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이기는 리더십⑬

[한국강사신문 윤상모 칼럼니스트] 서양의 역사를 보면 칭기스칸의 몽골군은 대부분 미개한 야만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몽골 기마병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정복당한 헝가리, 폴란드, 독일, 러시아 등의 역사가들은 몽골군을 잔인한 악마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칭기스칸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사실을 알게 된다. 종교만 보더라도 칭기스칸이 얼마나 진보된 근대국가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칭기스칸이 몽골을 통일하고 유럽과 아시아를 정복하던 12세기, 유럽의 국가들은 기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이 이교도들에 의해 정복되어 더렵혀졌다며 이슬람 국가들과 전쟁을 하고 있었다. 유럽의 십자군은 성지를 탈환한다는 명분으로 이슬람교와 유대교 신자들의 재산을 빼앗고 무참히 학살했다. 심지어 같은 기독교 국가인 비잔틴 제국 역시 로마 교황을 따르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이단으로 취급하며 거리낌 없이 약탈을 자행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 사람들끼리는 자신들과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선량한 주민들을 살해했다. 반면 칭기스칸은 모든 종교에 대해 신앙의 자유를 무한대로 보장했다.

위구르 지역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부족이 있었다. 어느 날 불교를 신봉하는 국가의 침략을 받는다. 정복된 부족은 불교로 개종을 강요받는다. 그 부족은 4000km 떨어진 칭기스칸에게 자기 부족을 정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칭기스칸은 몽골 군사 2만 명을 보내 그 지역을 정복하고 무슬림을 보호했다. 칭기스칸은 도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지도자들과 밤새워 토론을 즐겼고 이런 문화는 후대의 칸들에게도 이어졌다. 칭기스칸은 정복한 각 나라의 문화도 그대로 보존시켰다. 심지어 정복인들에게는 몽골어를 쓰는 것이 금지되었다.

중세시대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교황과 왕의 말이 곧 법이었다. 반면 칭기스칸은 몽골의 헌법에 해당하는 대법령 자사크(Yeke Jasag)를 반포했다. 자사크는 칸을 비롯한 모든 계급의 사람들이 따라야 할 절대 법령이었다. 몽골은 자사크 반포 이후 법으로 다스려지는 법치국가가 되었다.

칭기스칸은 무역을 중시했다. 중국의 비단이 유럽으로 전해지며 이름 붙여진 실크로드는 몽골제국에 의해 완성되었다. 칭기스칸은 각 지역의 특산물이 교환에 의해 자유롭게 이동한다면 세상이 평화롭게 고루 잘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필품을 이웃 마을에서 약탈해오던 몽골 부족의 관습은 칭기스칸에 의해 종식되었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Brexit, 영국Britain 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말)를 국민 투표로 결정했다. 브렉시트를 주장한 사람들의 명분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EU에 내는 과도한 분담금을 영국으로 돌려 영국의 산업에 재투자하자. 둘째, 유럽에 사는 이슬람 이민자들의 영국 입국을 제한하여 영국인의 취업 자리를 늘리자였다. 그러나 EU에 내던 분담금으로 영국의 부족한 세수를 메우겠다는 계획은 흐지부지 되었다.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유지되던 영국의 농촌 마을은 일당이 비싼 영국인들을 쓸 수 없어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영국은 유럽과의 자유로운 왕래를 원하는 젊은 세대와 앵글로 색슨의 나라로 돌아가자는 기성세대 간의 대립으로 확대되어 심각한 국론 분열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내의 불법 이민자들을 무조건 추방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멕시코로부터의 불법 이민자들도 막겠다며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일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대립하고 있다. 미국이 이민자들에 의해 강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지식층의 인사들과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 미국의 정치계 원로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책에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며 미국 시장에서 가장 큰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고립주의를 선택한 나라들의 결말이 어떠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명나라는 정하가 이끄는 무역선단이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교역로를 개척했다. 그러나 외국과의 모든 교역을 일시에 중지하고 고립주의를 선택한 이후 명나라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엔 수도인 북경을 여진족의 청나라에게 넘겨주었다. 쇄국정책으로 외국과의 모든 교역을 거부했던 조선 역시 메이지 유신으로 개화된 일본에 의해 국가의 문을 닫게 된다.

서양인에게 미개한 야만국으로 취급받던 800년 전의 몽골은 국가 간의 교역을 적극 장려했다. 뿐만 아니라 헌법에 의해 통치되었고 모든 종교는 존중되었으며 정복된 민족의 다양성이 인정되었던 근대국가였다. 그 근대국가 창업자는 칭기스칸이었다. 칭기스칸은 다시 한 번 위대한 제국으로의 비상을 꿈꾸는 몽골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영웅으로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몽골의 오로라 <사진=Allpo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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