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몇 년 전 강원도 모 연수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주차장에서 후진을 하다가 뒤차의 차량 범퍼를 살짝 스친 일이 있었다. 눈으로 보면 표시가 많이 나지 않는 경미한 접촉 사고였다. 순간 한밤중이고, 목격자도 없고, CC카메라도 없는 곳이어서 내심 그냥 도피하고픈 갈등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다소 양심에 찔려 차의 유리에 죄송하다는 사연과 연락처를 메모했다. 필자의 양심적인 행동이 피해차량 주인을 적잖이 감동시키고 경미한 과실로 이해를 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다음날 피해 차량 주인으로부터 불쾌한 소리를 듣고 범퍼 전체를 교체하겠다는 통보까지 받았다. 물론 보상은 당연한 것이지만 보험까지 가지 않고 적절한 보상 수위를 서로 조절했어도 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결과가 과도한 변상으로 이어져 후회가 몰려온 적이 있었다.

솔직한 것은 진솔하고 진정성면에서 매우 바람직하고 고무적인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시인하거나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은 것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감출 것은 감추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새로 사귄 이성친구에게 과거에 사귄 친구를 일일이 털어놓지 않는 것처럼 솔직한 것이 독이 될 수 있다. 솔직하다고 더 좋은 보상을 받거나 표창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세상이 솔직함을 인정해주고 모든 사람들이 솔직하고 투명한 진실을 높이 평가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은 착하고 솔직하고 양심적인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솔직한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솔직해지지 않고 있다. 우직하고 솔직하면 늘 당하기만 하니까. 언젠가 나의 솔직함을 알아주는 날이 오겠지라고 하지만 그런 날은 좀처럼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때론 솔직함에 대한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하고 나서 적당히 꾀를 찾는 편향된 솔직함을 학습하고 있다.

솔직하면 당하기 때문에 적당한 선의의 거짓말을 하도록 하자. 거짓말이 약이 될 때도 있다. 좋은 일을 도모하기 위한 거짓말은 필요하다. 중국에서는 불치병에 걸린 소녀가 북경의 국기게양식을 보고 싶다고 하여 그 소원을 이루어 주려고 그 도시에서 가짜로 성대한 국기 게양식을 열었다고 한다. 감추면 감출수록 좋을 때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서로의 과거는 묻지 않는 게 좋다. 거짓말이 희망을 주고 상대를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다.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가벼운 병이라고 하여 삶의 의욕을 느끼게 할 수도 있고 집들이 갔는데 음식 맛이 별로더라도 “찌개 맛이 일품이네요”라고 칭찬하면 상대는 신이난다. 밤새워 작성한 보고서가 내용도 없고 마음에도 안들지만 거짓으로 “수고 했어, 조금만 다듬으면 완전할꺼야”라고 한다면 부하직원은 충성을 맹세할 것이다.

휴대전화로 카드나 보험가입을 요구하는 전화가 왔을 때 솔직하게 응대하다 보면 결국 불필요한 계약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 거짓으로 적절한 이유를 들어 거절해야 한다. 계속 권유하는 영업사원에게 “죄송한데요, 저희 형수님이 그 일을 하시거든요”하면 집요한 권유를 멈추게 된다.

순진한 농촌 총각이 너무 솔직해서 여우같은 도시처녀에게 당할 수 있다. 적당히 솔직해 지자.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지만 가끔은 나도 남도 이롭게 하는 솔직에 반기를 드는 선의의 거짓말도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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