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이기는 리더십⑥

허브 켈러허 <사진=한겨례>

[한국강사신문 윤상모 칼럼니스트] 1992년 미국 댈러스의 한 레슬링 경기장. 사회자가 선수 이름을 외치자 영화 「록키」의 배경음악에 맞춰 60대 노인이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등장했다.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인물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회장인 허브 켈러허였다. 스티븐슨 항공사의 회장인 커드 훠월드와 팔씨름 대결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두 회사의 회장이 팔씨름 대결을 벌인 이유는 서로간의 법적 소송이 발단이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광고 문구는 “Just Plane Smart" 였는데 스티븐슨 항공사에서 그 문구는 자신들의 광고인 “Plane Smart" 를 모방했다며 광고 금지를 원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우스웨스트의 허브 켈러허 회장은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투지 말고 회장끼리 팔씨름을 해서 이기는 쪽이 광고를 하자고 제의했고 커드 훠월드 회장이 동의해 시합이 성사되었다. 이 기발한 대결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고 회장들의 팔씨름 대회는 신문과 TV를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팔씨름 대결의 결과는 10초 만에 커드 훠월드 회장의 승리로 끝이 났다.

허브 켈러허는 “제가 이번 주에 감기에 걸렸는데 손목을 다쳤습니다”라며 재치있는 유머로 패배를 인정했고 광고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팔씨름 대회를 시청한 조지 부시 대통령은 허브 켈러허 회장에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에 대해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항공사 회장간의 광고 문구를 걸고 벌인 화제의 이벤트는 두 회사가 돈 한 푼 안들이고 엄청난 광고 효과를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스티븐슨 항공사의 인지도가 함께 올라간 것에 기뻐한 커드 훠월드 회장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에서 비슷한 광고 문구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다.

허브 켈러허는 샌 안토니오에 사무실을 둔 변호사였다. 허브 켈러허는 자신이 주로 다니던 댈러스와 샌 안토니오, 휴스턴을 연결하는 항공사를 설립하면서 항공 사업에 뛰어 들었다. 허브 켈러허는 기존의 항공사들이 비행 서비스를 고급화하는 것에 반해 승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즐겁게 여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성공한 저가항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모든 불필요한 비용을 줄였다. 비행기의 기종은 보잉 737로 통일했다.

기장과 승무원들이 기내의 청소를 했고 기내식으로는 땅콩만 제공했다. 지정 예약석이 없으며 탑승 당일 선착순으로 좌석을 배정했다. 마일리지가 아닌 탑승 횟수만으로 무료항공권을 지급했다. 또한 ‘승객들이 즐겁기 위해서는 승무원과 직원들이 즐겁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허브 켈러허의 생각이었다. 직원들의 채용시 첫 번째 기준은 ‘유머감각’이었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교육을 통해서 익힐 수 있지만 몸에 배어있는 태도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승무원들은 유니폼이 없이 근무했고 비행이 ‘일’이 아니라 ‘승객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놀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허브 켈러허는 “고객보다는 직원이 우선이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허브 켈러허의 이런 파격적인 경영과 직원에 대한 마인드는 비행기 단 한 대로 시작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654대의 항공기를 보유한(2015년 기준) 미국의 4대 항공사로 성장시켰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구인광고는 다음과 같다. 「즐겁게 일하고 싶으신가요? 그럼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로 오십시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일하며 약간의 반항도 허용되며 누구나 존중과 배려를 받는 곳, 언제라도 엘비스 프레슬리(허브 켈러허)를 만날 수 있고 바지는 입어도 벗어도 되는 회사입니다.」

잡지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광고를 게재한 허브 켈러허 <사진=한국경제>

허브 켈러허는 스스로 광고에 출연해 익살맞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거나 랩을 부르며 즐겁게 일하는 회사 분위기를 홍보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에 입사한 직원들은 신입사원 연수 시절부터 허브 켈러허 회장의 재미있게 일하는 분위기를 접하게 된다. 사원들은 즐겁게 일하는 사우스웨스트만의 문화를 즐기며 회사 생활을 한다. 그 결과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에서 늘 상위권에 속해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승무원이 승객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탑승시 비행기의 안내 멘트는 다음과 같다. “이 비행기 안에서는 흡연이 절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흡연하다가 들키면 그런 승객은 비행기 날개 위로 나가 우리가 자신 있게 내놓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관람하도록 조치됩니다.”허브 켈러허의 이런 경영 방침을 즐거움(Fun)과 경영(Management)이 합쳐진 퍼니지먼트(Funagement)라고 부른다. 직원들이 모든 일을 즐겁게 해야 고객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허브 켈러의 회장이 직원 우선 정책을 유지한 이유였다. 그는 “ 회사가 직원들을 존중하고 보살피면, 직원들이 손님들을 세심하게 보살피며 환대할 것입니다. 그러면 고객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 것이고 결국, 주주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것입니다.”라고 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회사가 성공한다’는 사실은 실적으로도 증명되었다. 1971년 창사 이래 4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주가 수익률은 창사 당시 주가 대비 21,000%를 기록했다. 9.11 테러가 벌어졌던 2001년, 금융 위기로 전 세계의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2008년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직원들의 이직율은 10%이하이며 회사의 정리해고는 한 번도 없었다. 9.11 테러로 12만 명을 해고한 다른 미국의 항공사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러한 사우스웨스트의 직원우선 정책은 항공사의 로망인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케 했다.

정시도착, 수화물운송, 고객 불만 항목에서 32년 연속으로 최고 점수를 획득한 것이다. 허브 켈러허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런 직원들을 찾습니다.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 낙관적인 사람,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는 사람입니다. 그런 태도를 갖춘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는 학력, 경력을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항공 전문가는 지원하지 말라고도 한다. 기존의 항공사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가진 사람보다는 백지 상태의 일반인이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1994년 10월 16일 USA투데이 신문에 1만 6천명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직원이 참여한 전면 광고가 실렸다. “감사합니다. 허브. 우리 직원들 이름을 모두 기억해 주신데 대하여, 추수 감사절 날 수하물 적재를 도와주신 데 대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키스를 해주신 데 대하여, 우리의 말을 들어주신 데 대하여, 직장에서 반바지와 운동화를 신게 해주신 데 대하여, 회장이 아니라 친구가 돼 주신 데 대하여” 광고비 6만 달러는 모두 직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허브 켈러허가 자신의 어머니가 한 말을 잊지 않고 실천한 결과였다. “지위나 직함은 사람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지난주 1월 3일 허브 켈러허 회장은 87세를 일기로 세상과 작별했다. 사우스웨스트에서는 더 이상 허브 켈러허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의 직원에 대한 사랑과 고객에게 대한 펀(Fun)한 마음은 지금도 미국의 하늘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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