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은과 최민수 부부 <사진=강주은 인스타그램>

[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이 책 『내가 말해 줄게요(미메시스, 2017)』는 명배우의 아내이자 사랑스러운 엄마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방송인 강주은의 인생과 결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인터뷰집이다. 소통의 관점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문화 차이, 부부 소통, 자녀 교육의 주제를 관통하며 인생사를 되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어떠한 일인지, 진정한 소통의 실질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세밀하게 짚어 낸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만 캐나다에서 태어나 결혼 전까지 평생 캐나다에서 살아온 캐나다 사람, 강주은. 캐나다에서 한 번도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이나 차별, 편견을 느낀 적 없이 보통 가족처럼 회사를 다니며 외동딸인 저자를 아껴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그녀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배우 최민수에게 만난 지 3시간 만에 프러포즈 받았다. 그 후 6개월 만에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라며 부모 사이를 보고 자신의 결혼 생활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는 그녀는 한국으로 시집와서 가부장적인 남편과 평범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외딴 섬에 홀로 떨어진 것 같았지만 그것이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받아들인 그녀가 남편, 부모, 아이들과 나눴던 소통의 순간들을 공유하며 자신이 터득한 소통의 비법을 그대로 전한다.

저자 강주은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상대방의 입장을 ‘상상’해 그 사람이 되어 보라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에 맞춰 나의 대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자세를 가진다면 누구와의 소통이든 순조로워진다는 것. 이 책 『내가 말해 줄게요』는 비단 특별한 남자와 사는 외국인 아내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평범하게 겪는 소통의 문제를 조금 더 민감하게 관찰하고 끊임없이 고민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낸 사람의 경험담이다. 현재와 과거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90여 장이 사진들의 배치 역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의 맛을 돋운다.

언어가 원활히 통하지 않고, 사고방식도 너무 다른 남편과 어떻게 평화롭고 순탄하게 대화할지를 궁리하다가 떠오른 방법은 만화였다. “이런 만화가 여러 개 쌓이다 보니 그림에서 나타난 제 위트나 유머도 남편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요. 이게 우리 소통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였어요.” 말할 수 없어 괴롭거나 마음을 꼭 표현하고 싶을 때 서툰 한국어와 어설픈 그림으로라도 그렸다.

가족이나 배우자와의 소통이 어려우면 결국엔 침묵 또는 싸움으로 번지기 쉽지만 자신의 생각을 재치 있게 전달할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누구든 내 파트너가 독특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 만큼 우리만의 방법을 새로 만들어 가야 해요.” 그녀가 남편과 살면서 터득한 크고 작은 소통의 비결들은 남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자신의 자세를 선택했으면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것에 행해야 해요.”

예능 프로 「엄마가 뭐길래」에서 큰아들의 갑작스런 휴학 결정과 진로 변경으로 민감한 상황에도 아이를 존중하고 오히려 서로 신뢰감을 확인했던 장면이 방영된 후부터 강주은의 자녀 교육법이 많은 부모들의 관심을 끌었다. 친구 같으면서도 존경받는 부모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그녀의 양육법에는 의식적으로 꼭 지켜 왔던 몇 가지의 원칙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어떠한 점수를 받아와도 그 점수가 ‘스스로 해낸 점수’인지를 묻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했다는 게 제일 중요해. 그런데 정말 열심히 했는지 아닌지는 너만 알아. 그리고 이 점수는 엄마 아빠의 점수가 아니라 오직 네 점수야” 그렇게 자신의 공부에 책임감을 심어 주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큰아들이 캐나다의 명문대학에 사교육 없이 입학했다. 그녀가 의식적으로 지켰다는 몇 가지 원칙 및 아이들과의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현실적인 교육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소통이란 것은 실은 가장 친밀한 가족에게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강주은은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 미소 짓는 것,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 손을 잡아 주는 것, 안아 주는 것 등 일상에서 마땅히 해야 하는 긍정적인 표현들만 성실히 해도 자연스럽게 소통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또한 ‘말’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그녀의 메시지를 듣고 있자면, ‘소통’에 대해 가졌던 알게 모르게 굳어져 있던 생각들이 조금은 더 확장되고 여유로워진다.

이 책 『내가 말해 줄게요』에서 초지일관 강조하는 것은 소통의 해결책은 각자의 인생과 경험 속에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 보길 권하고 있는 그녀는 이 책 『내가 말해 줄게요』속의 이야기가 누군가가 스스로의 길을 찾는 과정에서 영감이 되고,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가 말해 줄게요』의 저자 강주은은 197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1993년 미스코리아 캐나다 진으로 선발되어 한국에 오게 되었고, 이때 배우 최민수를 만나 1994년에 결혼했다.

2003년부터 서울 외국인 학교에서 대외 협력 이사로 13년간 근무했고, 그 사이 코리아 외국인 학교 재단, 미국 상공회의소, 캐나다 상공회의소 등에서 일했다. 외국 대사를 인터뷰하는 아리랑 TV의 「디플로머시 라운지」를 진행했고 예능 TV 프로그램 「엄마가 뭐길래」에 출연했다. 현재 「강주은의 굿라이프」라는 홈쇼핑 프로그램을 맡고 있으며, 주부들을 대상으로 소통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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