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주미 칼럼니스트] 도미니크 로로의 저서 『심플하게 산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정성을 들인 좋은 옷차림에서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온다.”

나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로 옷을 잘 차려 입은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자신감과 함께 그 사람만의 감각과 에너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옷에는 사람을 바꾸는 힘이 있다. 일종의 ‘전염 효과’가 있어서 자신이 어떤 옷을 입었느냐에 따라 생각과 마음이 달라진다. 외모지상주의는 아니라도 옷을 차려 입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의식이다. 물론 옷이란 그저 ‘겉치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말이 조금 우습고 과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바쁜 현대 사회에서, 옷은 우리가 자신을 소개하기도 전에 나를 알리는 암묵적 메시지이자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나는 종종 강의 시간에 스트리트 패션의 신이라 불리는 닉 우스터(Nick Wooster)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고는 이 사람의 직업을 맞춰 보라는 퀴즈를 낸다. 그러면 놀랍게도 수강생들은 그를 전혀 알지 못하고 본 적도 없음에도 ‘패션 업계 종사자’라는 정답을 내놓는다. 옷 차림만 보고도 직업까지 짐작해낸 것이다.

패션지 마리끌레르의 패션 디렉터 니나 가르시아(Nina Garcia)는 스타일의 기초 공식을 이렇게 정의 내렸다. “스타일의 해법은 영혼에 자신감을 입히고, 기본 아이템에 충실하고, 감각적인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나는 매일 옷을 입을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묻는다. ‘나는 오늘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가?’ 그러고는 이렇게 대답한다. ‘마인드가 유연하고, 감각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그러면 오늘 내가 입어야 할 옷과 앞으로 사야 할 옷이 쉽게 결정된다.

패션은 내가 누구인지를 가장 분명하게 나타내주는 수단이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제다. 오늘 내가 옷차림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일은 원하는 스타일로 다가가는 첫 걸음이다. 자, 이제 당신은 옷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옷은 보이지 않는 감성과 지성, 센스를 겉으로 드러내는 매개다. 그런데 많은 한국 여성들은 ‘패션 감각’을 길러볼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자라왔다. 어린 시절에는 당연히 엄마가 사주는 옷을 입고, 학창 시절에는 획일화된 교복을 입으며, 대학생이 되고난 후 잠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다가 사회에 진출하면 직장 분위기에 어울리는 옷을 입게 된다. 물론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옷을 입도록 허용하는 회사에 입사한다면 다행이지만, 보수적인 직업을 갖거나 유니폼을 입는 직종에 종사한다면 자신만의 패션 감각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더 줄어든다.

또 사귀는 남자친구가 특정한 스타일만을 선호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패션을 시도해보기가 힘들다. 결혼 후에는 남편의 취향에 맞추거나 아이를 키우느라 패션에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 내어 옷장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옷장을 열면 몇 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뒤엉켜 있고, 어쩌다 옷을 사러 가면 예전에 입던 사이즈에서 멀어진 체형을 자각하게 될 뿐이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며 스스로를 이렇게 위안한다. ‘이제 이런 스타일리시한 옷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대학 시절 체육학을 전공한 J양은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고민이 생겼다. 늘 편안한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만 다니다 보니 정작 중요한 모임이나 데이트 때 입을 옷이 없는 게 문제였다. 세련된 전문직 여성의 분위기로 변신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단숨에 스타일을 바꾸기란 무척 어려웠다.

큰마음 먹고 블라우스를 사려고 보면 입기 불편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고, 치마 역시 그간 입지 않았던 습관 탓에 구입하기가 망설여졌다. 굽이 있는 구두는 발이 불편할 것 같아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변화를 결심한 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그녀의 스타일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패션 스타일은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몇 번 시도를 반복하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하게 소화하는 노하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외모지상주의는 아니라도 패션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역시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이라도 좋아하는 옷을 갖춰 입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보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지속하면 내가 진짜 원하는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감각적이면서 세련된 스타일의 옷을 좋아한다. 물론 별다른 일이 없을 때는 캐주얼한 옷을 즐기지만, 오히려 아무도 만나지 않는 날에는 평소에 입지 않았던 스타일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할 때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조합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또 새로운 나를 옷으로 표현하면서 내 안의 창의성이 길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패션 감각이 생 겨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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