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효석 칼럼니스트] ‘갑(甲)’은 십간의 첫 번째를 의미하는 단어로, 순서를 정할 때 첫 번째로 기술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조선에서는 합격하기 가장 어려운 시험을 ‘갑과’라고 했고, 갑과에 합격하면 높은 관직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 또한, 합격한 사람들을 성적에 따라 갑과 을과 등으로 등급을 나누기도 했다. 이러한 관습에 의해서 ‘갑’은 최상이나 최고를 의미하게 되었다. 대부분 계약서 등에서 계약체결에서 갑은 고용주나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처럼 갑과 을의 관계는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항상 존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갑에 위치에 있고 싶어 한다. 그러나 영업은 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고객의 의중을 파악하고 그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관리로 추가 계약이나 소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후 자연스럽게 갑과 을의 주종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나 컨설팅의 개념으로 가면 그 관계의 역전이 가능하다. 상대에게 이익을 주면 그 입장은 갑이 되고 이익을 받는 사람은 을이 된다. 그러나 영업인만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는다고만 생각하는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은 소비자 역시 이익을 취하게 된다. 상호 이익이 있으므로 이는 평등의 관계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보가 넘치고 소비시장 이상의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기 때문에 영업인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고객은 지금 당장 그 이익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향에 역전하는 추세가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컨설팅 영업이다. 영업인은 미리 구매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영업을 말한다. 고객은 상품 정보가 넘쳐나고 구매정보가 넘쳐날수록 다양해지고 구매채널이 다양해지고 고객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이때 영업인은 자신의 이익을 떠나서 고객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 영업의 큐레이션(Curation) 역할을 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 세일즈’라는 말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는 FC(Financial Consultant), LP(Life Planer), RC(Risk Consultant)라고 불린다. 컨설턴트가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처럼 컨설팅 영업이란 영업인이 구매자를 분석해서 문제점을 알아내고 자신의 상품으로 해결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을 때 고객은 만족해하고 기꺼이 서비스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

전문가가 직접 고객 맞춤형 제품을 골라주는 컨설팅영업 시장의 성장은 회원의 방문판매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방문판매는 역대 최대 규모인 3조 3,41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6% 증가한 수치이다. 최근 공정거래 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방문판매에 뛰어든 기업은 전년 대비 72개 증가한 2,777곳을 기록했다. 이 중 1위는 아모레 퍼시픽(1조 797억)이 차지했고, 전년 대비 25% 상승한 LG생활건강(6,631억 원)이 2위 그 뒤를 이어 코웨이, 웅진씽크빅, 풀무원건강생활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상위 5개사의 매출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2.8%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전체 시장에서 방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경기 침체로 쇼핑몰 등 오프라인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드는 대신 방문판매원의 찾아가는 서비스, 1:1 맞춤 컨설팅 제공 등의 장점이 부각되는 것이다. 여기에 배달 방문 서비스를 선호하는 1인 가구의 성장도 일부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더불어 가성비를 크게 따지는 20, 30대 여성들과 트렌드에 민감한 ‘뉴포티(젊은 40대)’가 가세하면서 컨설팅 형식의 영업방식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방문판매 영업은 40~50대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올라 앞으로 시장 활성화의 견인차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방문 판매 영업인은 체계적인 서비스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 제품구매 유도 전에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먼저 무료로 제공한다. 이는 마트의 무료시식이나 홈쇼핑의 무료체험, 의료기 판매장의 무료 체험 서비스와 같은 개념으로 무료 서비스에 만족한 소비자는 빚진 마음이 들게 된다. 방문 판매와 직접 판매의 무료체험은 오프라인 매장의 무료서비스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데 영업인이 고객이 허락한 DB를 이용해 수시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영업인은 무료서비스만 이용하는 ‘얌체족’에 대한 비용부담, 서비스 시간의 증가에 따른 시간 손실의 단점은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 영업에서 발생하는 점포 임대료용 등 고정비보다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참고자료 : 『강사 트렌드 코리아 2019(지식공감, 2018.10.9.)』

 

김효석 칼럼니스트는 홍익대학교 대학원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김효석&송희영아카데미 대표, 평화방송 MC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강사협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한국케이블TV협회 유선방송위원회 위원장상, 사랑의쌀 나눔대상 자원봉사부문 개인 우수상, 대한민국 국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로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최초의 강사 트렌드 분석서인 『강사 트렌드 코리아 2019』(공저)를 비롯해 『OBM 설득마케팅』, 『불황을 이기는 세일즈 전략』, 『카리스마 세일즈』, 『세일즈전사로 다시 태어나기』 외 다수가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