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재은 칼럼니스트] 우리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

50대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키운 부모들은 대개 70대 후반에서 90대까지일 것이다. 일제식민지 시절에 태어나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보릿고개를 넘어 독재와 민주화, 산업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삶의 숱한 시련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부모들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나 대하소설의 주인공이 될 만큼 충분한 내용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경제적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들이 아니다. 부모들은 부나 명예, 권력 등 세상의 속물어린 잣대로는 감히 어림할 수도 없는 지난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당신들의 소중한 삶의 이야기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자식들이나 후손들이 무심하게 방치한 결과일 테지만. 유명한 그 누가 아니더라도 누가 뭐라 하든 부모들은 인생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그 삶 자체가 소중한 역사이며 풍부한 인생콘텐츠의 창고이다.

그리고 자식들의 삶의 뿌리이자 존재근거이며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는 사랑의 수호신이다. 나아가 사랑, 희생, 인내, 용기 등 살아있는 스승들이 즐비한 인생학교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역사란 끝없이 이어지며 앞 세대로부터 배우고 뒤 세대에게 물려주는 과정이다. E.H Carr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 했듯이 우리는 그 보물창고로부터 배우고 이를 잘 가꾸어 후손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그 무엇을 전해주면 좋겠다.

최근 얼마 전부터 나의 부모님은 물론이고 이 땅의 수많은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영상과 작은 책으로 담아가는 노력을 시작했다. 당신들의 삶의 이야기, 흔적 그리고 육성을 잘 버무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 작품을 당신들이 직접 보고 내가 뒷방 노인이 아니라 세상의 주인공이었음을 느껴보게 하고 싶다. 아마 그 순간, 내 삶에도 행복 몇 조각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 세상을 떠날 때 장례식장에 그 작품을 전시하고 상영하여 조문객들이 작은 삶의 가르침을 배우고 삶을 돌아보게 하고도 싶다.

​살아계신 분들은 물론 돌아가신 분들도 더 잊히기 전에 인생기록의 현장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생신 선물로도 좋고, 돌아가신 분들은 기일에 자식들의 마음을 드리는 작은 효도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세대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때에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원만하게 살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들이 지난한 인생살이의 주인공으로 살아왔듯이 당신들로부터 배우고 익힌 우리도 먼 훗날 삶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오늘 당신들의 응원가를 부르는 이유이다.

※ 출처 : 교차로 신문 ‘아름다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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