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신동국 칼럼니스트] 어느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다. 첫 번째 강의가 활기찬 분위기 속에 끝나고 두 번째 강의가 시작되었다. 두 번째 강사가 열심히 강의하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상하게 축 가라앉아 있었다. 강사가 청중에게 자유롭게 답변을 해달라는 주문을 했지만, 질문을 해도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묵묵부답이었다. 청중은 무슨 마법에 걸리기라도 한 듯 팔짱을 낀 채 무뚝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강사의 무뚝뚝하고 근엄한 표정이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강사를 유심히 관찰했는데 그 강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에너지가 청중에게 전달되어 강의장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강사의 표정이 굳어 있는데 청중의 표정이 밝은 경우를 나는 보지 못했다. 강사의 표정이 굳어 있는 상태에서 청중과의 상호작용은 쉽지 않다. 특히 청중이 마지못해 끌려온 교육생 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때 시청률이 30%에 육박했던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는 시트콤이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해맑은 미소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가 있다. 조그마한 눈에 풋풋하고 귀여운 얼굴의 서민정! 그녀는 원래 ‘스마일의 여왕’이 아니었다. 그녀가 방송계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을 때만 해도 웃음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수척한 모습에 다소 어두운 그늘이 있었던 그녀가 ‘비장의 무기’인 해맑은 미소를 갖게 된 것은 끈질긴 노력 덕분이었다. 그녀는 하루에 3시간 이상 ‘미소 짓는 표정’을 연습했다. 6개월 동안 땀 흘린 결실로 ‘스마일의 여왕’ 이라는 애칭을 얻게 된 것이다.

서민정은 노래 부를 때 음정과 박자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한다. 서민정표 ‘반달눈 웃음’ 을 얼굴 가득 머금은 채 열심히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얻은 또 하나의 애칭이 ‘음치의 여왕’이다. 뭔가 부족해도 귀여운 미소가 다 가려준다.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웃음도 노력이에요!”

밝은 표정과 미소는 분위기를 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주위 사람에게 친근감과 호감을 준다. 주위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 뭔가 잘못해도 그냥 용서가 된다. 뭔가 부족해보여도 그냥 넘어가준다. 상위 1%에 속하는 명강사들은 대부분 밝은 표정과 미소를 기본 무기로 장착하고 있다. 강의에서는 첫 인상이 매우 중요하다. 강사의 첫인상은 바로 얼굴 표정이다. 미소를 머금으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으면 인상이 저절로 좋아진다. 이런 강사에게 청중은 호감과 친근함을 느낀다.

청중이 강사에게 호감을 느끼면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호응을 잘해준다. 어디 그뿐인가?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넘친다. 좋은 기분과 활력은 청중에게 그대로 전파되어 강의장 전체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든다.

“미소보다 강한 첫인상은 없다!”

<강사양성아카데미>에서 강의하고 코칭하면서 느끼는 게 있다. 강사 10명 중에 7~8명은 강의할 때 표정이 굳어 있다는 사실이다. 표정이 굳어 있으면 긴장하게 되고 긴장하면 말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다 보면 평정심을 잃는 경우가 많다. 말하는 속도가 빨라지면 다시 표정이 굳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교육장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은 당연하다. 미소를 띠고 밝은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을 안 하는 것이 문제다. 바로 그 점이 우리에게는 기회가 된다. 대다수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에 내 표정이 조금만 밝아도 기본 점수는 따고 들어간다.

평소에 항상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면 최소한 강의가 있는 날만이라도 표정 연습을 해야 한다. 미리 연습해야 얼굴 근육이 풀려서 강의를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다. 그런데 종일 굳어 있다가 갑자기 웃으려고 하면 어색 할 수밖에 없다. 청중은 미소의 진위를 금방 알아차린다.

어느 회사에 가서 강의를 하는데 한 청중으로부터 ‘비주얼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표정이 너무 밝아서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얼굴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표정은 바꿀 수 있다. 나처럼 타고 난 비주얼이 신통치 않은 사람일수록 거울을 보며 표정 연습을 해 야 한다. ‘얼굴은 조상 탓! 그러나 표정은 내 탓!’이다.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지어 청중을 내편으로 만들자.

※ 출처 : <하고 싶다 명강의 되고 싶다 명강사(끌리는책, 2016)>

 

신동국 칼럼니스트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대제철에서 인력관리부장, 국책연구기관의 컨설턴트를 역임했다. 고려대 명강사최고위과정 책임교수, 상명대 명강사양성과정 지도교수를 거쳐 현재 뉴패러다임센터 대표, 강사양성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 명강사 경진대회에서 1등을 수상했으며, 이후 1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는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하고 싶다 명강의 되고 싶다 명강사(끌리는책, 2016)>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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