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가의 낭독칼럼

[한국강사신문 진가록 칼럼니스트] 전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인 『꾸뻬씨의 행복여행』, 책의 주인공은 능력 있는 정신과 의사인 꾸뻬다. 진심을 다해 환자들을 상담하는 꾸뻬는 점점 많은 세금을 낼만큼 바빠졌는데, 그만큼 더 지쳐 있었다. 그러던 중 꾸뻬는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더 많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다른 모든 지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에게 상담하러 오는 고객들은 대부분이 ‘불행하지도 않으면서 불행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면서 살아가지만 불행했다. 심지어 꾸뻬 동료 의사들 또한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꾸뻬는 특별한 여행을 기획했다. 그 여행은 바로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하는지 알아내는’ 행복 여행이었다.

행복의 비밀을 찾기 위해 시작한 꾸뻬의 여행은 ‘비지니스 클래스’라는 행운이 더해져 즐겁게 시작된다. 중국으로 간 꾸뻬는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친구 뱅쌍을 만났다. 뱅쌍이 있는 도시 전체에는 유리로 된 현대식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꾸뻬와 뱅쌍은 고층 건물 꼭대기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꾸뻬가 보기에 뱅쌍이 몹시 피곤해 보였는데, 알고 보니 뱅쌍은 주당 80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뱅쌍의 일하는 시간이 꾸뻬의 두배에 달한다는 얘기를 듣자, 그는 아주 슬퍼보였다.

그러나 뱅쌍이 꾸뻬가 버는 돈의 일곱배나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한결 덜 슬퍼 보였다. 꾸뻬가 뱅쌍에게 ‘삶이 행복하냐’고 묻자 뱅쌍은 ‘일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곧 일을 그만둘 거라고 말했다. “단, 지금이 아니라 3백만 달러를 벌고 나면...” 뱅쌍은 그것이 자기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긴 최신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전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것을 시작하든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꾸뻬가 물었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해?” 뱅쌍은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런 식으로 몇 년을 계속해서 일하고 나면 일을 그만둘 때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다. 건강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더 많은 시간을 일하기 위해 건강에 해로운 약들을 습관적으로 복용했고, 그런 것들 없이는 잘 지낼 수조차 없게 되어 버렸다. 종종 이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잦은 회의참석이 아내와 함께 할 시간까지 빼앗아 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언제나 돈에 대해 걱정했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인데, 특히 뱅쌍처럼 매일 값비싼 와인을 주문할 경우엔 더욱 그랬다. 또 그들은 삶에서 자신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일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를로르, 『꾸뻬씨의 행복여행』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것들에 가치를 매기고, 우선순위를 매기고 있다. 택시를 탈지, 버스를 탈지 고민하는 순간에 우리가 가진 시간에 대해 가치를 매기게 된다. 또 여행을 다니면서 조용하지만 비싼 숙소와 시끄럽지만 싼 숙소를 고를 때도 우리는 자신만의 기준을 잡아 가치를 매긴다. 뱅쌍과 같이 일을 그만두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중에는 종종 건강을 잃기도 하고, 가족을 잃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에게 행복한가 묻는 질문을 할 시간도 없이 앞으로 달려간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벌어야 할까?

우리는 과연 언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일하며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세상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들은 결국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사람마다 각자 다양한 답을 내놓게 될 것이다. 답을 찾던 중에 읽게 된 책, 존 고든의 <뉴욕 뒷골목 스프 가게>에는 정성껏 수프를 끓이는 다이앤 할머니가 나온다.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맛있는 이 수프 가게 할머니는 매일 ‘사랑’을 담아 수프를 끓인다. 다이앤 할머니의 수프를 먹으러 온 한 수프 회사 CEO 낸시에게 할머니는 이렇게 얘기해준다.

“솔직하게 말하면 난 이 바쁜 세상이 무서워. 일, 직업, 해야 할 일 목록, 기술, 다재다능함.. 이런 일들 속에서 우리는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잊어가니까. 이웃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보다 모르는 사람들과 컴퓨터에서 나누는 대화시간이 더 긴 세상이니까. 집에서 함께 살고 있어도 이방인들 같아. 시간을 내어 아이들하고의 관계를 발전시킬 생각도 못하고 있으니까.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는 대신에 화면에 떠 있는 메일을 읽느라고 정신없는 바보 같은 삶을 살고 있으니까.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야. 성공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성공에 꼭 필요한 인간관계는 신경을 쓰지 않아.”

-존 고든, 『뉴욕 뒷골목 스프 가게』

다이앤 할머니의 솔직한 이야기는 꼭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래 맞지. 일이 그리고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라고 마음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로 ‘그럼 인생의 어느 정도를 일과 돈을 위해서 그리고 또 어느 정도를 건강과 가족을 위해 써야 할까’ 다시 고민하게 된다. 아마 이 문제는 오래도록 정답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매 순간 이 문제를 두고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 살아가면서 매번 ‘지금은 무엇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내가 지금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마치 꾸뻬씨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듯이 ‘자신의 진정한 행복’에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청년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시대이다. 포기하는 것이 슬프거나 안타까워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시간 동안 꾸뻬처럼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마음껏 탐색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 또한 행복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희망을 가져본다.

이 칼럼의 내용은 유튜브 채널 ‘진가록 작가의 낭독 한 잔’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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