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스마트폰을 몇 번이나 했건만 발신은 가지만 응답이 없다. 궁금해서 보낸 문자 또한 속된말로 씹었나 보다. 이런 일방적 상대방의 침묵에 답답하고 짜증이 난 경험이 있었으리라. 만약 배우자나 친한 애인이 이 같은 행동을 했다면 그야말로 분기탱천(憤氣撐天)일 것이다.

우리에겐 참 많은 침묵이 일상화 되어있다. 소개팅이나 맞선장소에 나가 상대가 맘에 들지 않으면 무어라 한마디 회신 없이 다음날부터 침묵 일변도이고, 방금 싸움을 마친 부부는 한동안 침묵의 정적으로 답변한다. 또한 휴대폰 카카오톡을 켜 보니 반가운 메세지가 와있어 반갑게 응대를 하면 상대방은 그 이후 묵묵부답일 뿐이다. 정말 짜증지대로다. 왜 모두들 이런 침묵 캠페인을 벌이는 것인가? 인간의 상호작용을 단절시키는 침묵은 똥 같은 존재이다.

무언(無言)수행을 하지 않은 것이라면 말을 하고 반응을 하고 아니면 인기척이라도 해야한다. 침묵이 자기 존재의 가벼움을 거부하고 과묵한 품위를 지켜준다는 것은 억지논리에 불과하다. 물론 나름대로의 항변도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를 받지 못할 상황이었다든지. 미처 듣지 못했다든지. 소개팅한 상대방이 부담 될까봐 싫은 내색을 하기 싫어서, 바빠서 SNS를 확인할 틈도 없었다고 고개 빳빳하게 들며 조금도 기죽지 않을 대응 태세마저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하나만 묻자. 당신이 침묵하는 그 시간만큼 상대방은 별별 쓸데없는 생각까지 하며 속을 태웠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화병(火病)걸리니 웬만하면 그냥 속 시원히 말해줬으면 한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또 왜 그렇고, 왜 그렇지 않은지 말이다. 그렇게 해야 상대방도 적절하게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다.

옛말에 ‘짖지 않는 개가 무섭다’라고 했다. 생각해 보라. 길을 가는데 덩치 큰 개가 짖지도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면 얼마나 무섭겠는가? 괴기 영화를 보더라도 깔깔대고 정신없는 귀신보다 은근히 소리 없이 등장하는 귀신이 더 무섭다. 침묵하고 돌아간 고객은 무서운 고객이다. 영영 다시 매장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상사가 과도하게 침묵하는 경우는 조심해야 한다. 침묵하는 상사는 클레뮬린처럼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몰라 스타일을 맞추기가 어려워 부하들이 힘들다. 게다가 바보 같은 상사들, 속 좁은 상사들이 말없이 아랫사람들을 괴롭힌다. 이들은 부하직원의 잘못을 꾸짖어서 바로잡는 것 보다 그저 조용히 침묵하다가 인사고과를 긁는 것으로 보복을 한다. 그런 치사한 보복은 아니더라도 침묵으로 ‘나 화났다’를 표시하고 다니거나 삐지면 오랜 침묵으로 맞불 켜는 벤댕이 상사도 많다.

넓은 개념으로 조용한 조직분위기는 살벌함을 연출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 부푼가슴을 안고 아침에 출근했는데, 상호 대화소리는커녕 파티션 너머로 컴퓨터 자판 소리만 들린다면? 이는 진짜 여름 납량특집으로 방영되어야할 직장 내 호러물이 아닐 수 없다.

침묵하고는 담쌓고 살아보자. 잠시 침묵하여 신중하게 말을 아끼고 절제하는 것과 마냥 침묵은 전혀 다른 것이다. 침묵을 보기를 똥같이 여겨야 한다. 똥 같은 침묵을 고이 간직하는 것은 뱃속에 숙변만 채울 뿐이다.

너무 바쁜 시기에 휴대폰 문자가 오더라도 이렇게 작은 답변이라도 해서 나의 침묵을 깨뜨려주자. ‘잠만’(잠깐만), ‘^^’ , ‘웅’(알았어), ‘ㅋㅋ’ 등등 아니면 간단한 이모티콘으로 응수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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