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임병권 칼럼니스트] 로마에서 북서쪽으로 230km 떨어진 이탈리아의 피렌체는 인구 37만 정도의 작은 소도시다. 피렌체는 유럽 르네상스의 발상지이다. 개인의 개성, 자유, 창의성을 중시하는 유럽의 르네상스는 14세기에서 16세기 걸쳐 문학, 건축, 과학, 철학을 꽃 피운다. 무엇이 피렌체를 유럽의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만든 것일까? 해답은 바로 피렌체의 높은 ‘다양성’에 있다.

프란슨 요한슨은 그의 저서 『메디치효과』에서 “피렌체의 다양성이 창조의 원천이었다”라며 “다양한 영역과 분야, 문화 등이 만나는 교차점(intersection)에서 기존의 생각을 새롭게 재결합함으로써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잘 아는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키아벨리, 단테는 모두 피렌체에서 활동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피렌체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각자의 지식, 기술, 학문을 가지고 토론하고 논쟁했다. 본인들의 지식과 사상을 교류하고 융합했다. 피렌체의 다양성 생태계가 창의와 혁신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천재들을 탄생시켰다.

르네상스 시대에 피렌체가 창의성의 중심지였다면, 오늘날의 창의성의 도시는 어디일까? 실리콘밸리다. 피렌체의 다양성 생태계가 르네상스를 일으켰다면 실리콘밸리의 다양성 생태계는 세계적인 기술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도시다. 실리콘 밸리는 전 세계로부터 인재를 유입하는 블랙홀이다. 다양한 국가 출신의 엔지니어와 전문가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곳으로 몰려든다. 이곳의 개방적인 다양성 추구 문화는 국적, 인종, 학력,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인재들을 받아들인다.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어도비의 CEO가 모두 인도인이라는 것은 실리콘밸리 다양성의 한 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START UP)의 52%는 비 미국인(Non-Americans)이 설립했다.

우리는 창의성을 말할 때 개인의 창의성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창의성이 개인의 문제일까? 물론 천재적인 사업가와 기술자가 혁신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천재들 조차도 다양성이 받아들여지는 환경에서 활동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천재성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창의성과 혁신성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환경에서 자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의 다양성 생태계는 건강한가?

우리나라의 특징적인 기업문화를 말할 때 ‘순혈주의’, ‘연공주의’를 빼 놓을 수 없다. 외부 출신의 경력사원은 새로운 기업에서 문화적 차이와 보이지 않는 텃새로 어려움을 겪는다. 많은 조직이 내부에서 오랫동안 성장한 인력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근속이나 나이를 중시하는 뿌리 깊은 연공 주의 문화는 조직의 다양성을 해치는 또 다른 요소이다. 다양성이란 국적, 나이, 학력, 근속, 성별, 출신회사 같은 형식적인 요소와 상관없이 그들의 현재의 성과와 미래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차별 없이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성을 주장하면 다양성의 부정적인 요소를 들면서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다양성이 조직 내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단합을 헤친다고 말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두려워 다양성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갈등은 다양성의 또 다른 측면에 불과하다.

갈등의 수준을 잘 관리하고 그 속에서 다양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다양성은 불편한 것이다. 불편함을 능히 감당하고 창의적인 시너지를 내야한다. 다양성의 추구는 차별금지와는 다르다. 성별, 국적, 종교에 따른 차별금지(Anti-discrimination)는 소극적인 의미를 지닌다. 다양성 추구는 적극적 의미이다. 법률준수를 뛰어 넘어 ‘의도적으로’ 다양성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조직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정책이다.

많은 혁신 기업들은 기업 내에 다양성 관련 기구를 둔다. 다양성 성과 지표를 두고 중요하게 관리한다. 출신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력을 외부에서 수혈하고, 여성 인력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기업의 다양성이 기업의 혁신에 긍정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력을 확보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창의성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경직된 회의 문화, 직급 중심의 의사결정 방식 등이 남아 있는 한 다양성의 시너지효과는 없다.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발언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성이 힘을 발휘해서 조직의 창의성이 올라갈 것이다.

 

임병권 칼럼니스트는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인사조직 실무와 이론에 정통한 25년 경력의 인사 전문가이다. 고려대경영전문대학원에서 인사조직 전공으로 MBA를 취득했다. 현재는 아이에이치알 컨설팅의 대표로서 인사조직, 리더십, 경력개발과 관련한 주제로 강연, 자문, 코칭 업무를 하고 있다.

현대카드와 DHL코리아 인사팀을 거쳐 OTIS엘리베이터코리아 인사 상무, 힐튼호텔 인사 전무를 지냈다. 다양한 산업과 기업에서 인사를 총괄하면서 각기 다른 조직문화, 리더십, 인사시스템을 경험했다. 저서로는 『8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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