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우성민 칼럼니스트] 사업 개시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자금 상황은 빠듯했지만, 도약을 위해서 다시 한 번 투자를 결심했다.

“그래, 새로운 판매 채널을 육성하고 동시에 우리만의 판매 채널과 제품도 만들어 나가자.”

당장 판매 채널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오픈마켓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혈 경쟁이 심한 오픈마켓에서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판매 방법을 기획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우리가 판매해야 하는 제품은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화장품이었고, 그중에서도 유명한 팩 브랜드였다. 시장 상황을 분석해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고민이 앞섰다.

‘어떻게 하면 후발주자인 우리 회사가 다른 판매업체보다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을까’

제품에 대한 분석과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결국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화장품 브랜드의 대표님과 협의하여 기존 1kg으로 비닐 팩에 담아 판매되던 제품을 500g으로 나누어 포장하고, 관리와 사용이 용이한 통에 담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공급가와 판매가가 다소 상승하긴 했지만, 소비자들은 관리와 사용이 용이하게 변경된 제품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예상은 적중했고, 해당 제품은 판매 1위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픈마켓의 경쟁은 말 그대로 치열했다. 우리 상품의 등장으로 판매율이 떨어진 다른 회사들이 일제히 가격을 크게 떨어뜨리며, 불길처럼 맹렬하게 공격해 왔다. 저가 공세에 결국 우리 제품의 판매율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가격을 낮추지 않았다. 출혈 경쟁을 예측하고 있었고, 또 가격을 함께 떨어뜨리게 되면 모두 죽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 팩 제품과 찰떡궁합인 앰플을 새로 개발했다. 그리고 이 앰플을 팩 구매자들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팩과 앰플의 시너지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구매자들은 다시 우리의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다.

이후 경쟁사들은 판매가를 더욱 낮췄지만 앰플의 매력에 빠진 구매자들은 이탈하지 않았다. 그 이후 현재까지 우리는 이 브랜드의 팩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제품은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왜 그 판매처에서 구매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만들어 주면 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번엔 농림축산식품부 강원도 6차 산업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던 때의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나는 강원도 농민들이 제조한 농산품을 판매하게 되었다. 당시 한 업체가 농부들의 사진을 게재해 정직한 농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콘셉트로 막대한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다른 농산품 쇼핑몰들은 별다른 차별화 없이 이 콘셉트를 따라 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나는 남들과 같은 제품을 다루더라도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판매 방법을 개발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품을 부각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농부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에 깊이 감동하게 되었다. 정직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농부들의 노력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장인이었다. 나는 그들의 ‘장인 정신’을 부각시켜 소비자들에 어필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만난 상품 중에 인제군에 사는 농민 부부의 재래식 된장과 간장이 있었다. 나는 상품 담당자와 함께 이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갔다. 비포장도로를 따라서 한참 산을 오르니 노부부의 집이 나왔다.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작업장은 노부부의 집보다 더 깊은 산골짜기에 따로 위치해 있었다. 노부부는 3대째 같은 방식으로 메주를 띄워 재래식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이 밭은 우리밖에 못 올라와요. 이 위로는 집이 한 채도 없거든.”

“그야말로 유기농이란 말이 필요 없는 자연 그대로의 밭이네요.”

한참 동안 생산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회사에 전화해 확인할 것이 생각나 휴대폰 화면을 켰는데, ‘서비스 불가 지역’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우리나라에서 휴대폰 통화가 안 되는 곳이 있는 줄 몰랐네요.”

“아휴 말도 마요, 여기는 전화도 안 되고, 택배도 안 와요.”

상품을 택배로 보내려면 시내에 있는 택배 회사까지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 판매를 하기엔 최악의 조건인 셈이었다. 하지만 나는 곧 이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생각해 보기로 했다.

‘전화도 되지 않는 강원도 인제군 소치리 마지막집 OOOO 재래식된장’

노부부의 소박한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과 청정 지역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마케팅과 판매를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3대를 이어온 부부의 진정한 장인 정신이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되었다. 얼마 되지 않아서 재래식 된장과 간장 분야에서 판매 상위권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후 다른 농수산 식품들 또한 농어민들의 장인 정신을 콘셉트로 삼아 인기를 끌었다. 마케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단 하나의 진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브랜드와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만나면, 아무리 불리한 조건이라 해도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제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참고자료 : 우성민의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스노우폭스북스, 2018)』

 

우성민 칼럼니스트는 네트론, 네트론 케이터링, 라오메뜨 3개 회사의 대표다. 대표저서로는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경영학』이 있다. 가비아,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판매전략’을 강의하고 기업, 대학원, 대학원 등에서 ‘흑(黑)수저 경영학’을 강연하고 있다. 또한 67년 전통, (주)쓰리세븐상사 온라인 판매전략 고문(허스키 뉴욕 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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