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어머니와 함께 종합병원을 찾았다. 괜히 따라왔나 싶었다. 세상의 모든 환자들이 다 여기 모인 듯 했으며 병원은 결코 올 곳이 못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복습하게 만들었다. 그중 가장 쇼킹한 것은 병원에서 처방해 준 어머니의 몇 달치 약 이었다. 약은 혈압약, 신경통약, 안정제 등 거의 장보기 수준이었다. 어머니는 몇 년째 약을 달고 사신다. 몸은 낫지도 않는데 약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지는 것 같아 슬프고 한편으로 기분이 씁쓸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프면 습관적으로 약을 먹는다. 어깨가 조금 결리면 파스를 붙이고, 두통에는 진통제, 감기에는 해열제, 위장병에는 제산제와 소화제, 잠이 오지 않으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이 거의 매뉴얼처럼 되어 있다.

필자는 의학전문가가 아니지만, 일부 의학전문가(일본 의학박사‘아보도오루’등)의 주장을 인용하여 ‘약을 끊어야 병이 낫는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하고 싶다. 뜻있는 의사들은 약의 장기복용이 우리 몸의 자율신경,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무너뜨려 면역력을 현저히 저하시킨다고 깊은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수축기 혈압이 140-150을 보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하여 장기적으로 고혈압 약 복용을 권고하고 처방하는 데 이는 대단히 위험한 조치라는 것이다. 더구나 혈압약은 한번 복용하면 평생을 따라 다닐 수 있으니 제약회사만 배불리는 상술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혈압의 수치는 지극히 변동적일 수 있으며, 혈압이 150을 나타냈다면 그 시기, 그 상황에 혈압이 150을 유지해야 함을 몸이 감지 한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정상일 수 있다는 설명인데 우리 몸의 이와 같은 자기 면역체계가 흔들어 강제로 혈압을 조절하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또한 진통제의 상시복용을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어도 자율신경계의 혼란을 가져와 새로운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는 의견에도 동조하고 싶다.

사람은 아프면 심약해 진다. 그래서 약의 힘을 빌려 이를 치유하려는 조건반사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약을 먹지 않으면 병이 심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저변에 깔려 있으니 경미한 질병에도 일단 약부터 찾는데 과연 약이라는 것이 TV광고처럼 만세를 부르며 ‘금세 나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일까?

실제로 감기 바이러스는 완치약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스갯 소리로 “감기는 완치하는데 약 먹으면 일주일, 약을 먹지 않으면 7일이 걸린다”라고 하지 않던가? 이제 약에 대한 생각을 뒤집어야 한다. 약은 되도록 절제하고 정말 참기 어려울 때 한 번씩 처방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병은 약이 아니라 ‘다시 건강해 질 수 있다’는 마음이 낫게 한다.

‘욕치기병(浴治其病), 선치기심(善治其心)’ 동의보감에서도 ‘병을 고치기를 바란다면 우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마음가짐이 없으면 병은 약이나 먹으며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게 만든다. 약은 거꾸로 내 몸의 활력을 방해할 수 있다. 약이 없으면 불안하니 스트레스마저 불러 온다. 그래서 약은 참 고약한 녀석이다. 따라서 중병이 아닌 경미한 질환에는 일단 맨 정신 맨 몸으로 부딪쳐 보아야 한다. 그래야 자연 치유력도 더 강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움에 졌다면 약을 약간의 구원투수로 등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잘 먹고 잘사는 오늘날에 약은 더욱 남용되고 있다. 우리들이 어린 시절, 가난한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약 없이도 또는 민간요법으로 잘 버텨내지 않았던가? 특별한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금연을 결심하듯 독하게 약을 끊어보자.

그리고 내 몸의 저항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지켜보자. 내안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면역체계의 자연치유력을 믿어보자. 약은 더 이상 질병의 통치자가 아니다. 약(藥)은 그저 약(弱)한 녀석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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