀌는 의자> 등에 출연했으며, 저서로는 <한덩이 고기도 루이비통처럼 팔아라>, <밤을 경영하라> 등이 있다.

 

한상형 기자  han@lecture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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