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꺼내기 연습의 중요성

[한국강사신문 김선아 칼럼니스트] 4차 산업 혁명이 시작되었다. 세상은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고 교육 방법도 이제는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래서 과감하게 강의식 방법을 버리고 PBL(Project based learning) 또는 토론식을 활용한 교육으로 바꿨다.

다양한 사례뿐만 아니라 학습자들을 즐겁게 교육에 참여시켜 줄 Ice Breaking, 교구들을 착실하게 준비했다. 모의강의와 셀프 모니터링도 빼먹지 않고 여러 차례 진행했다. ‘자, 이제 강사에게 남은 건 자신감이다!’라고 생각하고 교육에 임했다. 그리고 나서 대부분의 강사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 이게 아닌데......'

학습 방법에는 제각각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강의식 교육 방법만이 정답인 것처럼 진행되어 왔다. 마치 산업혁명 시절의 적은 비용으로 많은 상품을 찍어내는 것과 같다. 실제로 강의식 학습 방법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대량생산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강사 1명에 좋은 스크린과 음향 기기만 있다면 1000명도 거뜬히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점만큼 단점 또한 크다. 주입식에 One-way소통이다 보니 학습자의 이해도나 생각을 점검할 수 없고, 상호소통이 단절되어 있다. 직무 지식에 효과적이라고 하지만 글쎄. 회사에서 5년 이상 직무지식 교육에 강의식을 활용해 본 결과 그 효과성은 아주 떨어졌다.(하루가 지나도 뭘 배웠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교육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교육 방법의 전환이다. PBL, Role play, Discussion, 퀀텀 교수법, 창극, 액션러닝, 놀이 등등 다양한 교수법들이 부상하면서 강의식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에 이른다.

강의식 교수법의 한계에 부딪힌 강사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학습 구조 틀을 벗어던지고 다양한 교수법을 학습에 활용하지만, 서두에 말한 것처럼 '아, 이게 아닌데.'라고 당황하게 되거나 예상보다 시큰둥한 학습자들의 반응에 기가 죽고 만다. 바로 강사가 예행 연습할 수 없었던 학습자들의 반응이다.

토론식 강의를 하다 보면 크게 아래 두 가지 문제와 부딪히게 된다. 첫째, 토론에서 나오는 내용이 주제와 맞지 않거나 강사의 기대 이하의 수준이다. 둘째, 원하는 퀄리티까지 이끌어내려고 하다 보니 지나치게 토론 시간이 길어져 다음 학습에 지장을 주게 된다.

이것은 과연 강사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소위 ‘수준 낮은’ 학습자의 탓인 걸까? 나는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우리가 기존에 받아왔던 학습 방식과 우리나라 국민 정서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선생님의 일방적인 수업과 정답을 외워야만 했던 국가적 학습에 길들여져 있고,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말하는 것이 마치 '튀는 행동, 틀린 행동'으로 보이는 나라. 내 생각을 안으로 돌리는 것이 익숙해진 학습자들에게 토론식 학습 방법, 자율적인 활동은 낯설고 혹여 '틀린 것'이 되어버릴까 두렵다.

즉, 강사가 말을 잘하고, 생각을 조리 있게 잘 말 할 수 있다고 해서 ‘학습자 또한 그러할 것이다’라는 생각은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는 토론식 교육 방법을 버려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강사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몇 가지만 챙긴다면 충분히 토론식으로 좋은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강사들이 하는 제일 큰 오해는 ‘나도 할 수 있으니까 저들도 할 수 있을 거야’이다. 그러나 '나', 즉 강사는 표현 연습이 충분히 이루어진 사람이다. 반면에 학습자들은 이제 첫 발걸음을 떼야만 한다. 그렇다면 토론식 교육에 앞서(꼭 토론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학습법을 도입한다면) 그들이 새로운 학습법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고 충분히 연습이 이행되어야 한다. 처음에 학습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꺼내기 어려워하고 서투를 것이다. 그때 강사는 충분히 그들의 표현이 익숙해 질 때까지 기다려주고 작은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을 칭찬해야 한다. 즉, 표현에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필요한 몇 가지 활동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강의장과 강사, 동료들이 친숙하도록 만들기
 

강의의 첫 시작. 어떤가? 모두가 긴장되어 있다. 낯선 사람, 낯선 장소, 낯선 활동. 모두가 낯설기 때문에 제일 먼저 상호 간에 충분한 라포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강의장이 결코 딱딱한 장소가 아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적막함을 없애기 위해서 강사들이 종종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예다. 그리고 이왕이면 교구들을 활용하여 강의장에 즐거운 메시지들을 적어두거나 좋은 그림을 걸어두는 것도 좋다(고정적인 강의장이라면).

더불어 모두가 웃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학습을 시작할 수 있도록 Ice Breaking이나 Spot을 준비하되 웃고 떠들며 신뢰감을 조성할 수 있는 것들로 마련하면 된다.(예: 서로의 얼굴 그려주기, 서로 5가지 칭찬하기, 너와 나 공통점 10가지 찾아보기, 보드게임 활용 등)

보통 사람에게는 자기 검열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강할수록 말을 아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자기 검열이 어느 정도인지를 스스로 인지하고 사람들의 자기검열 정도를 알게 하게 하면 팀 활동에 오해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왜 저 사람은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거지? 활동에 참여를 왜 하지 않는 거야?'와 같은) 아래 게임으로 간단하게 체크해 볼 수 있다.

[게임 방법] 이름 대기*

1) 주제를 정한다 (예: 나라, 도시 이름, 과일 이름, 음식 이름, 여기 있는 사람들의 이름, 연예인 등등)

2) 순번을 돌아가면서 1초 안에 이름을 댄다

3) 이름 대기 게임 해석

- 주제에 맞는 이름을 대지 않고 1초 안에 뭐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자기 검열이 낮은 사람이다.(예: 나라 이름 대기, 러시아-미국-대한민국-스왈로브스키(????)-가나)

- 주제에 맞는 이름을 대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가는 사람은 자기 검열이 높은 사람이다.(예: 나라 이름 대기, 러시아-미국-대한민국-어어어!!!)

2. 매 과정마다 나의 생각과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 것
 

보통은 느낌을 글로 작성하게 한다. 왜냐하면 진행하는 강사도 적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다.(우리는 보통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적고 밑줄을 그어가며 배워왔으니까) 그러나 토론은 결국 내 입 밖으로 끄집어내야 이루어진다는 걸 잊지 말자.

학습자에게 느낌을 이야기하게 했더니 "예 뭐 그냥 좋았어요."라고 한다. 과연 어떤가?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말이다. 강사의 기대도 물론 그렇지만, 학습자도 처음 느껴보는 생각과 감정을 잘 말하지 못해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오늘 학습에서 가져가는 것이 되어버린다. 추상적인 학습의 느낌은 학습의 효과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결국 기억에서 사라진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느낌 말하기를 단계별로 진행해 보자.

처음 생각과 느낌을 말해보라고 하면 "좋았어요" "괜찮았어요"라고 대략적인 느낌만 이야기하거나 생각만 말한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강사는 절대로 실망하지 말고 칭찬해주자.

두 번째 단계에도 생각과 느낌을 말해보라고 한다. 그때에도 "좋았어요" "괜찮았어요"라고 말하게 된다. 그럴 때 강사가 하나의 질문을 던지자. "왜 그런 생각과 느낌이 들었는지 말해볼까요"라고 하면 학습자들은 조금 서투르지만 "이러이러해서 좋았어요"라고 말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활동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도록 한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조절해 나가면 학습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는 것이 점차 자연스러워지고 익숙해져 토론 시 자신의 의견을 조금 더 잘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첫 단계에서도 학습자들이 어려워한다면 생각과 느낌을 적어본 후 그것을 읽어보게 하는 방식을 활용해도 좋다. 또한 보통은 큰 덩어리 활동에서만 생각과 느낌을 묻는데, 작고 사소한 활동들의 생각과 느낌 묻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나 작은 게임들에서도 그런 것들을 묻고 꺼내보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3. 토론식 학습에서 중요한 의견 조율하기
 

토론식 학습에서 발생하는 의견 모으기(의사결정)를 관찰하면, 틀린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 큰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을 인지하게 하는 활동을 하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우리의 의견을 모으는데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부작용으로는 팀 내 검열이 강해져 의견을 한데 모으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것을 활용한 여러 가지 활동이 있는데 그중에서 나는 [한심이는 무엇을 했나?**]라는 활동을 권유해주고 싶다. 이 활동은 3가지의 사실을 주고 나머지 15가지의 가설 중에서 O/X/△로 맞춰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개인 활동으로 혼자 15가지의 가설을 맞춰보고, 이후 팀 별로 의견을 나누어 O/X/△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정답을 공개하고 점수를 매기도록 해본다. 그러고 나서 팀원 전체의 평균과 우리 팀의 점수를 놓고 회고하는 시간을 준다.

- CASE 1. 개인별 평균 > 팀 점수

- CASE 2. 개인별 평균 = 팀 점수

- CASE 3. 개인별 평균 < 팀 점수

위의 세 가지 경우가 나오게 되는데, 이 점수로는 구성원들의 성과로도 활동 의미 자체를 끌어낼 수 있지만 토론식 학습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을 얼마나 이행 했는지로 풀어보자.

1) 우리 중 가장 말을 많이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2) 우리 중 가장 주장이 강한 사람은 누구였나요?

3) 나는 누구를 가장 많이 신뢰했나요? >왜 많이 신뢰했나요?

4) 우리 중 가장 말을 적게 한 사람은 누구였나요? >왜 가장 말을 적게 했을까요?

위의 4가지 케이스로 회고하게 한다. 보통 1) 번과 2) 번의 점수가 팀 점수와 동일한 경우가 많으며(특정 인물이 의견을 주도하는 경우), 3) 번 또한 팀 점수에 일부 영향을 끼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의사 결정을 할 때 자기주장이 강하고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높다는 것과, 의사 결정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본인의 생각이 팀을 좋은 방향으로도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도 이끌고 갈 수 있음을 인지하게 해 준다. 더불어 내가 상대방을 왜 신뢰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가장 활동에 참여가 저조한 사람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하게 해 주면서 모두가 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단, 주의할 것은 1번 과 2번의 사람이 의기소침해지지 않도록 강사가 잘 풀어나가야 한다.

토론식 학습은 토론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학습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관계를 향상하며,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전에 강사는 학습자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교육의 주인공은 강사가 아닌 학습자이다. 학습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한다면 '아, 이게 아닌데'가 아닌 강사 스스로도 학습자와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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