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영 커리어코치의 길을 찾는 이야기

[한국강사신문 칼럼니스트 유선영] 얼마 전 강의실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강의를 듣기 싫은데 방과 후에 남아있어야 하는 불만들이 제 앞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굳게 닫힌 차가운 표정들이 한겨울 살얼음판처럼 강의실을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먼저 스쳤습니다. 저도 사람이기에 싫은 마음부터 듣게 되는 것이 썩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 다음, "여러분은 지금 어떤 기분이 들어요?"라고 질문했습니다.

"화가 나요. 하기 싫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 등등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랬구나." 이야기들을 하나씩 귀 기울여 듣고, 또 칠판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계획된 스케줄대로 정해진 강의를 전달하는 것보다, 화나고 하기 싫은 마음을 들어주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때때로 듣는 척을 하기 위해서, 상대 이야기가 끝나면 이야기를 하려고, 어떤 기준에 단정 지으면서 이야기를 듣느라, 진짜로 귀 기울여 듣는 것을 잊고 지낼 때가 많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다시 한 번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어디론가 발걸음을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할 것이고, 밤늦은 시간까지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고될 것이고, 누군가와의 약속시간에 늦어서 불편한 마음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할 뿐, 그 사람을 완전히 100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대가 어떤 마음, 생각에 잠겨있는지 혹은 어떤 어려움과 장애물에 걸려있을지 아주 작은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싶습니다.
 

꽁꽁 얼었던 한 겨울의 살얼음판 같았던 강의실의 온도를 녹였던 것은, 살랑살랑 불어온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잊지 않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향해 따스한 애정을 담은 한 마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진짜로 귀 기울여서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온 마음을 다해 귀 기울여 진짜로 들어주는 일,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일임을 기억하게 해 주었던 길 위에서 만난 이들에게 고마움을 담아서 이 글을 씁니다.

“오늘 당신이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싶은 이야기, 누구의 이야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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