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변화시켜라. Different Thinking

[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한 초등학교의 미술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평소와 같이 도화지를 나눠주고 “여러분들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껏 그려 보세요”라고 말한다. 어떤 아이는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어떤 아이는 집에서 기르는 장수풍뎅이 그림을, 어떤 아이는 엄마 아빠와 놀러갔던 기억을 더듬어 도화지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던 한 아이가 도화지를 온통 검은색으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한 장, 두 장, 세 장... 계속해서 도화지에 검은색을 가득 칠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선생님은 당황해 한다.

“이 아이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아무리 봐도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선생님은 동료 교사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겠어?”라는 상투적인 답변들뿐. 할 수 없이 선생님은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치료를 권하게 된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아이의 부모는 의사로부터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다. 단지 더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과 함께 진단서를 발급 받았을 뿐이다. 결국 아이의 치료를 위해 최고의 정신과 의사들이 모였다. 그들은 아이의 상태를 진단해 보고,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 하지만 아이는 말없이 도화지에 검은색을 칠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그 아이의 책상속에서 퍼즐 조각을 발견한다. 아이가 즐겨하던 놀이였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아이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뛰어간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아이가 칠해 놓은 검은색 도화지를 이리저리 퍼즐 조각처럼 맞추기 시작한다. 결국 퍼즐은 거대한 고래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고, 어른들은 아무 말 없이 아이만을 바라본다.

이 광고는 일본 창의성 협회에서 제작한 것이다. 그들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를 비판하기 위해 이 광고를 제작했다. 어른들의 기준을 가지고 “사회적 통념”이라는 박스 안에 아이들의 사고를 가두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도화지는 박스를 의미한다. 도화지 안에서 그림이 표현되어야 칭찬을 받던 아이들은 점점 더 도화지라는 박스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부여한 한계는 더 강한 박스를 만들고 자신을 방해하는 트랩이 된다. 도화지 속에 나의 상상력을 가두는 것처럼 창의적 아이디어의 출발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박스를 깨는 것이고, 사회가 가지고 있는 통념의 박스를 깨는 것이다.

그럼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창의적인 사고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서 정의된 개념들이 있지만 쉽게 설명하면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무수히 많은 사고의 박스들을 깨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편견, 고정관념, 사고의 한계들이 바로 그것이다.

◆ 뇌를 게으른 상태로 두지마라. 패턴 박스 (Pattern Box) : 인간의 뇌는 게으른 놈이다. 늘 편안한 것을 추구한다. 눈에 익은 환경과 일을 기본적으로 선호하기 때문에 “패턴(Pattern) 박스”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패턴박스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패턴은 “인식의 틀” 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고(思考)의 효율을 갖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뇌는 효율적인 사고를 위해 늘 하던 대로 사고하도록 작동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인식은 때론 매우 부정확한데, 이 잘못된 인식의 틀이 사고의 한계를 만드는 것이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퍼킨스(David N.Perkins)” 교수는 잘못된 사고 가운데 90%가 “논리의 잘못이 아니라 인식의 잘못”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인식이 잘못되면 논리가 아무리 훌륭해도 해답은 쓰레기와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잘못된 패턴을 깨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세계적인 곤충학자 파브르(Fabre)는 “원형쐐기벌레”라는 곤충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이 곤충들의 특징은 맨 앞에서 기어가는 리더가 실 같은 자국을 남기면 뒤를 따르는 벌레들이 일렬로 그 뒤를 따라간다는 것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만약 선두를 따르는 것이 쐐기 벌레들의 본능이라면 이 녀석들을 원형으로 놓으면 어떨까? 결과는 끔찍했다. 무려 6일 동안 먹지도 않고 자국을 따라 뱅뱅 돈 것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마라톤 풀코스를 3.5회 왕복한 것과 같은 거리란다. 결국 대다수가 지쳐죽고 한두 마리가 남자 대형을 깨고 먹이 쪽으로 움직였다. 만약 이 녀석들 중 한 마리만 원형틀에서 빼내었다면 대다수가 죽는 참사는 발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외부 자극이 하나의 연속된 패턴을 깨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아웃 오브 박스 : 시간·공간·생각·미래를 변화시켜라(다연, 2014)』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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