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신동국 칼럼니스트] 어느 회사에 강의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일찌감치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앞 시간의 강사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시간이 지나도 강의를 끝내지 않고 있었다. 청중은 제시간에 끝내지 않는 강사에 대한 불만으로 이미 마음이 콩 밭에 간 듯 보였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끝까지 하는 그 강사의 모습을 보며 내 속은 타들어갔다. 내가 강의할 시간이 10분 정도 지나서야 그 강의는 끝났다. 청중에게 휴식 시간 10분을 주고 나니 내가 강의할 시간 20분이 훌쩍 달아나버렸다. 이처럼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 청중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다음 강사의 강의 시간을 갉아먹는 등 민폐를 끼치게 된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어느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한 주제당 주어진 시간은 20분이었다. 앞 주제의 강의가 끝나면 휴식 시간 없이 연이어 강의를 해야 했기에, 사회자는 시간 엄수를 몇 번이나 당부했다. 어느 강사가 ‘이 주제는 최 소 두 시간은 해야 하는 강의’라면서 강의를 시작했는데, 주어진 시간 20분을 한참 초과하여 무려 40분 만에 끝났다. 시간이 없으니 한마디만 더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무려 두 배의 시간을 썼다. 이처럼 시간 개념이 없는 강사 때문에 뒤의 강사들도 아 무런 죄의식이나 미안한 마음 없이 30분 가까이 강의를 했고, 결국 그 세미나는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반이나 늦게 끝났다.

나는 강의를 듣는 내내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의 시간이 아까운 줄 모르는 강사, 약속을 지키지 않는 강사들이 너무 미웠다. 시간을 초과하는 강사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한 시간이 주어지면 한 시간 만에 무슨 강의를 하느냐면서 한 시간 30분은 되어야 한다고. 30분을 주면 한 시간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시간을 초과해도 되는 면죄부는 아니다. 나는 주어진 시간에 도저히 소화하지 못할 강의라면 애당초 맡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 강의를 맡고 나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등 딴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그 어디를 가서 강의해도 드러나는 공통점이 있다. 신입 사원에서부터 사장님까지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인데 예정된 강의 시간 보다 늦게 끝내면 인상이 일그러지고, 일찍 끝내면 좋아한다. 전국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나온 말이 있다. 강사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시간을 초과하면 ‘불량 강사’, 제시간에 딱 끝내면 ‘초보 강사’, 조금 일찍 끝내면 ‘명강사’다. 그 정도로 강의할 때 시간 관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가급적 제시간보다 몇 분 일찍 끝내는 것을 습관화하기 바란다. 강사에게 시간 관리는 생명 과도 같다.

강사가 시간을 초과해서 강의하면 청중의 반응은 어떨까? “와~ 저 강사는 시간을 넘겨가면서까지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주니 정말 고맙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청중은 어디에도 없다. 강사의 열정에 탄복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강사의 뻔뻔함에 짜증을 낸다. 시간을 초과하기 시작하면 마음은 슬슬 다른 곳에 가버려서 그 시간에 아무리 귀중한 이야기를 해도 청중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집중력이 현저히 흐트러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시간을 잘 지킬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한강에 다리를 건설한다고 치자. 제일 먼저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교각을 먼저 만들까, 아니면 상판을 먼저 만들까? 당연히 교각을 먼저 건설하고 나서 상판을 만든다. 강의도 이와 비슷하다. 강의에서 교각에 해당하는 부분이 도입부와 종결부요, 상판에 해당하는 부분이 본론부다. 도입부와 종결부에 먼저 시간을 배당하고 나머지 시간을 본론부에 투입해야 한다. 실제 강의에서 어떻게 구현하는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10분 특강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시간 배분 요령이다. 한강에 다리를 건설하듯이 제일 먼저 교각에 해당하는 도입부와 종결부에 각 1분씩 배당을 한다. 나머지 8분을 상판에 해당하는 본론부에 배당 한다. 본론부는 세 개의 메시지로 이루어져 있으니 메시지 하나당 2분 40초씩 배당한다. 그러면 하나의 메시지당 슬라이드 한 장이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을 응용하면 50분 강의도 쉽게 판을 짤 수 있다.

도입부와 종결부에 각 5분, 본론부는 40분이다. 세 개 의 메시지에 대해 각각 13분 20초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면 하나의 메시지당 슬라이드가 4~5장이니, 전체 슬라이드는 20장 이내 로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간 배분이 끝나고 나면, 메시지 하나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4~5장으로 만들까를 고민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시간을 넘길 일도 없고, 시간이 남아돌 일도 없다.

그런데 소문난 명강사는 이보다 약간 일찍 끝낼 수 있도록 강의를 설계한다. 즉 50분 강의라면 45분 정도에 강의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설계한다. 청중은 기대보다 몇 분 일찍 끝내주면 좋아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상위 1% 명강사들의 시간 관리 요령이다. 대개의 강사들은 이와 반대로 하기 때문에 늘 시간이 부족하다. 본론부에서 강의할 내용을 왕창 만들어놓고 나서 이것을 시간에 억지로 맞추려 하니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이렇게 하면 시간 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시간은 강의 교안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다.

소문난 명강사는 한강에 다리를 건설하는 방식을 응용한다. 가장 먼저 강의 시간 배분을 하고 나서 슬라이드를 만든다. 게다가 리허설까지 하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정확하다. 강의에서 시간 관리는 생명과도 같다. 시간 관리에 실패하면 아무리 청중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해도 그 유익함이 반감이 된다. 심지어 청중은 짜증을 내기도 한다. 강의 준비를 할 때 먼저 시간 계획부터 짜기 바란다. 가급적 제시간보다 몇 분 정도 일찍 끝내는 것을 습관화하기 바란다.

※ 출처 : <하고 싶다 명강의 되고 싶다 명강사(끌리는책, 2016)>

 

신동국 칼럼니스트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현대제철에서 인력관리부장, 국책연구기관의 컨설턴트를 역임했다. 고려대 명강사최고위과정 책임교수, 상명대 명강사양성과정 지도교수를 거쳐 현재 뉴패러다임센터 대표, 강사양성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 명강사 경진대회에서 1등을 수상했으며, 이후 1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는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하고 싶다 명강의 되고 싶다 명강사(끌리는책, 2016)>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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